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인상·인하했다간 ‘때늦은 후회’
브랜드 정체성 따라 신중한 선택 필요

이달 14일부터 제품 가격을 인상할 계획입니다.” 지난 5월 샤넬 한국법인의 공지 사항이었다. 정확히 몇 %를 올린다는 내용도 없었다. 뻔뻔스럽고 나쁘게 보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업계는 샤넬의 글로벌 가격 조정 정책에 따라 일부 모델 가격이 7~17% 정도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고 실제 샤넬의 인기제품인 클래식 미듐은 700만원대에서 800만원대가 됐다. 코로나19는 물론 어떠한 경제위기에도 굴복하지 않겠다는 선언 같았다.

불경기에 기업의 가장 중요한 결정 중 하나가 가격이다. 그렇다면 이 패션 업체의 가격 결정은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요즘 가격인하는 명백한 추세다. 전자제품 소매 업체부터 각종 서비스 업종에 속한 기업들도 지난해 대비 가격인상 폭을 조정하고 있다.

이럴 때 기업의 가격 결정은 즉각적인 결과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경쟁적 위치와 브랜드 파워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가격을 갑자기 큰 폭으로 내린 기업은 동종 업계의 고객들을 빼앗아 올 수 있으나, 손익을 회복하려면 몇 년을 희생시켜야 한다.

물론 패션 명품 브랜드처럼 가격이 곧 브랜드 정체성일 때 가격할인은 정말 위험하다. 하루아침에 싸구려 이미지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이러한 원칙은 피자나 석유 같은 비사치품도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가격 결정은 일반상품이든 럭셔리든 신중해야 한다.

그렇다면 코로나 시대에 기업이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을 어떻게 결정해야 할까? 이를 위해 아래 2차원 그래프를 살펴보자. 한축은 일반 상품에서 완전히 독특한 상품에 이르기까지 고객이 제품과 서비스를 어떻게 차별화하는지를 나타낸다.

다른 한축은 필수품에서 기호상품에 이르기까지 고객이 제품과 서비스를 얼마나 필요하다고 느끼는지를 나타낸다. 따라서 우리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가 2차원 그래프 어디에 속했는가를 먼저 파악하는 게 좋다.

가장 좋은 위치는 독특한 필수품이 속한 지점(A)이다. 소비자가 반드시 가져야 하고 유사한 대체품이 전혀 없다. 매우 평범한 상품이라도 이 위치에 들어간다면, 경기가 얼마나 나빠지든 고민을 크게 할 필요가 없다. 예를 들어 개인 위생품 브랜드 중 선호도가 높은 제품은 요즘 같은 때 가격을 올릴 수 있다. 코로나 진단키트나 치료제가 해당된다.

최악의 위치는 기호품이 속한 반대편(D)이다. 경쟁 제품 간에 차이가 거의 없다. 대표적인 업종이 대형 항공사들이다. 여행은 자주 연기되고 항공편이 많은 노선에서는 굳이 특정 항공사를 선택할 이유도 없다. 자동차 업체도 D에 속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차를 1년 더 탈 수 있는데 굳이 새차를 사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프의 나머지 두 부분(B, C)은 최고와 최악의 중간이다. 생활필수품(C)은 화장지와 마스크 같은 것이다. 모든 사람이 계속 구매하겠지만 브랜드는 별로 상관없다. 매우 차별화된 기호상품(B)은 고가의 스마트폰이나 1억원이 넘는 수입차다. 독특하지만 꼭 필요하지는 않다.

영리한 기업은 이러한 방법으로 고객을 분석하고 가격을 정한다. 가격 결정은 항상 중요하지만 경기호황 때는 제대로 매기지 않아도 타격이 별로 없다. 하지만 지금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왜냐하면 지금 내린 결정에 대해 오래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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