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장수기업 희망포럼]
조영태 교수 “인구 질적변화 고려한 경영전략 세워야 기업 지속 가능성”
이봄이 대표 “아버지 닮은 카리스마 경영 … 상속공제 활용해 위기 극복”
김원길 바이네르 대표·박세리 골프감독 등 ‘힘내라 중소기업’주제 강연

지난 12일부터 양일간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와 기업은행·홈앤쇼핑 주관으로 롯데리조트 속초에서 열린 ‘2020 장수기업 희망포럼은 기업승계 중소기업의 현안 과제를 함께 소통하고, 미래 경영전략을 모색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특히 이번 장수기업 희망포럼의 주요 프로그램들은 중소기업의 승계 문제점을 단순히 세금문제에만 한정하지 않고 폭넓은 시각에서 조명했다는 평가다. ‘상속·증여세 문제이외에도 ‘1·2세대 간의 소통(신뢰) 문제’ ‘소비자 트렌드에 맞는 기업가치 지속 창출 문제3가지 측면에서 기업승계의 해결방안을 제시해 참석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인구는 경제활동 키플레이어

조영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조영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우선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정해진 미래, 시장의 기회라는 주제의 기조 강연을 통해 미래 소비자 트렌드에 맞는 중소기업의 경영전략을 조언했다. 조영태 교수는 국내 주요 기업의 경영전략 자문은 물론 베트남 정부의 인구정책 자문까지 수행하는 국내 최고 인구학 전문가다.

조영태 교수는 인구는 시장의 가장 중요한 플레이어로서, 인구 동향에 맞춰 미래 예측을 하고 중장기 기업발전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이제는 중소기업도 밀레니얼 세대·Z세대로 대표되는 인구의 질적 변화를 고려해 사업 전략을 수립해야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중소기업 2세 경영자들은 필연적으로 초저출산 사회 속에서 감소하는 인구 문제를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확언한다. 조영태 교수 연구팀이 인구 통계를 바탕으로 시물레이션한 결과 2050년부터 급격한 인구 감소가 시작돼 2100년에는 한국의 인구가 1750만명까지 줄어든다고 예측했다.

이미 한국의 출생아수는 급격한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1991년생은 71만명이었던 반면에 2020년생은 28만명에 그쳤다. 한 세대 만에 출생아 수가 61%나 줄어든 것은 전쟁 상황을 제외하고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조 교수는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20년 뒤인 2040년 이후 출생아 수는 현재 28만명 출생아들이 성인되어 결혼 후 평균 1명씩만 낳게 돼 15만명 내외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구 문제가 중소기업의 지속가능 경영의 핵심 화두인 이유가 있다. 우리가 흔히 재화·노동·금융 등 시장이라 불리는 경제 환경의 가장 중요한 플레이어가 바로 인구이기 때문이다. 조영태 교수는 인구의 이동·밀도·구조·특성 등을 살펴보면 거의 정확한 미래가 예측된다이는 어느 국가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해외 진출 전략을 수립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인구의 총수가 변동되는 현상보다는 인구가 질적으로 어떻게 변화하면서 시장의 규모와 특성이 바뀌는지를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읽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첫 번째 핵심 키워드가 지방의 인구변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인구 변동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지방 인구수가 급격하게 빠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부산시를 예로 든 조 교수는 “2000370만명이었던 부산의 인구가 올해 330만명으로 줄었고, 앞으로 10년 뒤에는 310만명이 될 것이라며 감소하는 20만명은 대부분 30~54세이며, 이들은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한 연령대이기 때문에 지역 중소기업에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세리 도쿄올림픽 여자골프 국가대표 감독
박세리 도쿄올림픽 여자골프 국가대표 감독

이에 따라 향후 정부의 정책 변화를 중소기업들이 주목해야 한다는 게 조 교수의 조언이다. 그는 최근 지자체별로 거론되고 있는 행정구역통합 논의(대구·경북)와 메가시티 프로젝트(부울경 통합)가 내년도 대통령 선거기간에 분명하게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러한 과감한 정책 아젠다가 나오는 배경에는 줄어드는 지방 인구에 따라 어떻게 지역경제를 살릴지에 대한 고민에 따른 것이다. 아울러 조 교수는 지역에서 원활한 가업승계가 이뤄지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아이디어로 지방 기업의 상속세를 한시적으로 감면하는 정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끝으로 그는 “2100년까지 장수기업으로 생존하는 방법은 결국 앞으로 10년간의 인구변화에 따라 기업전략을 잘 짜느냐 달렸다고 덧붙였다.

