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가 최근 자국 기업 구글을 상대로 반독점법 소송을 제기했다. 이를 보며 구글을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의 독점적 행위에 대해 미국 정부가 칼을 꺼내든 것이 아닌가 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침체한 경제,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자국 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도 부족할 시기에 미 정부는 왜 구글과의 전쟁을 선포했을까?

구글·애플 등 미국 빅테크기업에 관심이 많은 한국 투자자들도 이번 사건이 앞으로 국내 경제와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질 것이다. 이에 따라 혁신을 앞세워 성장해온 미국의 대표적 기업 구글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대표적 기업 네이버도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 독점 사업자로 심판대에 올랐다. 거대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가하며 생겨날 다양한 영향은 배제한 채, ‘독점의 횡포를 근절하기 위해 단죄해야 할까? 아니면 시장경제에 대한 정부 개입이 초래할 부작용을 고려해 지배적 사업자의 기득권을 존중해야 할까.

정부가 민간시장 활동에 개입한 독점규제의 역사를 시행착오라는 독특한 관점에서 뒤돌아보고 우리나라 공정거래제도의 운영과 향후 개선방향에 대한 올바른 시각을 가지자고 시사하는 책을 소개한다. 공정거래위원회 지철호 전 부위원장이 발간한 독점규제의 역사. 30년 이상 공직생활의 대부분을 공정거래분야에서 근무한 저자가 이 분야의 이론과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민간시장 활동에 개입한 독점규제의 역사를 시행착오라는 독특한 관점에서 뒤돌아본다. 이 책은 독점규제법을 제정해 집행하고 있는 5개 국가(미국, 일본, 독일, 한국, 중국)를 선정해 이 법을 왜 제정했고, 이를 집행하면서 어떤 시행착오가 있었는지를 역사적으로 설명했다.

 

1890년 셔먼법이 첫 독점규제법

처음 정부가 기업 활동에 개입한 것은 트러스트라는 독점 대기업이 출현해 작은 기업, 노동자, 농민, 일반 대중을 모두 도탄에 빠뜨렸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법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아 트러스트가 아닌 노동조합을 잡아들이는 법이 돼버렸고, 법 시행 이후 트러스트가 무서운 속도로 증가해 독점규제 역사에서 첫 시행착오가 발생했다.

독점 규제의 역사는 1890년 미국이 셔먼법이라는 독점규제법을 세계 최초로 제정하면서 막이 올랐다. 미국의 경우 자유방임(laissez-faire)을 기본이념으로 하는 국가였지만 1890셔먼법이라는 독점규제법을 세계 최초로 제정하였다. 이 셔먼법이 나온 것은 석유왕D 록펠러 때문이다. 그는 1863년 스탠다드오일을 설립한지 30년이 안돼 미국 석유시장의 약 90%를 집어삼켰다. 대대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정유에서 유전개발, 송유관 및 철도 운송까지 아우르는 석유 트러스트를 만든 덕분이다.

일본의 독점규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영향을 받아 시작됐다. 법집행을 위해 공정거래위원회라는 합의제 행정기관을 설치했고, 위반 시 형사벌칙을 폭넓게 규정했지만 수사기관이 무분별하게 경제활동에 개입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전속고발 규정을 창안했다. 전속고발제도는 독점규제법 위반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있어야 형사 기소할 수 있도록 제한한 제도인데 일본이 최초로 도입했고 이어서 한국이 도입했다.

독일 역시 전쟁 직후 법집행을 위해 연방카르텔청이라는 독임제(獨任制) 행정관청을 설치했다. 하지만 일본과 다른 점이 있다. 위반 시 형사벌칙을 규정하지 않고 행정제재로만 처리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때문에 전속고발이 문제될 여지가 없었다는 것이 일본과의 큰 차이점이다.

한국의 독점규제 역사는 제5공화국이 출범하고 국회가 해산된 상태에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특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1980년 말 국가보위입법회의라는 입법기구가 공정거래법을 제정했는데 시행 과정에서 수없이 개정을 반복하며 시행착오를 되풀이했다.

 

공정한 경제활동 새 시각 제시

지난 8월까지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내며 30여년 간 기업의 불공정 거래를 조사했던 저자는 130년 간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던 독점 규제의 역사를 풀어낸다. 이 책에서 실패로 시작된 미국의 독점규제법을 2차 대전 후 이어받은 일본과 독일이나 이를 전수받은 한국과 중국도 시행착오의 굴레를 벗을 수는 없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그 오랜 시험과 실패의 역사를 알지 못하면 기업 혁신을 지속하면서 공정경제를 이행할 독점 규제의 해법은 나올 수 없다고 지적한다. 독자들도 독점규제의 역사를 통해 독점 규제에 대해 올바로 이해하고 기업의 공정 경제 활동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마련할 계기를 가질 수 있다.

 

- 독점규제의 역사 (홀리데이북스 / 지철호 지음)

- 한국출판협동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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