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개최된 단체수의계약제도 개편 공청회에서 나온 정부측의 폐지 타당성 주장은 정부가 경제주체의 갈등을 해소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심각한 의문을 가지게 된다.
우선 정부는 폐지의 근거로 중소기업간 경쟁체제로의 전환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제고시킨다는 논리를 들고 있다.
우리의 중소기업 환경이 중소기업 경영자로 하여금 경쟁력 확보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분위기인가에 대한 의문과 정부에서 말하는 경쟁력이 무엇인가에 대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갈등해소 정부의지에 의문
우리 중소기업은 선진국들에 비해 높은 법인세 부담과 담보관행에 따른 금융시장에서의 자금접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거래지속을 유인으로 한 대기업의 부당한 제품단가인하 요구와 노동시장에서의 높은 인건비 상승 및 외국인 노동자조차 구하기 힘든 고용허가제도의 시행 등 이루 열거하기 힘든 불합리한 규제와 불공정 관행으로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에서는 중소기업계나 학계를 중심으로 단체수의계약제도 폐지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예상 밖으로 높게 나오자 제도폐지로 인한 충격과 과당경쟁 및 대기업 하청기업화 등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등급별 경쟁제도, 저가 입찰가격조사제 등 당근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시장이 아닌 정부에 의해 개별 경제주체인 중소기업을 통제하기 위한 새로운 규제수단은 아닌지 우려된다.
지난해 말 국내 정부조달규모는 21조3천억원 수준으로 이중 중소기업의 단체수의계약 비중은 15.4%인 3조3천억원 규모로 특히 내자구매만을 감안할 경우 40% 수준에 육박한다.
이러한 규모는 특혜시비가 일어날 수 있을 정도라는데 이견이 없지만 자원배분의 효율성 측면에서 경쟁체제 도입이 고려돼야 함에도 경쟁력 제고의 수단으로 강조돼 부작용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어려운 중소기업의 경영환경과 수요 독점적 조달시장에서의 경쟁은 과당경쟁, 저가경쟁 및 불공정 담합행위만을 야기시켜 정부의 당초 목적인 경쟁력 제고는 물론 자원의 사회적 낭비만을 초래할 것이다.

단체수계 폐지 주장 재고해야
이러한 폐단으로 세계무역기구(WTO)에서는 정부조달협정에서 일정한 경우 교섭방식에 의한 입찰방식이 인정되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정부조달 규모가 가장 큰 시장인 미국조차 이러한 방식이 경쟁입찰제도와 함께 제도화돼 운영되고 있으며 유럽연합(EU)에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점은 우리에게 고무적인 일이다.
아직 단체수의계약제도가 교섭방식에 의한 입찰참가 방식인지에 대한 논란은 남아 있지만 WTO나 OECD의 중소기업 정책의 기본정신이 각국 중소기업의 특수성과 경제여건을 최우선 고려대상으로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폐지만을 주장한다는 것은 행정 편의적인 논리로 보인다.
정부는 경쟁의 중요성만을 내세우기에 앞서 실물시장과 금융시장에서 개별 중소기업의 교섭력 부족으로 제품단가나 금융비용면에서 과도한 후생감소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대기업들의 막강한 자금력과 영업력, 중소금융시장에서의 금융기관의 우월적 지위를 개별 중소기업이 제품경쟁력만으로 유리한 협상을 유도할 수 있는지를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 중소기업청(SBA)의 경우 해마다 중소기업의 후생증진을 위해 두가지 전략적 목표를 가지고 중소기업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한다.
그 첫째가 중소기업의 경제환경을 개선·증진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매년 막대한 비용을 들여 30여개의 연구보고서를 만들어 중소기업의 조달시장 참여를 국회나 정부당국에 건의하고 있다.
이와 비교해 우리의 중소기업청은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얼마나 심도있게 연구했는지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다.

조 길 종
기술신용보증기금팀장·경제학 박사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