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준(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유병준(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중소기업중앙회는 최근 중소기업 스스로 좋은 일자리인지 판단하고 스마트 일자리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건강한 일자리 가이드를 발표했다. 이 연구를 진행한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가 최근 청년들이 원하는 근로환경에 대해 전한다.

 

청년 실업률은 높고, 중소기업은 인력 고용에 어려움을 겪는 구인난과 구직난이 병존하는 안타까운 미스매칭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젊은이들이 대기업, 취업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어서일까? 중소기업들이 구시대적, 강압적 군대 문화를 가지고 낮은 급여와 열악한 근로조건을 제공하기 때문일까? 수요 측과 공급 측에서 서로에 대한 선입견으로 거리를 계속 유지하는 정체 상태를 벗어나, 보다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입장에서 이 차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을 해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근 필자와 김광현 고려대학교 교수는 중소기업중앙회와 함께 건강한 일자리가 무엇인지에 대해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이 연구를 통해 수요자인 젊은이들이 원하는 건강한 일자리의 조건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알아봄으로써, 젊은이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보고 중소기업들은 이러한 그들의 선호 조건의 실체를 명확히 알고 고려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고자 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급여와 함께, 근로시간, 조직문화, 근로장소, 회사안정성, 회사성장성 등 요인들을 각각의 중요도를 포함해 가려내고, 구직자인 젊은 대학생들과 재직자인 젊은 신입사원들에게 그 선호 정도를 정량적 분석 기법을 통해 조사해 보았다.

 

급여 대비 근로환경 중요시

안정성이 성장성보다 우선

기업문화 구태탈피 바람직

 

조사 결과를 보면 몇 가지 재밌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구직자의 경우 급여수준 대비 근로 장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향을 보여줬고, 불황을 반영해 회사의 안정성을 성장성보다 중요하게 평가했다. 재직자의 경우 급여보다 근로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현재 급여 수준 이상 급여에 대한 선호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조직문화에 있어서는 수평적 조직문화를 좋아할 것이라는 선입견 대비 수직과 수평적 문화의 중간 수준의 적당한 조직문화를 좋아했다.

이 연구결과는 무엇을 말해 주는가? 근로장소 요인에 있어 젊은이들이 서울, 수도권을 선호하는 경향을 인정하고, 유연한 휴가 제도와 근로시간 등을 통해 서울에서의 문화, 친구와의 만남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줘 생활에서 갈증을 일부라도 해소해 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는 것도 해결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근로시간에 대한 젊은 재직자들의 바람에 대해, 근로시간을 줄일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효율적, 집중적 근로 분위기를 만들어 같은 업무를 조금이라도 적은 시간 안에 할 수 있게 노력하고, 조직 단결이라는 이름으로 원치 않는 회식, 휴일 등산, 체육대회 등 결국 직장에 소모되는 시간을 과감히 없애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중기중앙회가 찾은 많은 건강한 일자리기업들이 과거 구태의 기업 문화를 과감히 탈피하고 개인 시간을 최대한 가지도록 배려하는 기업들임을 보다 많은 기업들이 자각해야 할 것이다.

젊은 세대에게 어렵게 살았던 옛날을 생각하면 지금은 정말 행복한 것이 아니냐?’라고 말하는 기성세대의 말도 이해가 가지만, 치솟는 집값에 집 사기를 포기한 젊은 세대의 고통도 그 입장에서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었으면 한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서울대학교 학부생들조차도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정도의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는 젊은이들의 얼어붙은 마음도 헤아려 보았으면 한다. 나아가, 그들의 생각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인력을 확보하도록 대응하는 부분이 중소기업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연구는 기업별 자체 채점으로 등급을 산정해 볼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조건들을 기업들이 따져 보고, 보다 선호하는 직장이 되기 위해 회사의 실정에서 보다 쉽게 향상할 수 있는 조건들을 각각의 실정에 맞게 창의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젊은이들에게 보다 선호되는 직장을 만들 수 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도 중소기업 지원책들이 소액을 모든 기업, 대상자에게 나눠 성과가 미미한 것을 인정하고, ‘건강한 일자리를 제공하려고 노력하는 중소기업부터 과감한 지원책 구조 개선을 제안하고 싶다.

 

- 유병준(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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