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일본에서 출간돼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보의 벽>이라는 책이 있다. 도쿄대 명예교수 요로 다케시가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과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데, 책의 기본 전제는 이렇다. ‘사람은 알고 싶어 하는 것만 알려고 하는 심리 상태가 있다. 원하는 정보가 아니면 사고를 중단하고 정보를 차단해버리는데 이것을 바보의 벽이라고 한다.’ 바로 인지심리학의 중요한 명제 중의 하나로, 이념이나 원리주의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모습이다.

내 이념이나 생각과 같으면 무조건 환영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강요한다. 하지만 내 이념과 다르면 무조건 차단하고 적으로 돌리기까지 한다. 심할 경우 옳고 그름의 도덕성의 문제까지 왜곡한다. 내 편이면 어떤 도덕적 하자가 있어도 무조건 옳고, 내 편이 아니면 그 어떤 타당한 주장도 틀린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이처럼 생각이 다르다고 귀를 닫아버린다면 어떤 소통도 불가능하고 앞으로 화합할 수 있는 희망도 사라진다.

이를 실감 나게 잘 말해주는 <명심보감>의 성어가 있다. “얼굴을 마주하고 말하지만 마음은 천 개의 산이 가로막혀 있다.” 이 말이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아무리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눈다고 해도 마음이 열려 있지 않으면 마치 천 개의 산이 가로막힌 것처럼 막막한 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

오늘날 조직에서도 바보의 벽이 가로막혀 있을 수 있다. 상하 간의 수직적 관계는 물론 부서 간의 수평적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만약 이처럼 소통이 차단돼 있다면 그 조직은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오늘날 조직에서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가 소통이기 때문이다. 조직 안에서의 개개인은 물론 각각의 부서 단위에서도 서로 협조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야 조직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만약 조직 내의 작은 단위들이 정보를 차단하고, 조직 전체의 성공보다 자기 부서의 이익만을 앞세운다면 그 조직의 앞날은 결코 밝을 수 없다.

상사와 부하들 간의 소통도 마찬가지다. 평상시 권위만 앞세우고 부하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지도자가 이끄는 조직은 불통이 된다. 조직은 최고 지도자의 생각과 행동에 따라 전체의 분위기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중간 간부들 역시 부하들과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기보다는 일방적인 지시와 강압적인 통솔로 부하들을 이끌게 된다. 특히 개성과 창의를 중시하는 신세대 부하들에게 일방적인 강압과 지시는 심각하게 사기와 의욕을 꺾어버리는 독소가 될 수 있다.

조직에서 서로 마음을 열고 소통하기 위한 첫 번째 전제는 반드시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리더라면 조직 안에서 수평적, 수직적인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바보의 벽을 허물어야 하는 책임이 있다. 개성과 창의의 시대에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책무라고 할 수도 있다.

 

- 조윤제 천년의 내공저자

- 일러스트레이션 최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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