문화 CEO로 변신, 그림자 지원

반도건설 창업주인 권홍사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퇴진하겠다고 지난 10일 발표했습니다. 상징적으로 회장직에서만 물러나고 등기이사로 남겠다는 게 아닙니다. 이미 지난 7월 권 회장은 반도건설그룹의 4개 핵심 계열사의 등기이사직에서도 내려왔습니다.

권 회장은 새로운 시대에는 전문성을 갖춘 새 인물이 조직을 이끌어야 한다각 대표의 역량을 믿고 경영 일선에서 퇴임하겠다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따라서 10일 경영 일선 퇴진 발표는 올해 반도건설을 오너 중심 체제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는 원년으로 삼으려는 전환점이 됐습니다.

하지만, 권 회장은 완전히 반도건설을 떠나지는 않습니다. 퇴임 후 권홍사 회장은 반도문화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하며 지역 문화사업과 장학사업, 소외계층 돕기 지원사업 등에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숨 가쁘고 예민한 결정을 내려하는 기업경영의 최전방 CEO에서, 사랑을 나누고 따뜻한 온기를 펼치는 문화 CEO로 남겠다는 겁니다.

올해는 반도건설이 전환점을 갖기에 충분한 명분이 있는 해이기도 합니다. 권홍사 회장은 지난 1970년 주택사업에 뛰어들어 50년간 회사를 이끌어왔습니다. 올해 딱 창립 50주년입니다. 기업 업력이 10, 20, 30년과 같이 십주년 단위로 창립기념일이 돌아올 때마다 기업은 중요한 미래 비전을 밝힙니다. 지난 6월 반도건설은 사업부문별로 전문경영인 체계를 완비했는데요. 50년의 반도건설이 전문경영인의 책임경영으로 새로운 50년의 역사를 만들 모양입니다.

실적 면에서도 올해 그룹 경영 시스템 전환도 타이밍이 좋습니다. 올해 코로나19 여파와 주택공급 부진 속에서도 반도건설은 고양 장항지구 LH 단일공급 최대 개발용지 사업을 비롯해 신경주 역세권 공공택지, 거제 옥포동 아파트 도급공사 수주, 아주대 기숙사 건립공사 등 주력인 주택사업 이외에도 공공부문에서도 나름 큰 성과를 보였습니다.

반도건설은 건설사 중에서도 내실 경영을 잘하는 곳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권홍사 회장의 히스토리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그는 50년의 시간 동안 반도건설을 시공능력평가 순위 13위의 중견건설사로 키워낸 자수성가형 경영인입니다.

어린시절 부산에서 사글세방을 전전하면서 집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집을 짓는 게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신념을 지니게 된 그는 1970년 동아대 건축공학과 재학시절에 청년 사업가로 변신합니다. 부산 양정동 하숙집 공사를 하면서 건설업에 처음 뛰어들었는데요. 이때 개인사업자였습니다.

이후 졸업한 뒤 제일토건에 입사했다가 퇴사하고 1980년 반도건설의 전신인 태림주택을 세우게 됩니다. 주로 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건설사업을 일으켰습니다. 기업인으로 권홍사 회장의 이력엔 특이한 경력도 있습니다. 1981년에는 박관용 전 국회의장의 보좌관을 한 적도 있습니다.

권 회장은 건설업계에서도 네트워크가 넓기로 소문난 마당발 CEO로 통했습니다. 그가 정기적으로 나가는 모임만해도 20개가 넘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그의 비서는 권 회장의 개인 연락처를 수첩으로 가지고 다녔다고 합니다. 그 숫자만 1000명이 넘었다고 하니 그가 얼마나 사람 사귀는 걸 좋아하는지 알 수가 있습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권홍사 회장의 동생은 같은 건설업종에 있는 권혁운 아이에스동서 회장입니다. 두 형제는 경북 의성군의 한 집안에서 8남매 가운데 7, 8번째로 태어났습니다. 권홍사 회장은 1944년생이고 권혁운 회장은 1950년생입니다. 형제가 같은 건설업계에서 일하면서 우애도 각별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반도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유보라는 특이한 네이밍으로 지어졌습니다. 권회장의 큰딸 권보라 씨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합니다. 모티브는 이렇습니다. 권 회장은 딸을 키우는 아버지의 마음으로 아파트를 짓겠다는 경영철학이 담긴 브랜드라고 말합니다.

건설업계에서는 권홍사 회장의 퇴임과 반도건설 조직의 정비가 상당히 적절한 시기에 이뤄진 결정이라고 평가합니다. 업력이 50년이 넘는 기업이 드문 한국경제사에서 반도건설과 같이 롱런하는 기업을 볼 때마다 새로운 50년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반도건설이 50년을 넘어 100년 기업으로 성장하길 희망해 봅니다.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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