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빌딩 속에만 갇혀 있다가 모처럼 지방출장길에 오르니 어느새 들판은 황금빛 곡식으로 가득하다.
절로 마음의 여유와 풍요로움이 느껴진다.
얼마만인가? 이렇게 푸르른 가을 하늘과 황금빛 논밭을 본 것이…. 아니 사실은 이미 여러번 스치며 보았을 터이지만 오늘 유난히 각별한 느낌으로 보여진 것이리라. 이미 한창 무르익어가는 논밭이 정신없이 새삼스럽게 소중하고 고맙게 여겨지는 것은 유독 살아온 시간들에 대한 반성이기도 하다.

쉽사리 예단하지 말자
문득 학창시절에 읽었던 시 중, 이렇듯 제대로 된 원인을 파악하지도 않은 채 쉽사리 내린 결론이 얼마나 한 여인의 삶을 처절하게 만들었는지를 잘 표현해 준 서정주님의 시가 생각난다.
오래되어서 표현하나하나가 일일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내용은 옛날옛적 꼬마신랑, 신부가 첫날밤을 맞았는데 갑자기 화장실이 급한 신랑이 벌떡 일어나 나가려하자, 조신해야할 신부가 감히 신랑이 나가는 것을 붙잡으려 옷 뒷자락을 꼭 부여잡고 놓아주지 않았더라나. 이를 괘씸히 여긴 신랑이 이 깜찍한 신부의 맹랑한 행동에 대한 분풀이로 화장실 일을 다본 후 다시 돌아가지 않았단다. 한편 영문 모르는 신부는 숱한 세월을 기다리다가 지쳐 그대로 폭삭 재가 되어 주저앉았다는 이야기.
어린마음에도 이 시를 읽으며 이것이 비단 남녀간의 문제뿐 아니라 인간관계에 있어서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생각하며 진지했던 기억이 있다. 조직생활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기업의 경우 CEO를 비롯한 경영진이나 관리자들의 경우 조직원들이 사실적 정보제공을 통해 우리회사의 현실이나 처한 어려움들을 담백하게 이해하고 극복할 수 있도록 적절히 지원해야 할 것이다.

사실적 정보제공 공유해야
그 중 가장 첫 번째로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의 단절이나 불필요한 오해의 요소를 극복하기 위해서 먼저, ‘예단하지 말 것’을 권하고 싶다.
위에서 소개한 싯귀에서도 신랑이 단한번이라도 나가기 전에 신부에게 도대체 왜 옷자락을 잡는 것인지를 물었더라면 신부에 대한 오해는 없었을 것 아니겠는가.
따라서 필자는 위와 같이 어처구니없는 예단이 만드는 실수를 의외로 조직 내에서도 빈번히 겪고 있는 경우들을 보면서 조직내 의사소통의 원칙을 공유하고 싶다.
두 번째로 이런 오해를 미리 막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표현, 혹은 보고(항변)등이 필요하다. 이 정도면 상대가 굳이 얘기를 하지 않아도 알아듣겠지 라거나 분위기만 봐도 상대방이 느끼겠지 나아가서 이런 상황을 알아서 잘 대처해 주겠지 라고 하는 표현되거나 제기되지 않은 이면의 것들을 상대방이 알아서 이해하거나 고려해주기를 바라는 것 또한 너무 무리한 주문이라는 것을 미리 밝혀두고 싶다.
따라서 경영진이 보다 담백하고 정성을 들여서 조직원들과 조직내부의 정황들을 공유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조직원들 역시 알아서 해주기를 원하거나 서운한 마음을 품기보다 담백하게 그때그때 문제를 제기해서 정확한 답변을 듣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만일, 신부가 그냥 앉아서 하염없이 신랑을 기다리지 않고 자신이 옷자락을 잡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해명했더라면 그렇듯 오랜 시간을 한과 눈물로 보내지 않았으리라.

김형아
(주)하이에치알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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