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나눔 칼럼] 이성용 유브레인 대표이사
대기업 보유한 양질 빅데이터
中企에 개방하는 게 진짜 상생
공유플랫폼 개발·활성화 필요

이성용 유브레인 대표이사
이성용 유브레인 대표이사

지난여름, 기록적인 폭우와 유례없는 긴 장마로 많은 국민이 고통을 겪었다. 특히 운전자를 놀래게 만드는 포트홀(도로파임)도로 위의 지뢰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이러한 포트홀은 장마철 직후에 주로 발생해 많은 민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서울시와 국토부는 특정 기간을 정해 도로 포트홀 보수를 시작하는데 도로 곳곳을 조사하고 보수공사를 위해서는 많은 인력과 예산 그리고 시간이 들기도 한다. 최근 서울시는 AI 등 디지털기술을 이용해서 포트홀을 관리해 기존에 필요한 조사 예산과 시간을 대폭 절감할 수 있었는데 어떻게 가능했을까?

우선 스마트 앱을 개발, 서울시 전역의 택시와 버스에 설치하고 자이로센서 등을 통해 운행 중 진동을 감지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이상 진동에 대한 데이터를 모아 AI가 분석해 포트홀 예상 지역을 선정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도로 조사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공공데이터와 디지털 신기술을 이용해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해외에서는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유럽에서는 디지털 사회혁신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디지털 사회혁신은 시민참여를 바탕으로 디지털기술을 활용해 사회문제를 해결함으로써 효율 효과성, 공공성, 투명성을 증진하는 활동을 말한다.

도시문제를 해결하는데 디지털 사회혁신 사례는 또 있다. 뉴욕시는 매년 식당들이 무단 방류하는 폐기름으로 인해 하수시설이 막히는 등 문제가 발생하자 대대적인 조사를 진행해 식당들을 단속하고자 했다. 최근에는 간단한 아이디어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뉴욕시는 폐기름 수거 업체를 이용하는 식당 데이터와 식당들의 매출 데이터를 수집해 AI가 매칭하는 방법으로 무단 방류 식당을 예측할 수 있었다.

이처럼 공공데이터는 사회문제 해결을 가능하게 하며, 중소기업의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게 해준다. 서울시와 많은 도시가 공공데이터 플랫폼을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오픈해 다양한 영역에서 빅데이터를 이용해 기존 산업을 혁신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의 변화는 빅데이터 수집이 어려운 중소기업들에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 주는데, 이는 기존의 중소기업 지원 정책이 바꿔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오래전에 만들어진 중소기업 지원 정책은 수출 중심이거나 재정적 지원 형태였다. 이러한 지원에서 제4차 산업 혁명에 맞는 중소기업 지원책이 필요해진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프로그램은 어떤가? 대기업에 종속돼 협력업체에만 머무르는 상생프로그램으로는 중소기업이 자체 경쟁력을 키우기에는 한계가 있다.

애써 개발해온 중소기업의 특허와 기술들이 대자본과의 경쟁에서 싹도 나기 전에 사그라지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4차산업 혁명에 맞는 대기업 중소기업 상생의 프로그램은 공공데이터 플랫폼 공유라는 개념에서 출발해야 한다. 대기업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빅데이터는 공공데이터 이상으로 가치가 있지만 사유화돼 공유되기 어려운 분야이다.

국제표준화기구가 제정한 ISO26002010111일 발표됐으며, 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 대한 국제표준으로 글로벌 기업들이 준수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단순한 중소기업의 하청이나 대체 용역지원이 아닌, 근본적으로 중소기업이 해당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대기업의 빅데이터 공유를 가능하게 하는 것도 대기업들이 할 수 있는 강력한 상생프로그램이 될 수도 있다.

데이터 3법이 통과된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빅데이터에 대한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양질의 빅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나 방법이 매우 제한적이다.

대기업처럼 수많은 고객 데이터나 소비 관련 데이터를 확보할 플랫폼이나 예산을 투자할 수 없으므로 4차산업혁명에 대응할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이에 대기업들이 전향적으로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위해 빅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해 중소기업들이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상생제도를 만들어 볼 것을 제안한다.

공공데이터가 모든 이들에게 공유되고 오픈된 것은 이 데이터가 공공재라는 관점에서 출발했다.

대기업 역시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던 것도 소비자가 이용해주고 그 브랜드를 사랑해 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대기업이 가진 양질의 빅데이터를 사유재가 아닌 공공재로서 중소기업들이 공유하고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면 지금까지 어느 중소기업 지원프로그램보다 효과적인 제도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오래된 중소기업의 지원책이 아닌 빅데이터 공유를 통한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어 새로운 중소기업의 미래를 함께 열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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