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미루기’ 해마다 되풀이, 경제활력 회복 요원
예산안도 졸속심사 불보듯…쪽지예산 난무 예고
기업 78% “20대 국회 경제입법 성적표는 낙제점”
중소기업계 “정치논쟁과 경제현안 분리해야” 호소

 

오는 1020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종료를 앞두고 사실상 마비상태에 놓여 있다. 지난 2일 국회가 2020년도 예산안(5135000억원)과 각종 법안처리의 법정 처리시한을 넘기면서, 중소기업계와 밀접한 주요 경제 법안의 통과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지난 2일 입장문을 통해 “5년 연속 법정시한을 넘기는 부끄러운 국회가 됐다국회 스스로 헌법을 어기고 있다는 뼈아픈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매년 똑같은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 5년간 예산안이 법정시한 내에 통과된 적이 없다.

 

예산안 9~10일 상정 가능성

일각에서는 내년 경제 한파가 예고된 상황에서 20대 국회가 민생경제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내년 경제성장의 마중물이 되는 정부 예산안 통과도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막판 졸속·날림 심사로 인해 정부 예산이 중소기업계의 경영현장 애로를 해결할 수 있게 적재적소로 반영될지 의구심도 든다.

앞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소위에서 감액 보류된 사업을 추가 심사하기 위한 소소위원회 구성을 놓고 다툼을 벌이다 지난달 30일 활동 시한이 자동 종료됐다. 예산안 증액 심사는 손도 못 댄 상태다. 문제는 이렇게 막판 예산안 몰아치기를 위해서는 소소위 역할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소소위는 사실상 깜깜이 심사기구다. 여야 간사와 기획재정부 관계자만 참석하는 비공식 기구이며, 여기서 논의되는 심사 내용은 속기록에도 남지 않는다. 그 이유는 소소위가 국회법에도 명시되지 않은 임시 기구이기 때문이다.

이때 국회의원들의 쪽지 예산이 바로 소소위를 통해 난립한다. 소소위가 예산안에 칼질을 해서 민원성 지역예산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심의 기간이 짧다는 것이다. 예산안 심의가 제대로 됐는지의 수준은 심의 기간에 비례할 수밖에 없다. 이제 예산안 심의가 불과 며칠 남은 상황에서 심의 기간이 절대적으로 짧다보니 졸속·부실 심의가 예상된다.

그나마 내년도 예산안의 통과 여부는 이번 본회의 회기 안에 마무리될 전망이다. 전해철 예결위 간사는 본회의 상정 시점에 대해 “9일 아니면 10일 본회의 상정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만약 본회의에서 부득이 통과되지 못한다면, 임시회도 기회가 될 수 있다. 정기국회 회기는 10일까지이지만 예산안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이 적용되지 않는 사안이기 때문에 여야 합의만 되면 임시회에서도 처리가 가능하다.

여당이 10일 이후 임시회를 쪼개서 개최하고 각 법안을 표결 시도할 수도 있지만, 임시회 표결에서의 관건도 남았다. 의결정족수를 채우는 일이다. 임시회 표결에서도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인 의결정족수를 채울 수 있는지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렇게 국회의 졸속·부실 예산안 심사 관행을 비롯해 각종 경제 현안의 입법 미루기 현상은 경제 활력을 기대하는 중소기업계에게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리스크가 아닐 수 없다. 올해 내내 이어지고 있는 수출 부진과 최악의 내수 침체는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매년 정치논쟁에 떠밀려 경제현안 이슈가 국회에서 뒷전이 되는 행태에 대해 중소기업계는 어려움을 하소연하고 있다.

 

정치 득실 따질수록 경제 휘청

실제로 기업들이 평가하는 국회의 성적표 점수는 얼마나 될까? 민생·경제 입법을 내팽개치고 또다시 정쟁에 휩싸인 20대 국회에 대해 기업들이 낙제 수준의 평가를 내렸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국내기업 300개사(대기업 100, 중소기업 200)를 대상으로 ‘20대 국회에 대한 기업인식과 향후과제를 조사한 결과 경제분야 입법은 4(A학점) 만점에 평균 1.66(C학점과 D학점 사이) 대정부 감시견제 분야 평균 1.95 사회통합 및 갈등해소 1.56 등 모든 분야에서 C학점을 밑돌았다고 최근 밝혔다. 취업을 준비하는 지원자라면, 입사지원서도 내밀지 못하는 수준이란 뜻이다.

경제입법이 부진한 원인에 대해 기업들은 이해관계자 의식’(40.3%)을 가장 많이 꼽았다. ‘정쟁 때문에 경제입법이 후순위로 밀림’(32.7%), ‘경제활성화 위한 입법 마인드 부족’(20.3%), ‘반기업정서 의식’(6.0%) 등이 뒤를 이었다.

이와 관련해 대한상의는 경제현안이 정치논쟁에 밀리거나, 이해관계자 반대를 이유로 법안 통과가 미뤄지고, 임기만료로 폐기된 후 차기 국회에서 재발의되는 입법미루기현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서비스산업 제도개선과 세제지원 등을 담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제정안과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개정안 등은 18대 국회에서부터 발의됐으나 여전히 처리되지 않고 있으며 빅데이터산업 활성화를 위한 데이터 3등은 19대 국회부터 처리가 되지 않고 계속 미뤄지고 있는 중이다.

또한 이번 20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법안 중에서도 52시간제 보완(근로기준법) 및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최저임금법) 클라우드컴퓨팅 규제완화(클라우드컴퓨팅법) 핀테크산업 등 자본금요건 축소(보험업법 등) 일본수출규제 대응(소재부품특별법, 조특법 등) 등은 이번 회기에 통과되지 못하면 입법지연이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대다수 기업들도 주요 경제현안 처리의 긴급성을 호소했다. ‘규제개선 법안에 대해서는 77.3%, ‘근로시간제 보완 등 고용노동분야 법안73.4%, ‘일본 수출규제 대응법안66.7%가 법안 처리가 긴요한 상황이라고 응답했다.

국회의 법안처리 지연은 기업들로서는 경영 불확실성과 함께 사업계획 수립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국회가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득실만을 따지고 있을 때 기업들은 가뜩이나 대내외적으로 어려워진 경제 상황에서 고통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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