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지 기자에서 셰프로, 다시 베스트셀러 작가에서 팟캐스트(인터넷 라디오) 진행자로. 시대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해 온 글쓰는 요리사박찬일 셰프가 음식을 매개로 한 경제이야기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은 중소기업에 혜안을 제시한다.

 

소상공인들에게는 일종의 예민한 이 있다.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이것이 엄청난 파도가 될 수 있으리라는 위기감을 느낀 게 나만이 아니었다. 일종의 생존감각이었다. 생각해보라. 우리가 넘어온 삼각파도, 거대한 쓰나미가 얼마나 많았던가.

저 멀리 IMF는 차치하고라도 신종플루와 사스, 메르스 같은 전염병이 영업과 생업을 위협했다. 그때마다 한바탕 마치 태풍 이후처럼 바닥이 뒤집어지고 장사 생태계가 엎어졌다. 나는 2월에 이미 관련된 위험을 언론에 칼럼으로 알린 적이 있다.

이대로 놔두면 다 쓰러진다, ‘반값할인과 출혈경쟁이 있을 것이다, 정부에서는 각종 세제혜택이나 영업지원, 임금보전 같은 정책을 다 써달라는 것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정부의 반응이 실제로 있었다. 재난지원금을 풀어 잠깐이나마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사실, 바닥 상권은 안 그래도 상당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이라는 말은 이제 지겨운 수사가 됐다.

정치인들이 선거 무렵에 재래시장에 들르는 유세활동 중에 상인들의 싸늘한 반응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런 문제는 한국만의 상황은 아니다. 세계 경제는 이미 유기적으로 연계돼 있어서 나쁜 조건들도 서로 영향을 끼친다. 고용과 소득 불균형 문제가 제일 커 보인다. 유럽에서는 벌써 1000유로 미만의 월급으로 살아가는 청년 문제에 대한 경고가 나온 것이 20년도 넘었다. 경제악화-고용불안-소비감소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디플레이션의 양상이었다.

한국은 IMF 이후 외부의 강펀치에 비틀거리면서 어느 정도 내성을 키워왔다. 그렇지만 청년 문제는 해결이 어려운 당면 문제가 되고 있다. 여러 전문가와 행정부의 진단이 있겠지만, 우리 소상공인들이 바라보는 시각은 좀 다르다.

대기업의 고용 저하가 시장에 주는 충격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청년들이 취업이 안 되고 아예 알바로 살아가는 현상은 곧 전체 경제침체의 불씨가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취업하고, 결혼하고, 소비하고, 다시 생산하는 선순환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벌 수 없으니 못 쓴다. 시장이 지속적으로 맥을 못춘다. 더구나 취업이 어려운 다수의 청년들이 곧바로 창업시장에 뛰어든다. 창업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대개는 소비적인 말단 시장에 들어온다는 뜻이다. 식당, 카페업은 청년 창업으로 포화상태가 됐다. 버는 사람은 없는데, 쓰는 시장만 늘어난다. 옛날에 떡장수와 술장수 일화가 있다. 장사가 안 돼 한 잎으로 서로 물건을 팔아줬다. 재고를 모두 소진했다. 이른바 완판이다. 그런데 두 사람 사이에 남은 것은 한 잎의 돈뿐이다. 다음날 장사할 물건 살 돈도 없게 된 것이다.

요즘 이런 상황이 정책의 문제인지, 아니면 세계적인 경제흐름의 문제인지 우리는 잘 모른다. 그저 묵묵히 일한 우리 모두의 잘못인가. 언론에서는 툭 하면 수출이 안되고 불황이 이어진다고 경고한다. 요는, 자영업과 중소기업은 경제의 뿌리라고 하면서 누구도 근본적인 대책이랄까, 아니면 상황을 들여다보는 깊이 있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요새 뭔 사달이 난 건지 다들 부동산과 주식시장에 몰빵하는 분위기다. 시중에 돈은 남아돌아 투기판이 됐는데, 소비는 이어지지 않는다.

코로나19로 집합 모임은 줄이라고 방역당국은 요구하지만, 실제로 강력한 차단작전은 쓰지 못한다. 경제 위축 때문이다. 정부는 정부대로, 시장은 시장대로 한여름에 불안한 살얼음판이다. 이게 무슨 도깨비 같은 상황인지 모르겠다. 이래도 괜찮은 걸까. 잠자리에 들면서 내일이 불안한 건 나만은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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