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르포] ‘착한 임대인 운동’ 임대·임차인 공동인터뷰

임대료 50% 감면한 임대인 장해수 씨 ‘청년 자영업 육성보호’ 제안
개업 3~6개월이 가장 힘들어 정부 세제혜택 등 적용해 부담 낮춰야
임차인 이중현 대표 “임대인 배려로 어깨 가벼워져…장사에 온 집중”

코로나 19로 지역경제가 어느 때보다 차갑게 얼어붙었다.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가 지난달 27일 공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서비스 업체의 67.6%가 코로나로 경영상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외식업중앙회가 지난 6일 발표한 조사도 맥락을 같이 한다. 외식업계에 따르면 지난 1달간 손님이 60% 가까이 감소했다고 한다.

정부와 민간은 얼어붙은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중이다. 정부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11.7조원 규모의 추경을 준비하고 있고, 민간에서는 상가 임대료를 자발적으로 인하해주는 ‘착한 임대인 운동’을 비롯해 어려움을 같이 이겨내기 위한 여러 움직임들이 있다.

중소기업뉴스가 최근 임대료 인하 운동에 동참한 ‘착한 임대인’ 장해수 씨와 임차인 이중현 커피력 대표를 함께 만났다. 장해수 씨가 임대하고 있는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커피숍 ‘커피력’에서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중현 대표는 올해 30살이 된 청년으로 장해수 씨 건물에 입주하여 카페를 운영한 지 1년 정도 됐다. 다음은 그들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지난 9일,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난 ‘착한임대인’ 장해수 씨. 그는 최근 어려운 상황을 같이 이겨나가자는 취지에서 4개월간 임대료 50%를 깎아주기로 결정했다.
지난 9일,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난 ‘착한임대인’ 장해수 씨. 그는 최근 어려운 상황을 같이 이겨나가자는 취지에서 4개월간 임대료 50%를 깎아주기로 결정했다.

Q. 50%나 임대료 감면해주셨다. 쉽지 않은 결정을 하신 것 같다.

A. 장해수 : 코로나로 다 같이 어렵다. 이중현 대표가 평소에는 임대료 납부를 제때 했는데, 2월 임대료는 하루 이틀 늦어지더라. 무슨 일 있나 싶어 가보니 상황이 어렵더라. 하지만 자기 일을 한지 1년 밖에 안 된 청년이니 경험도 조금 부족하고 임대료를 먼저 이야기하기 어려운 것 같더라. 여긴 내가 직접 지은 건물인데 여기에 입주해 있는 청년이 임대료를 못 내서 나간다면 내 마음도 불편하고 더 나아가 지역 상권에도 손해다 그래서 50%를 깎아주기로 했다.

Q. 최근 정부와 중소기업중앙회에서는 착한임대인운동을 하고 있다. 알고 있었나?

A. 장해수 : 안 그래도 이 대표랑 대화하다보니 착한임대인 캠페인을 알게 됐다. 뉴스를 보니 보통 20~30% 선에서 임대료를 감면해주더라. 이중현 대표는 내 아들이랑 또래다(장씨의 둘째아들과 이 대표는 1살 차이다). 마치 아들이 힘들어하는 것 같아 50%를 깎아주기로 결정한 것도 있다.

착한임대인’ 장해주씨 건물에 입주해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이중현 커피력 대표. 영업을 한지 1년만에 찾아온 위기이지만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극복할 수 있을거라 말했다. / 촬영 : 김상태 기자
착한임대인’ 장해주씨 건물에 입주해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이중현 커피력 대표. 영업을 한지 1년만에 찾아온 위기이지만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극복할 수 있을거라 말했다.

Q. 이중현 대표 입장에서도 임대료가 많이 감면 돼 굉장히 놀랐을 것 같다.

A. 이중현 : 그렇다. 사실 손님이 많이 줄다보니 최근 한두 달의 임대료 납부일을 맞추지 못했다. 죄송했지만 내가 카페 상황을 먼저 말씀드리긴 힘들었다. 그래도 임대인께서 먼저 감면을 제안 해주셔서 감사했고 50%라서 더욱 놀랬다.

Q. 지금 같이 많이 힘든 상황에서는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장해수 씨는 어떤 임대인인가?

A. 이중현 : 지금 상황이 이렇다보니 매우 감사할 따름이다. 그리고 사실 카페에 자주 오시지는 않는데, 오실 때마다 카페 경영에 도움 되는 많은 팁을 주신다. 최근에는 할로겐등을 LED등으로 교체할 것을 제안해주셔서 전기료 감면에도 꽤 도움이 됐다. 그리고 많은 노하우도 알려주신다. 여러 가지 면에서 도움을 주시는 분이다.