 

대표직함만 승계편견 벗을 것

이번 장수기업 희망포럼에서는 1세대 창업자와 2세대 기업승계자 간의 긴밀히 소통을 하는 화합의 장이 마련됐다.

먼저 유가공업체 삼익유가공의 이봄이 대표는 2세 경영인으로서 1세대 경영인에게 전하는 특별 강연을 펼쳤다. 이봄이 대표는 아버지 고() 이종익 대표가 1987년 창업한 식품회사 삼익유가공을 5년전 물려받은 2세 경영자다. 삼익유가공에서 생산하는 분말제품은 제과, 제빵, 스프, 아이스크림, 빙과류, 유음료 등 우리가 흔히들 접하는 가공식품들에는 거의 다 들어간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갑자기 기업을 승계 받고 나서 여러 어려움이 왔습니다. 그중 상속세 부담이 너무 컸습니다. 창업자의 딸로 사명감과 소명의식으로는 못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를 닮은 카리스마적인 경영을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다행히 이봄이 대표는 그간 중기중앙회 주도로 점진적으로 개선해 왔던 상속공제제도가 있어서 사업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봄이 삼익유가공 대표
이봄이 삼익유가공 대표

이 대표는 CEO 취임 뒤 각종 비용 부담을 감수하고 공장 가동률을 높였다. 그는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다른 점이 빠른 의사결정과 그에 따른 사업 속도에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주말 수당까지 지급하며 거의 365일 납품 가능한 생산체제로 만들었다. 그러자 고객사들의 신뢰가 커지면서 회사 매출은 물려받을 당시 198억원에서 지난해 249억원으로 증가했다.

선친인 이종익 대표의 선경지명인지 몰라도 이봄이 대표는 식품학을 전공했다. 1세대부터 축적된 유산균 생산 노하우와 이봄이 대표의 전문지식이 합해져 삼익유가공은 자체 브랜드인 바이오틱톡도 출시했다.

그리고 지난 5월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 단지내에 4276평 부지를 취득해 하반기 준공 목표를 하고 있다. 여기에 130억원이 투입됐다. 이봄이 대표 스스로 2의 창업이라고 선언하는 큰 결정이었다.

이봄이 대표는 아버지한테 물려받은 회사에서 편하게 대표 직함만 유지한다는 편견을 극복하고 싶었다지금은 아버지가 곁에 없지만, 매일 그리운 마음을 가슴에 담고 꿋꿋하게 회사를 키워나가겠다고 말해 참석자들에게 큰 공감을 샀다.

 

김소희 대표, 부친에게 쓴 편지 낭독

1·2세대 간의 공감소통은 저녁 환영만찬에도 이어졌다. 사무용품 유통업체 드림오피스의 2세 경영인인 김소희 대표(한국가업승계협의회 회장)는 갈무리 이벤트로 창업주 김학상 회장에게 쓴 편지를 낭독했다.

김소희 대표는 칠십 평생 일만 하신 아버지에게 드림오피스는 인생이고 삶 그 자체였다지금도 회사 걱정이 많은 아버지를 보며 아직도 모자란 나 자신을 느낀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대표는 아버지는 저의 경영 과외선생님이셨고 인생의 롤모델이라며 생존 능력을 못가지면, 나중에 자생하지 못할까봐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시려고 강하게 키우셨고 그 가르침이 힘든 상황을 만났을 때 큰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봄이 삼익유가공 대표
김원길 바이네르 대표

이밖에도 올해 중기부가 선정한 명문 장수기업에 선정된 유엔아이 민홍기 대표도 아버지에 대한 감사의 편지를 낭독했다. 유엔아이는 문구용 중성잉크 분야 세계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이처럼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아버지를 향해 자신의 진솔한 마음이 담긴 편지를 읽자 참석자들은 큰 박수를 보내며 창업주와 후계자간 진심어린 소통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을 했다.

한편 국내 컴포트슈즈 1위 중소기업인 바이네르의 김원길 대표는 1세대 중소기업인을 대표로 특별강연을 했으며, 문화강연에선 박세리 2021 도쿄올림픽 여자 골프 국가대표팀 감독이 연사로 나서 골프로 보는 인생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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