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성호(어성호글쓰기연구소 대표)
어성호(어성호글쓰기연구소 대표)

지금 하는 일 재미있어?”, “뭐 재미나는 일 없어?”

재미난 일만 찾는다면 지금 하는 일이 별로 재미없다는 얘기이다. 권태로운 일상이 반복되다 보니 변화를 꾀하고 싶어진다. 일이란 게 그렇다. 어느 정도 손에 익숙해질 만하면 여유로운 을 발견하게 된다. 그 틈이 때로는 느슨하게 자신을 몰아갈 수도 있다. 일이란 좋아하는 일을 하거나 지금 하는 일을 좋아하거나. 둘 중 하나라야 하는데 내키지 않은 일을 그저 좋아하려니 더러 물리기도 한다.

직장 생활 5년 이상이라면 자신이 하는 일에 권태가 올 만하다. 10년 정도 된다면 노련의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봐도 좋다. 이런 일 저런 일 겪는 동안 위로부터 달갑지 않은 지시도 많이 받았을 테다.

물론 아랫사람들에게 어설픈 조언도 아끼지 않았을 테다. 윗사람 또는 아래 직급 사람들과 더불어 뒷담화 나눈 일도 상당했을 테다. 거래처 사람들을 만나서 업무 상담뿐만 아니라 푸념도 더러 나눴을 일이다. 그 좋은 경험들이 조언과 격려와 맞물려 때로는 한숨과 한탄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세상일이란 게 노력 없이 거저 된다거나 가꾸지 않았는데도 꽃이 피는 그럴 일은 만무하다. 재미있을 거리만 찾는다는 건 자신이 맡아 하는 일이 그냥저냥 달갑잖을 따름이다. 그냥 놓고 싶고 밀쳐놓고 싶을 뿐이다. 이 집 저 집 맛집들을 찾아 부산하게 다니면서도 결국 집밥에 엄지척을 보내는 그 심정. 그런 마음으로 진정 내 하고픈 일이 무엇인지 고심하게 된다. 아니라면 내 하는 일이 어떤 의미를 띠는지 누구를 붙잡고라도 물어보고 싶어진다.

한 분야에서 감히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을 정도라면 적어도 자신이 하는 일에 있어서만큼은 최고라 봐도 좋겠다. 누구에게 조언을 줄 수 있고 누구에게 교육을 해 줄만한 사람 중에 본인이 한몫한다는 사실은 쉽게 지나친다.

자신이 해 온 일이 얼마만큼 위대한지 그 가치를 정작 본인만 모른다. 뒤에 서서 이러쿵저러쿵할 게 아니라 이왕이면 한 편의 글로 한 권의 책으로 하고 싶은 말들을 풀어 놓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 주제에 책은 무슨!” “말이야 쉽지 책은 뭐 아무나 쓰나?”

자신의 주제를 모르니 언감생심 책 쓸 생각은 여태 해 보지도 않았겠지. 책은 특별한 사람만이 써야 한다는 표현이 어디 헌법에 써져 있지도 않은데 왜 망설여질까.

자기계발 한답시고 어학원에만 들락거리는 그런 시절은 이제 잊을 때도 되지 않았는지. 진정한 자기계발의 끝은 책 쓰기에서 완성된다.

작가가 돼 평생 수십 권의 책을 쓰라는 말이 아니다. 한 권이면 족하다. 딱 좋다. 몇 년에 걸쳐 자기가 한 일에 제법 열정을 불살랐다 하면 까짓것 책 한 권 못 쓰겠는가. “내 하고픈 말은 책에 다 씌어 있어.” 이런 말 한마디 툭 던지면서 책 한 권 내밀 생각 한 번 안 해 봤는가.

용기. 그렇다. 작은 용기 하나 내면 되는데 그것에 발목이 잡혀 신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라는 사람이 대단하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아무나는 아니잖은가. 싫든 좋든 꽤 오랜 시간 동안 지금 하는 일을 꾸려 왔다면 책 한 권으로 멋있게 갈무리할 용기 정도는 낼 수 있지 않겠는가. 그 할 말 많은 사연들을 끝까지 술안주로 삼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누구나 책을 내는 시대에 여전히 나는 아무나로 살아가려 하는가.

 

- 어성호(어성호글쓰기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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