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봉(중소기업 옴부즈만)
박주봉(중소기업 옴부즈만)

지난해 한 지자체에서 규제혁신 우수사례 공모전이 열렸다. 공무원 A씨는 산업단지 내 오랜 기간 미분양이던 부지의 용도를 변경해 100% 분양을 완료하는 성과를 이뤘고, 그 공을 인정받아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그런데 얼마 뒤,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졌다. 지자체 감사실에서 A씨가 진행한 용지매매 계약이 절차 위반이라며, 징계를 요구한 것이다.

A씨가 분양에 성공한 토지는 산업단지 가장 안쪽에 위치한데다, 삼각형 모양이어서 기업인들의 선호도가 낮은 지역이었다. 게다가 인근 지역의 산업단지 보다 분양가가 2배 이상 높아 10년 이상 분양되지 못한 채 방치돼 있었다. A씨는 기업이 원활히 유치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하고, 기업들을 찾아가 분양안내 등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자 입주를 희망하는 기업이 나타났다. 바로 산업용 세탁공장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산업단지에 설치 가능한 용도와 맞지 않았다.

산업단지에 세탁공장이 입주할 시 주변 폐기물 소각장의 폐열을 활용해 자원을 절감할 수 있었다. 의료기관세탁물 처리업 사업계획에 따른, 100억 원의 사업비 투자와 100여명의 신규고용에 따른 지역주민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었다. 단지 용도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포기하기 너무 아쉬웠다.

A씨는 해결방안을 모색했다. 광역지자체와 협의해 해당용지의 용도를 공장용지에서 지원시설용지로 변경하고, 산업단지 입주허용 업종에 플라스틱 제조업을 추가해 분양절차를 추진했다. A씨의 적극적인 행정은 얼마 후 지역의 규제혁신 우수사례 1등으로 선정됐다. 그러나 몇 개월 뒤, 지역 감사기관은 입주계약 체결이 부적정하고, 용도변경 후 공고절차를 미이행했다며 A씨에 징계를 요구했다.

옴부즈만은 해당 법령 검토 및 법률자문을 통해 계약의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공고절차의 이행사항을 점검했다. 그 결과 용도변경 및 허용업종 추가 등이 충족됨에 따라 법령 위배사항이 없는 계약이었으며, 오히려 장기 미분양 용지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고, 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노력한 적극행정 공무원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에 중소기업기본법에서 부여하고 있는 적극행정 면책건의권을 발휘해 징계면제를 건의했다. 그 결과 A씨는 불문처리 돼 징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최근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큰 기업, 작은 기업 할 것 없이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정부는 중소기업을 위해 정책자금 규모를 확대 지원하고, 세액공제 등을 통해 소상공인의 임대료 부담을 낮추며 경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정책을 내고 집행하는 중심에 공무원이 있다. A씨와 같이 적극행정을 펼친 공무원은 징계가 아니라, 승진과 성과급 등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한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적극행정이 징계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제도가 보완돼야 한다.

기업에게 시간은 곧 돈이다. 요즘과 같은 급박한 시기일수록 기업은 속도감 있는 정책과 집행이 필요하다. 이번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지원하는 정책사항에 대해서는 특히나 더 적극행정과 면책이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법이나 시행령을 바꾸지 않고 적극행정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규제가 30%라고 한다. 정부는 공무원들이 자발적으로 적극행정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징계에 대한 불안을 제도로 보완하고, 성과는 격려해 기업이 경제위기 속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적극행정이 빛을 발할 때이다.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진화되길 바라며, 적극행정으로 경제 회복을 극복하는 날이 도래하길 기대해본다.

 

- 박주봉(중소기업 옴부즈만)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