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IZ 인사이트]오동윤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생산 소화할 시장 반드시 필요
병행없인 일자리 감소 우려도
분배에 대한 모니터링 따라야

오동윤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오동윤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소상공인이 코로나에 무너지고 있다. 재난지원금을 퍼부었으나 소상공인의 폐업을 막기 어려운 것이다. 더 퍼붓기엔 재정이 빠듯하다. 이제 근근이 버티던 제조업마저 흔들린다. 제조업은 생산이든 일자리든 파급효과가 큰데 미래가 힘들다는 경고다.

각종 정책이 쏟아진다. 항상 등장하는 만능열쇠가 있다. 바로 생산성 향상이다. 코로나가 깊어지면서 생산성이 다시 주목받는다. 생산성 향상 특별법 제정 논의도 있다.

과연 생산성이 만능일까? 오랜 세월을 버텨온 생산성 이론은 반박하기 어렵다. 이론 뒤에 숨어버리면 적어도 비난은 피할 수 있다. 고백하건대 글쓴이도 그랬다. 부끄럽다.

생산성으로 위기를 탈출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찾아보자. 그러기 위해서 간단한 산수가 필요하다. 먼저, 다음처럼 가정한다. 2명의 근로자가 각각 10개를 생산해 전체 산업생산은 20이다. 1인당 평균생산과 임금은 같으며, 각각 10/1이다.

생산성 향상의 효과는 둘로 나뉜다. 첫째, 산출효과다. 생산성 향상을 100%로 가정하면, 근로자 2명이 각각 20개를 생산한다. 따라서 전체 산업생산도 100%(40), 임금도 100%(20/1) 증가한다. 다만, 늘어난 생산(20)을 소화할 시장은 꼭 필요하다.

그러나 생산성과 임금은 궤를 달리한다. 생산성이 100% 증가할 때 예를 들어, 임금이 40% 증가에 그치는 경우다. 즉 임금은 각각 14/1이다. 그러면 생산성 향상의 나머지 60%는 생산성에 투자한 자본가의 몫이다. IT가 등장하면서 생산성 향상은 더 빨라졌고, 임금 상승률과 격차는 더 벌어졌고, 자본가의 몫은 더 커졌다.

무리한 가정처럼 보이지만 미국은 1980년대부터 생산성 증가율이 임금 상승률을 앞서는 현상이 나타났다. 한국경제도 마찬가지다. 결국, 산출효과로 분배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생산성 향상을 추진한다면, 꼭 챙겨야 할 과제다.

둘째, 대체효과다. 자본가가 B 대신 기계를 투입하고, A20개를 생산하는 경우이다. 그러면, A의 임금은 20/1으로 100% 증가하지만 B의 임금은 0이다. 전체 산업생산은 전과 같이 20이며, AB의 평균임금도 20/2으로 전과 같다. 기계 투입은 외견상 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AB, 즉 근로자의 격차가 발생했음에 주목해야 한다. 여기에 산출효과에서 말한 생산성 증가율과 임금 상승률이 달라지면, 산출효과의 분배 악화까지 발생한다.

그리고 정책은 한 가지를 더 챙겨야 한다. 일자리를 잃은 B. 이론에 따르면, B는 실업수당을 받거나 새로운 산업에 적합한 교육·훈련을 거쳐 일자리를 이동한다.

요즘 새로운 산업은 주로 고기술에 기초한다. B가 따라가기 어렵다. 그래서 B는 새로운 일자리보다 장기간 실업에 머물 확률이 더 높다.

게다가 실업수당이 교육·훈련 비용보다 더 많다면 B의 실업상태가 국가재정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B에게 자본(기계)을 투입해 생산을 보장한다면 B의 고용은 유지된다. 그 결과 AB의 평균생산과 임금이 같아지고, 격차는 사라진다.

그러나 전체 산업생산이 40개라서 늘어난 생산(20)을 소화할 시장은 꼭 필요하다.

코로나로 제조업 위기까지 닥치면서 생산성이 매우 매력적인 정책카드로 등장했다. 그러나 생산성을 과거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 효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열악해진 재정의 부담을 가중하거나 일자리가 감소하는 역효과가 나올 수도 있다.

앞서 말한 내용을 정리하면, 생산성은 산출효과든 대체효과든 분배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고, 실업을 자본투입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 그리고 생산성 향상 지원과 더불어 반드시 판로지원을 병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바꿔 말하면, 판로를 확보하지 못한 생산성 향상은 일자리만 줄고, 소득 격차를 악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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