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IZ 인사이트]윤병섭 한국중소기업학회 부회장

윤병섭 한국중소기업학회 부회장
윤병섭 한국중소기업학회 부회장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대리점의 권익을 제고하고 권리 구제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가 다수 포함된 대리점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대리점사업자 단체구성권을 명문화하고 악질적인 행위인 보복조치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대리점 분야에 동의의결 제도를 도입하고 모범거래기준 및 표준계약서 상향식 제·개정 절차의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이로써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자신만의 특수성을 갖추어 나가며, 공정거래 분야에서 독자적인 법으로 자리매김하는 모양새다. 공정위는 201612월 시행된 대리점법을 근거로 지난해 10월 한샘이 대리점들에게 판촉행사 비용을 전가한 행위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했고, 올해는 식음료·통신·의류 업종 공급업자들의 계약서 미교부행위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불공정 대리점 거래에 대해 제재를 부과하고 있다.

대리점법은 제정 당시 공정거래법으로도 대리점거래를 규율할 수 있고, 다양한 대리점거래를 일률적인 기준으로 규율하기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필요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대리점법 시행 이후에는 대리점분야 불공정거래행위 유형 고시, 대리점분야 불공정거래행위 심사지침 등 대리점분야의 특수성을 담은 각종 하위규정들이 제정되는 등 대리점법 나름의 독자성이 갖춰지며 법 제정 당시 우려했던 논란이 무색해졌다. 최근에는 공정위가 식음료, 의류, 통신 등 다양한 업종의 표준대리점계약서를 제정해 보급하고 있어 다양한 거래현실을 적절히 규범에 반영해 대리점거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표준계약서 보급 6개 업종뿐 보급 속도내 사각지대 막아야
자율적 상생의 장 마련 바람직공정위 심판·중재자역 기대

대리점거래는 모든 산업·업종에서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며 그에 따른 불공정행태도 차이가 크다. 전 분야에서의 대리점거래실태를 면밀히 파악하고 이를 반영한 적실성 있는 시책이 마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가령, 슈퍼마켓에 식재료를 공급하는 창고 형태의 식음료 대리점들과 소비자들이 내방해 옷을 구매하는 매장 형태의 의류 대리점들이 평소 생각하는 애로사항과 개선 필요사항에는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또한, 공급업자로부터 물품의 소유권을 이전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타이어 대리점들과 공급업자 소유의 서비스에 대해서 판매를 해주고 수수료만 지급받는 통신 대리점들은 공급업자와의 거래행태와 이로부터 파생된 불공정거래행위의 양태에 차이가 클 것이다.

하지만 그간 공정위가 대리점거래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표준대리점계약서를 보급한 업종은 6개 업종에 불과하다. 거의 모든 업종에서 대리점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실태점검과 표준계약서 보급 속도에 보다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공정위가 아직까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는 업종의 경우 대리점법상 기본적인 의무사항인 대리점계약서 교부에서부터 대리점분야에서 고질적으로 문제가 되어온 밀어내기까지 각종 불공정거래행태가 거리낌 없이 자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조속히 대리점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업종들에 대하여 어떠한 공급업자와 대리점이 경제주체(player)로 존재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들이 어떠한 애로사항과 불공정행위를 겪고 있는지 파악하고, 이에 맞춘 공정한 게임의 룰을 설정하면서도 문제되는 행위를 엄단할 필요가 있다.

이에 더해 공급업자와 대리점들간 자율적인 상생의 장을 조성하는 것이 지속적인 대리점거래의 발전을 위해서 필수적이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대리점분야에서도 8개 공급업자가 공정거래협약을 체결했다니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하도급·가맹 등의 분야에서 306개의 기업들이 7만여개의 중소협력업체들과 공정거래협약을 체결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대리점분야에서의 상생협력은 아직 부족하고 갈길이 멀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하지만 대리점들은 우리경제 유통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다. 공급업자와 대리점이 공정한 거래질서 속에서 건강하고 경쟁력 있는 산업생태계를 구축할 때 우리나라 경제활력이 살아날 수 있다.정책당국은 이를 명심하고 보다 빠른 속도로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공정위의 대리점거래에서 공정한 심판이자 따뜻한 거래생태계 조성을 위한 중재자 역할을 기대한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