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셀트리온이라고 하면 바이오의약 전문회사로 잘 알려진 곳인데요. 2012년에 문을 열었던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는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최대주주인 셀트리온홀딩스가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입니다. SM, YG, JYP 등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가요계에 편중돼 있는 와중에 서정진 회장은 조직적으로 가수를 육성하듯이 배우를 육성하고 영화와 드라마를 제작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를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최근 제작한 드라마 두 편이 화제입니다. SBS에서 방영되고 있는 수지·이승기 주연의 배가본드JTBC에서 방영되는 설현·양세종·우도환이 연기하는 나의 나라가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의 작품입니다. 지난 5일 방송된 배가본드’ 6회는 시청률이 11.3%를 기록했습니다. 요즘 지상파는 물론 케이블TV 등에서 드라마가 쏟아지면서 보통 한 자릿수 시청률을 기대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시장 분위기 속에서 보면 배가본드는 괄목할 만한 시청률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 다른 드라마 나의 나라의 시청률은 3%에 그친 상황이지만, 아직 첫 회가 방영된 데다 네티즌들의 반응도 크게 나쁘지는 않은 거 같습니다. 또 두 드라마 모두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될 예정이라고 해서 글로벌 시청자의 유입도 기대되고 있습니다.

실은 투자자들은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의 드라마 제작 소식에 걱정이 많습니다. 올해 초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가 투자·배급·제작 전 분야를 담당하면서 150억원을 쏟아부은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은 흥행 참패를 기록했습니다. 누적 매출액이 고작 13억원도 안나왔다고 합니다. 누적 관객 수 17만명에 그쳤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번에 반영하게 된 드라마 두 편에 대한 우려가 없었던 게 아닙니다.

서 회장은 과거의 실패에 주저하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이번 드라마 배가본드250억원을, ‘나의 나라에는 20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했다고 합니다. 드라마 제작치고는 영화만큼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겁니다.

그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도 실무적인 부분까지 직접 챙기는 꼼꼼함으로 유명합니다. 서 회장이 지난 2월 개봉한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시사회 현장에 찾아와 소감을 브리핑한 바 있습니다. “현 시대를 살면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그래도 우리는 살 만하다, 행복하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싶어서 150억원을 쓰게 됐습니다.”

이러한 발언의 기본 백그라운드는 그가 자수성가형 사업가라는 점과 맥락이 닿습니다. 어릴 적부터 가정형편이 좋지 못해 연탄 배달을 했던 서 회장은 셀트리온 창업 이후 수백 권의 의학 관련 책을 읽으며 사업을 키워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의 주인공 역시 가난함 속에서 자전거 타기를 열심히 하면서 한국의 1세대 사이클 선수로 거듭나는 실존 이야기를 다룬 겁니다.

그렇게 보면 서 회장이 평소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관심이 많은 사람처럼 보이지만 딱히 인연이 있거나 동기가 있던 것도 아닙니다. 셀트리온이 승승장구하면서 축적된 자본력을 바탕으로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를 세운 그는 지금까지 설립 배경에 대해 제대로 소신을 밝힌 적은 없습니다. 다만 이렇게 말한 적은 있습니다. “영화가 본업은 아니지만 숨어 있던 이야기를 들으며 작업하는 것이 의미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서 회장은 엔터테인먼트 분야 이외에도 사업 다각화에 열정적입니다. 2013년 화장품 기업 한스킨을 인수해 2015년 셀트리온스킨큐어를 출범시켰고 지난 3월에는 셀트리온의 사업목적을 변경해 케미컬 사업으로 분야를 확장했습니다. 셀트리온은 부동산 임대업, 해외농업개발사업 등에도 진출했습니다.

자칫 이것저것 해보겠다는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 아니냐는 평가가 있을 수도 있지만, 서 회장에게는 셀트리온이라는 성공 DNA가 있습니다. 1조원의 매출에 다다른 셀트리온은 지치지 않고 올 상반기에만 연구개발 비용에 1184억원을 투자했습니다. 그의 맹렬한 도전정신이 드라마, 영화, 부동산, 케미컬 사업 등에서 제2 셀트리온 신화로 성장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