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사이트] 포스코

국내 최대 철강기업인 포스코는 CEO 리스크가 자주 일어나는 곳이다. 역대 포스코 회장을 지낸 사람들이 정권이 바뀌는 시기마다 교체 됐다. 포스코 회장을 선임하는 데에 있어 정부의 입김이 거센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몇몇 포스코 회장들은 자체적으로 정부와의 거리두기를 시도했지만, 쉽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이제 20183월에 취임한 최정우 회장. 이제 임기 3년 중 1년 남짓 남은 최 회장은 취임 초기부터 포스코가 기업시민으로 거듭나겠다는 새로운 기업이념을 내걸며 그간 안간힘을 썼다. 포스코는 국내 최대 철강기업이면서 세계 톱5의 글로벌 기업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민간기업인 포스코가 한국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기업시민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포부였다.

과연 최정우 회장은 역대 포스코 회장들과는 다른 성과를 내고 있을까? 그의 임기는 내년 3월로 끝나게 된다. 최정우가 이끌던 포스코의 지난 업적과 혁신을 평가할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포스코는 거의 매 회장때마다 임기 말년에 각종 구설수에 올랐다. 각종 게이트에 연루 돼 구속되거나, 중도퇴진의 위기를 겪었다. 일일이 과거를 논하기는 그렇지만, 포스코 회장과 관련해 좋지 않은 일들이 연달아 일어났다.

 

글로벌 철강 침체 속 실적 선방

그래서 업계에서는 현재 최정우 회장 체제로 그가 연임에 성공하고 좋은 성과를 남기는 유종의 미를 거둘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정우 회장이 연임 도전하겠다는 공식적인 메시지를 아마도 올해 연말쯤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최 회장은 포스코 개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고, 그 결실이 조금씩 나오고 있기에 그렇다. 최정우 회장은 지난 취임 100일째 포스코 100대 개혁과제를 발표한 바 있다. 거대 포스코 조직과 사업을 혁신하고 100가지 개혁을 이루려면 3년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최정우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려면 명분이 필요하다. 기업에서 명문은 실적이 대부분이다. 현재 포스코의 성적은 어떨까? 지난해 포스코의 실적만 보면 합격점은 아니다.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30%나 감소했기에 그렇다. 포스코는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38689억원이었다. 30%나 감소한 성적표만 보면 우등생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모범생 역할은 잘 해왔다.

포스코 재무구조가 점점 탄탄해졌기 때문이다. S&P와 무디스가 현재 포스코에 각각 BBB+(안정적), Baa1(안정적)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글로벌 1위 철강기업인 아르셀로미탈과 일본제철의 신용등급 전망이 작년과 올해에 걸쳐 부정적으로 하향한 것과는 비교되는 상황이다. 최근 들어 철강쪽 업황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는 상황을 보면 결과적으로 실적 선방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실적이라는 명분을 어느 정도 획득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업시민이라는 최 회장의 혁신 이정표에 맞춰 포스코라는 거대 조직이 방향을 틀고 나아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특히 최 회장의 혁신은 단순한 신사업을 추진하는 걸 넘어서 포스코라는 기업 속성을 바꾸고 기업의 문화 등 뿌리를 바꾸는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그가 추구하는 혁신의 이정표 기업시민은 일반 시민들처럼 기업에게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일정한 권리와 책임이 주어진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는 타 기업에서 추진하는 사회적 책임경영과 비슷하다. 그래서인지 최근 포스코는 상생과 협력의 성과들이 많았다.

전통 공정기술을 다루는 뿌리산업에 포스코는 스마트공장을 구축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중소기업에도 적극적인 지원을 나서고 있다. 포스코 정도면 철강업계에서는 영원한 갑일 것이다. 하지만 요즘 포스코에서는 갑의 정신은 사라지고 서비스 정신이 강화되고 있다.

이렇게 기업시민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앞서 설명한 CEO 리스크의 흑역사를 종식시키기 위한 것도 있다. 원래 포스코의 최대주주는 정부였지만, 2000년 모든 지분을 팔면서 순수 민영기업이 됐다. 그러나 과거 공기업의 잔재가 남은 터라, 포스코 회장 자리가 정권의 입김이 작용하는 자리가 되기도 했다.

최정우 회장은 이러한 악순환을 끊을 방안을 기업시민이라는 개념에서 찾고 있다. 왜 하필 기업시민일까? 포스코의 기업역사가 우리 국민의 피와 땀으로 이뤄졌기에 그렇다. 지난 1965년 한일협정으로 일본 정부에게서 받은 배상금으로 포스코의 전신인 포항제철이 세워졌다. 기업시민의 개혁의지에는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시대정신과 책임감이 담겨져 있다. 그래서 최 회장은 사회가 필요한 기업, 국민이 원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새로운 이정표를 다지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사상 첫 비 엔지니어 CEO

어찌 보면 기업시민이라는 개념을 완전히 포스코에 이식하기 위해서는 ‘10년지대계의 중장기 프로젝트로 가야 한다. 결국 혁신의 시간을 얼마나 유지하는가에 달렸다. 최정우 회장이 연임에 성공한다면, 기업시민이라는 새로운 모토를 끌고 갈 경영권 승계자 육성도 필요하다. 내부개혁은 한명의 CEO가 연임을 해서 종지부를 찍을 수 없기에 그렇다.

