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진(중소기업연구원 일자리혁신센터 센터장)
황경진(중소기업연구원 일자리혁신센터 센터장)

청년실업문제가 사회적 최대 관심사다. 중소기업은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인데 청년구직자들은 갈 곳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중소기업 10곳 중 7곳은 제때 사람을 구하지 못해 기업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렵게 사람을 뽑아도 10명 중 3명은 1년도 채 안되서 퇴사를 해버려 중소기업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인력부족이 중소기업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

취업문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지만, 청년들은 중소기업에 취업을 꺼린다. 실제 조사에서는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이유가 낮은 임금 때문만은 아니고 제한적인 성장기회, 잦은 야근, 낮은 인지도, 개인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기업문화 등을 이유로 든 사람들이 더 많았다.

최근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워라밸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임금은 조금 덜 받더라도 칼퇴가 가능한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덩달아 워라밸이 가능한 복지제도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탓인지 기업들도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워라밸 수요에 맞춘 다양한 복지제도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에게는 언감생심이다. 52시간도 대기업이나 공기업의 이야기일 뿐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복지수준은 두 기업 간의 임금격차 보다 더 심각하다. 고용노동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종사자 수가 10~299명인 사업체의 월평균 기업복지비용은 13700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300인 이상 사업체(32만원)43%에 불과한 수치다. 그리고 지난 10여년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기업복지비용의 격차는 더욱 확대됐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복지수준 격차는 기업의 지불능력, 현금급여 선호도, 기업의 업력, 노동조합의 유무 등 여러 가지 원인에서 찾을 수 있지만, 규모의 경제에서도 발생한다.

개별 중소기업이 복지수준 향상을 위해 노력을 해도 소수의 종업원을 대상으로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복지서비스의 단위당 비용이 대기업보다 더 들어가는 역진 현상이 발생한다.

기업 복지수준은 지불능력을 반영하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복지수준을 곧바로 높이는 것은 어렵다. 설령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지 않아 비효율적인 투자가 되기 쉽다.

정부는 규모 경제를 확보해 중소기업 종업원들이 대기업 못지않은 복지서비스 혜택을 제공하고자 지난 9월 중소기업 종사자들에게 휴양·여행, 취미·자기계발, 건강관리 등의 복지서비스를 최저가로 이용할 수 있는 중소기업 복지플랫폼을 오픈했다.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중소기업 복지플랫폼을 통해 중소기업은 종업원들이 공통적으로 희망하는 복지서비스를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절감된 비용은 중소기업이 사업 및 종업원 특성에 맞는 특정 복지서비스에 집중 투자해 대기업을 능가하는 매력 있는 복지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종업원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방점을 두고 복지제도를 개선하다보면 청년들은 저절로 모일 것이다. 중소기업이 청년들을 고용할 의지가 있다면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가 아니라, 복지가 좋은 일자리가 최고의 일자리임을 알아야 한다.

 

- 황경진(중소기업연구원 일자리혁신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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