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중소기업협동조합이 취약한 상황에 놓이게 된 근원은 조합의 생성과정이 유럽, 북미 등의 선진국 조합처럼 자생적 결성조합이 아니라, 60년대 근대화과정에서 정부에 의해 인위적으로 결성된 조합구조라는 점에서 조합 활성화를 위한 공동사업의 원활한 추진에 한계를 지녀왔다는데 있다.
또 다른 근원은 조합의 왕성한 활동을 위해 정책적으로 배려하고 있는 다른 선진국과는 달리 우리의 경우는 중소기업조직화정책이 거의 없어왔다는데 있다.

체계적 조직화정책 全無
정부는 지난 60년대 근대화과정에서 전국적인 산업조직단체의 필요성에 의해 단체수의계약제도를 당근으로 제공하면서 인위적으로 오늘의 조합구조를 탄생시킨 이후 지난 40여년간 시대변화에 맞는 조직화정책을 거의 추진해오지 못했다.
따라서 관치에 의해 형성된 조합구조 하에서 우리나라 중소기업협동조합은 단체수의계약제도 이외에 다른 사업활동을 전개해야 할 유인이나 인센티브를 느끼지 못해왔으며, 이를 조합의 탓만으로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조합 스스로 조합다운 조합으로 변모할 수 있는 조합구조를 형성해야 할 정책적 의무와 책임을 정부가 지난 40여년간 소홀히 해온 채 이제 와서 정부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관치로 조합구조를 결성할 당시 유인책으로 제시한 단체수의계약제도를 전체적·균형적 시각이 아닌 지엽적인 불미스러운 운영사례 관점에서 불공정하다는 이유로 실효성 있는 대안 없이 폐기하려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본다.
따라서 정부는 중소기업기본법 제13조에 명시된 바와 같이 중소기업조직화정책의 기본책무와 의무를 다할 수 있는 보다 실효성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며, 그 방향은 다음과 같이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먼저 우리나라 중소기업협동조합 구조가 지금과 같은 전국단위의 업종별 협동조합구조에서 과감히 탈피해 사업조합이나 지역별 소조합 중심구조로 개편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정비와 함께 정책적 지원이 마련되는 방향이어야 한다.

조합기능 활성화에 지원 절실
물론 현재도 우리나라 중소기업협동조합법체계는 다양한 형태의 조합설립과 해산이 가능하다. 그러나 문제는 조합이 조합다운 활동을 전개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돼 있지 못하다는 점에서 이런 환경조성을 위한 정책적인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
다음으로 중소기업협동조합을 통해 중소기업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런 방향으로 추진될 때 정부의 중소기업정책 효율성은 지금보다 훨씬 제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80년대의 경제위기에 즈음해 협동조합에 의한 고용창출을 유도하는 말코라법(85년), 조합을 통한 실업대책 및 지역개발을 모색하는 청년기업가장려법(86년), 조합을 통해 도산기업의 재건을 지원하는 신말코라법(99년) 등을 제정해 운영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협동조합을 통한 사회경제적 역할 제고정책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럽이나 북미 선진국들이 2000년대 들어서 오늘날과 같이 자본주의가 고도화되고 세계경제흐름이 급변하는 환경변화 속에서 협동조합을 조합다운 조합으로 변모시키기 위해 조합혁신에 대한 정책적·제도적 노력을 꾀하고 있다는 점에 관심을 가질 때다.
우리도 이제는 새로운 중소기업협동조합 구조설계를 통해 조합 본래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여건조성과 정책적 지원을 모색할 시기에 있다.
이런 일련의 조합구조변혁을 통해 조합이 조합다운 모습으로 재편된다면 최근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단체수의계약제도의 유무에 관계없이 중소기업협동조합의 연착륙은 가능할 것이며, 동시에 조합에 대한 수요는 끊임없이 재창조될 것으로 믿는다.

김 수 환
중소기업연구원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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