Q. 요즘 코로나19로 요식업계가 많이 힘든 것으로 알고 있다. 통계로는 60% 정도 고객감소가 있다고 한다. 체감은 어떤가?

A. 이중현 : 맞다. 1월 중순부터 사람이 뜸해지더니 코로나 타격이 직접적으로 온 것은 2월초 부터였다. 2월말에는 거리에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루에 12시간 정도 영업하는데 사람이 하루에 20명도 안 온 적이 있다. 주변 상인들과도 이야기해보니 대체로 매출의 30~50%는 손해를 봤다.

Q. 건물주로서 임대료를 깎는다는 것은 건물의 가치와 직결되기에 어려운 결정이다. 정부차원에서 착한 임대인에게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해주기로 했다. 임대료 감면 해준 것에 대해 주변 반응은 어떤가?

A. 장해수 : 임대료가 곧 건물의 가치이기에 어려운 결정인 게 맞다. 다른 임대인들과 만나서 이야기해보면 쉬쉬하는 분위기다. 그리고 임대료를 깎아주더라도 그 사실이 알려지기 원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정부에서 깎아준 임대료의 절반을 세제 혜택으로 보전해준다고 들었다. 지금의 지원정책도 좋은데 나는 임대사업자로 새로운 제안을 하고 싶다.

Q. 어떤 제안인가?

A. 장해수 : 취업할 때 수습기간을 주듯, 임대료에도 수습기간을 두는 것이다. 사업은 초창기 3~6개월 정도가 가장 힘들다. 초반 몇 달 정도의 임대료를 일부 감면해주고 감면한 임대료의 일부를 정부가 세제혜택 등으로 보전해주었으면 한다.

Q. 모든 창업자를 대상으로 적용하는 것인가?

A. 장해수 : 아니다. 청년 한정이다. 청년 범위는 정해나갈 부분이다. 대학 졸업 후 몇 년, 나이 등이 기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의 착한 임대인 정책이 한시적인 것이라면, 내가 제안하는 것은 지속적으로 추진 가능하다. 다른 나라보다 앞설 수 있는 창업 진흥 정책이라 생각한다.

Q. 창업자 입장에서 이 제안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A. 이중현 : 창업자 입장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고정비는 월세이다. 카페나 음식점의 경우 접근성이 중요하기에 1층을 가장 선호한다. 특히 5층 미만의 건물은 승강기가 없는 경우가 많아서 2층 이상에 개업을 할 경우 손님을 맞이하기 힘들다. 1층이 제일 비싸기 때문에 초반 임대료를 감면해준다면 정착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장해수 씨와 이중현 대표가 대화 나누는 모습. 임차인, 임대인 관계로 만났지만, 카페 경영에 도움을 주고 있는 멘토-멘티에 가까워보였다.
장해수 씨와 이중현 대표가 대화 나누는 모습. 임차인, 임대인 관계로 만났지만, 카페 경영에 도움을 주고 있는 멘토-멘티에 가까워보였다.

Q.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는가?

A. 장해수 : 나의 생각은 한결같다. 내 건물에 입주한 사람이 잘 되서 나가길 바란다. 그리고 지금 이 커피력이 잘돼서 망원동의 대표적인 카페가 되길 바란다. 그러면 커피력을 찾는 손님들이 생기고, 이 거리도 활성화 될 것이다. 이렇게 한 청년이 사회의 일원이 되는 것이고 지역경제가 살아가는 길이라 생각한다. 청년이 반듯해야 국가가 반듯해진다. 지금 같이 어려운 시기에 청년이 버틸 수 있게 우리 같은 기성세대가 도와줘야 된다. 청년의 의욕과 현실은 다르기 때문이다. 커피력의 매출이 증가했다고 해서 나에게 더 추가로 들어오는 임대료는 없다. 그리고 노란우산공제를 가입했는데 공제혜택 잘 받고 있다.(웃음)

A. 이중현 : 일을 시작한지 1년 만에 큰 어려움을 만났다. 그래도 난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어서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오늘 같은 일도 기성세대와 청년세대가 함께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 좋은 사례라 생각한다. 코로나 때문에 손님이 많이 줄긴 했지만, 임대인과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간 것 같다.

이상원 기자 / 사진 김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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