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신문에 외국인근로자 불법체류를 2005년 3월까지 허용한다는데 올해 말이나 내년에 기간이 만료되어 출국을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나요? 일찍 도망간 사람들보다 불이익을 받네요? 도망가라고 해야겠네요. 한마디로 양심적으로 행동하면 불이익을 본다는 진리 아닌 진리네요.”
“사출업을 하는 작은 공장입니다. 인원이래 봐야 사장님을 제외하면 내국인근로자 4명, 연수취업생 2명이 전부였습니다. 경리도 없이 모두들 열심히 일하며 살았고, 직원간에 분위기도 항상 가족 같았습니다. 연수취업생들은 올해가 3년째로 내년 5월이면 만기 출국해야 하는 상태입니다. 두 명 모두 방글라데시 사람들이죠. 급여도 100만원 정도로 그리 약하게 지급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산업연수기간이 끝났지만 아직 숙소도, 각종 전기세 같은 공과금도 회사가 납부해 주면서, 최대한 인권 및 국내근로자와 동일한 대우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명이 지난 토요일 밤에 도주했습니다.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배신감도 들었구요. 며칠전부터 계속 저와 저의 가족사진을 고국에 가더라도 가지고 있고 싶다며, 꼭 달라고 해서 그저 절 그냥 좋아하나 보다 했는데 그게 도주를 위한 준비였나 봅니다.
아무튼 현실적인 문제에 봉착해 있습니다. 일할 사람 손이 부족합니다.
어디쯤 있는지 알 것 같기도 하지만, 저희가 가면 도주할 것이고, 그렇다고 끌고 올 수 있는 권한도 없고, 출입국관리소에 전화하면 체포는 하겠지만 저희가 다시 연수생을 받을 수 있는 권한도 제한되고, 정말 법적인 한계가 여기구나 했습니다. 저희가 합법적으로 인력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만일 내국인근로자가 5명이 된다면 추가배정을 받을 수 있을까요? 또한, 지금 일하고 있는 1명의 연수취업생이 만기시 대체인력은 받을 수 있는지요?”
최근 정부의 ‘외국인 불법체류자 대책’이 발표된 뒤 기협중앙회 홈페이지 게시판에 실린 내용이다. 성실하게 법을 지키고 양심적으로 행동하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중소기업 직원의 냉소적인 표현이 뼈아프게 느껴왔다. 정성을 다해 연수생을 관리해 왔던 한 직원은 도망간 연수생에 대한 배신감과 잘못된 사회구조를 원망했을 것이다.
입만 열면 산업연수제가 불법체류자를 양산하는 제도이며, 연수업체가 연수생을 잘 관리하면 왜 도망가겠느냐고 공격했던 사람들은 위의 글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할까 궁금했다. 산업연수제를 바꾸면 외국인근로자가 한국에 체류하고 싶은 만큼 체류기간을 허용해 주는 것인지. 일할 사람이 없어 쩔쩔매는 중소기업에게 원하는 만큼 인력을 공급해 줄 수 있는 것인지. 3D업체나 지방소재업체를 기피하고 도시지역의 좋은 업체로 가기 위해 불법체류를 불사하는 외국인근로자들을 이탈하지 못하도록 하는 도깨비방망이라도 있는 것인지. 제도를 변경하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불법체류를 해놓고도 합법화해 달라고 서울도심 한복판에서 데모를 하는 불법체류자, 자기나라에서 빚을 지고 왔기 때문에 나갈 수가 없다고 떼를 쓰는 불법체류자, 고국에 돌아가도 일자리가 없기 때문에 출국할 수 없다고 떳떳하게 대꾸하는 불법체류자들이 합법체류자들을 손해보게 만드는 국가라는 이미지는 언제쯤 해소될 수 있을까.
불법체류자들에게 지나친 동정심과 비이성적인 국민의 정서라는 이름을 빌어 법과 제도를 애써 외면하려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진지 오래되었다. 이래서 한국이 외국인근로자가 가장 오고 싶어하는 1등 국가인가 보다.

김승환 (기협중앙회 외국인연수협력단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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