포스코에 CEO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이 없었던 건 아니다. 포스코라는 거대 조직이라면, 차기 CEO 후보들을 육성하는 과정이 필요한 건 당연지사다. 앞서 권오준 전 포스코 회장도 일부 프로그램을 가동했었다. 최정우 회장이 기업시민의 정신을 포스코의 수많은 계열사와 수십만명의 전체 임직원에게 전파하려면 경영철학을 이어받는 후계자 양성에 적극적이어야 할 것이다.

일단 최 회장의 지난 경영 성과를 짚어보면, 그가 취임한 뒤에 협력업체와 상생방안 등에서는 크게 발전했다는 평가를 자주 받고 있다. 확실히 갑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있는 거 같다. 하지만 내부개혁에 있어 여전히 안전 문제와 노조와의 갈등 등은 숙제다. 최근 이슈 중에 하나는 포스코가 경영난맥을 돌파하는 일환으로 그룹의 물류를 통합하는 계열사 출범을 준비하고 있자, 기존 거래 관계에 있던 해운회사들과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 스스로도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그래도 포스코 개혁의 기대감은 여전히 높다. 포스코 내부는 물론 업계에서도 최정우라는 독특한 이력에 혁신 에너지를 찾고 있다. 일단 그는 포스코 50년 역사를 통 틀어 첫 번째 엔지니어 출신의 회장이다. 또 최 회장은 1998년 이후 20년 만에 탄생한 서울대 출신의 회장이다.

전통적으로 포스코 회장은 철강에 대해 뭘 좀 아는 전문가들이 회장이 됐다. 또 포스코 역대 회장은 서울대 이공계 졸업생의 엔지니어 출신이었다. 유상부, 이구택, 정준양, 권오준 등이 모두 그랬다. 그런데 최정우 회장은 부산대에서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엔지니어 출신도 아니고 서울대 출신도 아닌 최정우 회장에게 왜 포스코의 경영 운전대가 맡겨 진 걸까?

어찌 보면 시대가 최 회장을 선택한 거 같다. 그가 취임한 2018년은 포스코 창립 50주년이었다. 그런데 당시에 철강 업계는 최악의 침체기에 접어들었었다. 넥스트 50년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절망론까지 나왔다. 새로운 에너지, 새로운 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포스코 내외부에서 나왔다.

그렇지만, 만약 새로운 도전에 포스코의 거대 운명을 걸 수는 없다. 적어도 철강이 뭔지는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래서 최정우 회장이 앞에 서고 철강을 잘 아는 전문가인 장인화 사장에게 철강사업 전반을 맡겼다. 그리고 철강이나 신사업 분야도 최 회장이 직접 드라이브를 거는 게 아니라 각각 더 전문경영을 할 수 있는 인물을 중용해 글로벌 인프라부문장과 신성장부문장을 뒀다. 포스코의 새로운 책임경영체제였다.

이쯤 되면 눈치를 챈 독자도 있겠지만, 최정우 회장은 전문가 포지션을 가져가기 보다는 지휘자, 조율자로서의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아마도 포스코 역사의 첫 경영 전문가가 등판했다고 볼 수도 있다. 역대 회장들이 철강사업에 올인하는 전문CEO였다면, 최 회장은 한발 물러나 그룹의 전체 조화를 중시했다.

 

전기차 관련 프로젝트 추진

특히 권오준 전 회장 시절에 그는 포스코의 CFO를 맡으면서 구조조정을 사실상 주도했었다. 그 만큼 재무적 역량이 뛰어난 사람도 포스코 내부에서 드물다. 게다가 그는 핵심 계열사의 경영을 두루 경험했다. 포스코건설,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케미칼 등을 거친 덕분에 그룹의 속속을 들여다보게 됐다.

기업시민이라는 좀 더 포괄적인 경영철학이 포스코 맨 앞단에서 그룹을 끌고 있다면, 실제 포스코의 각종 사업이 지향하는 실행계획은 다음과 같이 한 마디로 정리된다. 바로 포스코를 종합소재기업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최정우 회장은 전기차에 집중하고 있다. 처음 듣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이미 포스코는 그룹 전반에서 전기차와 전기차배터리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실 포스코를 종합소재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비전은 2000년대 후반 정준양 전 회장 시절부터였다. 그때는 녹색성장이라는 국가 비전에 포스코가 앞장섰고, 종합소재 사업을 하나둘 실행했었다. 현재의 포스코는 전기차 시대라는 새로운 친환경 사업에 즉각 대응 중이다. 관련 소재부품을 공급하는 프로젝트가 차근히 진행 중이다.

포스코만 종합소재기업으로 혁신의 걸음마를 떼고 있다. 왜 서둘러 뛰지 않는지는 이유가 다 있다. 글로벌 철강기업들이 모두 혁신을 주도 했다 쓴맛을 봤다. 신일본제철, US스틸 등이 각각 반도체와 에너지 사업에 도전했다. 그러나 현재 실패의 성적표를 받아 들고 주춤거리고 있다. 그래서 최 회장은 포스코의 변화를 진중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혁신의 선두 계열사는 포스코케미칼이다. 특히 최정우 회장은 2차전지소재사업에 방점을 찍고 포스코케미칼을 중심으로 양극재와 음극재 생산능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194월 양극재 기업인 포스코ESM을 포스코케미칼로 흡수합병하면서 이곳에서 양극재와 음극재를 모두 생산하는 구조조정도 했다. 양극재의 원료인 리튬은 포스코에서 진행하고 있는데 이것도 조만간 포스코케미칼로 옮겨질 가능성이 높다. 포스코케미칼이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수록, 최 회장의 운명도 이 회사에 달렸다고 본다. 100년 기업의 길을 가기 위해 최정우의 포스코가 큰 걸음을 걷고 있다.

 

- 차병선 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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