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폭 할인에 내놓자마자 완판
서울시 하루 결제액 80억 돌파
제로페이 이용실적 동반 상승
내수침체·코로나 속 고공행진

서울 마포구에 사는 A씨는 최근 20만원인 아들의 자전거를 사면서 현금 16만원만 사용했다. 서울지역상품권인 마포사랑상품권을 사용한 덕분이다. 현금 17만원으로 마포사랑상품권 20만원을 구매했고, 1만원은 캐시백으로 돌려받았다. 지역상품권으로 구입하면서 약 20%에 가까운 할인 혜택을 누린 것이다. 회원 47000명을 보유한 네이버 카페 마포에서 아이 키우기에는 요즘 마포사랑상품권 관련 게시글이 매일 수십 건씩 올라온다. “A마트에서 마포사랑상품권 받아요.” “B학원 결제도 마포사랑상품권 해도 될까요?” 등 질문도 구체적이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해당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지역상품권을 맞교환하거나 현금 거래하자는 글도 잇따르고 있다.

 

내수시장 침체 타고 지역상품권 인기

코로나19로 얼어붙은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 각 지자체가 지역상품권(지역사랑상품권)을 대폭 할인 판매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가장 인기를 끈 것은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는 최대 20%가량의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서울사랑상품권 800억원 어치가 시판 1주일 만인 지난 8일 완판됐다고 밝혔다. 앞서 같은 할인율이 적용된 상품권 500억원 어치가 시판 열흘 만인 지난 1일 동난 데 이어 또다시 완판 행진을 이어간 것이다.

모바일상품권 형태인 서울사랑상품권은 시가 소상공인들을 돕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 1월 중순 120억원 어치를 발행하면서 처음 나왔다. 양천구에선 양천사랑상품권, 중구에선 중구사랑상품권이란 이름으로 나오는데 해당 지역에서만 쓸 수 있다.

1300억 어치가 보름여 만에 소진된 것은 높인 할인율 때문이다. 처음 물량인 120억원이 모두 판매되는 데 2개월이 걸렸지만 코로나19로 얼어붙은 소비를 살리기 위해 지난달 23일 당초 10% 수준이던 할인율을 15%로 상향해 500억원 어치를 내놓자 열흘 만에 소진됐다. 이 상품권으로 결제를 하면 5% 캐시백 혜택까지 줬기에 사실상 20%에 가까운 할인율이 적용돼 날개 돋친 듯 팔린 것이다.

입소문이 나면서 같은 할인율로 나온 800억원 어치가 팔리는 데에는 열흘도 걸리지 않았다. 서울사랑상품권 이용액은 하루 평균 5억원이었으나 지난 7일에는 하루 결제액이 80억원을 넘어섰다. 사용자 급증으로 인한 긴급 시스템 점검에 따라 6일 오후에 관련 앱 사용이 일시 중지되기도 했다.

서울시는 당초 7월 말까지 약 20% 수준의 할인율을 적용한 상품권(캐시백 5% 포함)을 팔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조기 완판됨에 따라 다시 원래 수준인 10% 할인율을 적용한 상품권 460억원 어치를 내놓았다. 상품권 구매자가 급증함에 따라 당초 오는 21일까지로 예정됐던 5% 캐시백 혜택도 지난 7일 자정으로 종료시켰다.

 

8억 이하 가맹점 수수료 ‘0’

서울시와 자치구가 협업해 운영하는 이 상품권은 지역 내 제로페이 가맹점에서만 쓸 수 있다. 이 때문에 제로페이 이용 실적이 덩달아 급증하고 있다. 제로페이는 소상공인의 가맹점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됐으며, 실제로 연 매출 8억 원 이하인 가맹점에는 0%의 수수료율이 적용된다. 다만 그동안 목표에 비해 실제 사용률 등 성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실제 서울시에 따르면 제로페이 결제액은 지난해 12월 일평균 46000만원에 불과했다. 이에 서울시는 올해 서울사랑상품권을 2000억원 규모로 발행하면서 제로페이와 연동하기로 했다. 10% 할인 혜택을 주기 때문에 제로페이 확장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초반 성과는 평범했지만 20% 할인율을 장착한 이후로는 날개가 돋친 듯 급증했다. 지난달 2410억원, 3019억원, 이달 434억원 등으로 제로페이 일일 결제금액이 치솟은 것이다. 상품권 판매액 급증과 맞물려 제로페이 가맹점 수도 크게 늘고 있다. 제로페이 가맹 신청 건수는 3월 셋째주 1018건에서 넷째주 8727건으로 약 9배가 됐다.

