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호(경북대학교 명예교수)
최용호(경북대학교 명예교수)

민족의 대명절인 추석이 눈앞에 다가왔다. 밝고 가슴 부푼 얘깃거리가 많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하다. 올 상반기 체불 임금이 8459억원에 이르고, 근로자 174000여명이 피해를 입었다. 이 숫자는 한가위가 가까이 올수록 더 늘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주요 산업단지의 평균 가동률이 현저히 떨어졌고, 휴폐업체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공업지역에는 공장 매물이 쏟아지고 있고, 거래는 한산하다는 보도가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곳곳에 근로자, 자영업자, 영세 중소기업인의 한숨소리가 들린다. 수출이 매달 줄어들고 있고, 내수와 투자도 예전보다 못하다. 주가는 크게 떨어졌고, 환율은 많이 올랐다. 정책 알바를 제외하면 실질적인 실업자 수는 크게 늘었다. 각급 기관이 발표하는 경제성장률 예상치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이 이런 사정을 잘 말해주고 있다.

우리 경제가 이렇게 어렵게 된 데는 물론 미·중 무역전쟁, 세계경제의 위축, ·일 경제마찰 등 외부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국내요인도 큰 몫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저임금의 급속한 인상, 52시간제의 추진, 무리한 포퓰리즘적 복지정책 추진, 각종 규제의 강화, 친노동·반기업 정책 등 정책실패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경제만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른바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더 심화되고 있고, 정당의 모든 활동이 내년도 총선에 맞춰지고 있는 것 같다. 진영논리에 3류 정치가 온통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외교·국방 면에서도 걱정해야 할 일이 여러 가지다. ·일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으며, ·미 동맹도 금이 가고 있는 징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북한은 대한민국을 겨냥한 단거리 미사일을 계속 발사하고 있고, 한국을 제치고 미국과 직거래하는 소위 봉남통미의 자세를 견고히 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는 경제·정치·외교·안보 면에서 일대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아마도 이번 추석에는 위에서 열거한 내용들이 밥상머리나 술자리에서 나눌 주된 화제가 될듯하다. 그러나 모든 경제주체들은 이런 정도의 수준에서 대화를 끝내서는 안 된다. 위기상황의 본질을 살펴 이를 돌파하기 위한 방안이 무엇인가를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달라져야 한다. 정부·재정주도 경제와 소득주도 성장정책의 한계를 솔직히 인정할 필요가 있다. 시장을 무시하고 국가개입을 강화하면 생산 활동과 투자가 줄어들게 마련이다. 정부만능의 사고방식과 포퓰리즘에서 벗어나 민간의 경제활동이 왕성하게 일어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정부의 가장 큰 책무임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경제에는 공짜가 없으며, 구호만으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기업들도 어려운 경제여건만 탓하지 말고, 생산성의 향상과 경쟁력의 강화에 매진해주길 바란다. 위기의 시기에 혁신이 일어났고,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돼왔다는 역사적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는 것이다. 물론 연구개발(R&D)과 혁신에는 시간이 걸린다. 불굴의 기업가정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상생 노력, 정부의 과감한 지원을 바탕으로 창조적 기업생태계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일반 가계, 국민들도 희망의 끈을 놓지 말고 삶의 현장을 꿋꿋하게 지켜나가야 하겠다. 특히 내년의 총선거 때 한 표의 권리를 현명하게 행사해야 한다. 선진국의 문턱에서 주저앉는 일이 없도록, 스마트한 외교·국방·경제 정책을 뒷받침할 수 있는 유능하고 민주적인 인사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큰 국가적 과제라 하겠다. 부디 다음 명절은 보다 밝고 즐거운 마음으로 맞게 되길 바란다.

 

- 최용호(경북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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