가맹점이 늘면서 소비자들의 편의성도 높아졌다. 제로페이는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제외한 편의점, 동네슈퍼, 학원, 약국, 빵집, 재래시장 등 제로페이 가맹점으로 들어온 지역 상권 어디서든 쓸 수 있다. 현재 서울 내 가맹점은 3월 기준 183259곳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서울에 사는 사람이 아니어도 누구나 지역별 월 최고 100만원까지 구매해 쓸 수 있다. 사용법은 비플제로페이, 체크페이, 머니트리 등 제로페이 결제앱에서 원하는 자치구가 발행한 상품권을 구매하면 된다.

 

긴급재난지원금 편성에 확산 예상

이에 최근 각 지자체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긴급재난지원금을 편성하면서 지역상품권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어 당분간 지역상품권의 인기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상품권의 발행 지자체 수와 발행 규모는 2018년까지 56, 3065억원에 불과했다. 전국 광역·기초 지자체 가운데 23% 정도만 도입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려고 국고를 지원하자 172, 23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226, 6조원(41일 기준)에 이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당초 계획했던 3조원에 추경예산 3조원까지 더해졌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코로나19 대응 방안으로 4월부터 경기도민에게 1인당 재난기본소득 10만원을 지역화폐의 일종인 지역상품권으로 지급하기로 발표했다. 그러자 지급수단인 경기지역화폐 카드를 발급받으려는 신청자가 하루 최대 26만 명까지 급증했다. 경기지역화폐 홈페이지 방문자도 10만명까지 늘었다. 서울시는 재난긴급생활비를 서울사랑상품권으로 받으면 10%를 추가 지급하고 있다. 예를 들어 50만원을 지급받는 수급자가 충전카드 대신 서울상품권을 선택할 경우 휴대전화로 55만원 상당의 금액이 들어온다. 이에 최근까지 서울시의 발행 요청을 외면했던 서초구도 코로나 재난긴급생활비 지급을 명분 삼아 서울사랑상품권을 발행하기로 태도를 바꿨다.

이 같은 지역상품권의 인기에 한국조폐공사는 최근 지역상품권 및 온누리상품권의 월 1억장 이상 생산시스템도 구축했다. 공사는 추가경정예산집행에 따라 지역상품권과 온누리상품권 수요가 연간 2억장(1만원권 기준) 이상 추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현재 정부와 여당이 논의 중인 긴급재난지원금에 따른 상품권 수요도 대폭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현재 조폐공사는 특별대책단을 구성해 가동하고 전용 상담창구를 신설하는 등 지자체에 지역상품권 원스톱 토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채종천 ICT사업처장은 3300만장 수준이던 상품권 수요가 코로나19 사태로 급증하고 있다정부 정책의 차질없는 집행을 돕기 위해 관련 상품권 생산능력을 대폭 늘렸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지역화폐와 신용카드사와의 협력을 통한 재난지원금 지원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지역화폐의 경우 IC칩 기반의 실물카드 지급이 지원되는 경우도 있는데 개 당 1000~2000원 이상의 비용이 발급에 부담이 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지역상품권 : 각 지자체가 지역경제 활성화와 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 절감 등을 목적으로 발행하는 지역상품권은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내고장알리미 사이트에 접속해 내고장 일반현황-지역사랑 상품권안내 메뉴에 들어가면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상품권 유효기간은 5년으로, 종이·카드·모바일 형태로 판매한다. 종이나 카드는 각 지자체가 정한 시중은행 지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 종이나 카드형은 가맹점에서 일반 상품권이나 카드 결제를 할 때처럼 쓰면 되고, 모바일 상품권은 관련 앱을 열고 결제하는 곳의 QR코드를 스캔 후 금액을 입력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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