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직은 안 되도 위험하고 힘든 일은 하기 싫어요”.
중소기업들은 최근 몇 년 동안 극심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젊은 구직자들은 사상 최대라는 청년층의 높은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을 외면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로 환경을 꼽을 수 있다.
◆생산직 구인 ‘하늘의 별따기’= 지난 3월 온라인 취업정보사이트 잡링크가 조사한 결과는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 해준다.
구직자 1천736명을 대상으로 ‘3D직종으로의 취업을 고려해 본 적이 있는가’를 조사한 결과 36.2%(629명)가 ‘그렇다’고 응답했으나 이중 실제 지원을 한 구직자는 7.5%(629명중 47명)에 그쳤다.
3D 직종에 지원하지 않는 이유로는 가장 많은 35.7%(208명)가 ‘낮은 임금수준’을 지적했으며 27.3%(159명)가 열악한 근로환경을 꼽았다.
또 구인기업 482개사를 대상으로 ‘사원채용에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는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64.7%(312개사)가 ‘그렇다’라고 응답했으며 사원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직종으로는 34.9%(168개사)가 ‘생산기술직’, 22.2%(107개사)가 ‘영업·판매·물류직’이라고 답했다.
◆근로환경 개선으로 인력유입을= 이런 구인·구직자간의 수요 불일치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같은 조사에서 ‘무엇이 바뀐다면 3D업종이라도 취업을 하겠는가’를 묻는 설문에 구직자들의 30.2%(525명)가 ‘근로환경개선’이라고 답했다. 그 다음으로는 임금인상 25.2%(437명), 복지수준향상 18.3%(318명) 등을 꼽았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구직자들은 열악한 근로환경 개선을 임금인상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잡링크 한현숙 사장은 “청년취업난이 계속되고 있지만 생산직 등 힘든 직종에서는 오히려 구인난이 심각하다”며 “구직자들이 눈높이를 낮추는 것도 필요하지만 힘든 직종으로의 취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마련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은 인력난뿐만 아니라 지난 몇 년간 지속된 내수부진에 최근의 원자재난, 환율급등 등 각종 어려움 속에서 악전고투하고 있다.
기업 환경 자체가 극도로 악화된 가운데 자체 자금을 이용해 생산환경을 개선하고 이를 통해 필요한 인력이 유입되기를 기다릴 여유가 없는 것이다.
◆생산환경 개선 자금 무상지원= 정부는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소규모 제조업체에 작업환경 개선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고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교육·컨설팅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안전공단에서 시행하는 ‘클린(CLEAN)사업장’ 조성 사업이다. 이 사업은 각종 산업재해 유발원인, 직업병을 유발하는 작업환경, 불편한 작업공정 등을 개선해 중소기업의 근로환경을 향상시키려는 목적으로 지난 2001년부터 시작됐다.
고용인원 50인 미만의 소규모 제조업 사업장을 대상으로 시설개선 필요 사업장에 대한 보조금을 무상 지원하고 인정요건 충족 사업장에 대해 ‘클린사업장’ 인정서를 수여한다.
또 사후기술지도를 통해 추후 작업환경 악화는 없는지, 추가적으로 개선해야 할 공정이 없는지 지속적 관리와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이 사업은 지난해 7월말 현재 5천567개의 사업장에 681억원이 지원됐다.
◆이직률 낮아지고 생산성도 향상= 특히 작업환경 개선은 산업재해 예방뿐만 아니라 소규모 제조업체의 생산성 향상에도 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산업안전학회의 분석에 따르면 클린사업장은 재해자수가 50% 감소했으며, 매출액은 18.75%, 순이익은 76.6%가 각각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클린사업장 5000호 인정서를 받은 인천의 청구공업은 1천100만원을 무상지원받아 조명·바닥·안전장치 등을 개선했다. 특히 모든 프레스에 안전장치를 완비해 근로자들의 안전사고를 막았으며 용접 작업장에 국소배기장치를 설치, 근로자들을 용접냄새와 연기로부터 해방시켰다.
회사측은 “전에는 열악한 작업환경 때문에 만성적인 구인난에 시달렸으나 클린사업장으로 개선한 뒤 5명을 신규 채용했으며 이직자가 한명도 없다”면서 “생산량도 10% 늘었고 불량률도 7% 줄었다”고 밝혔다.
산업안전공단 의정부지도원은 “관내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의 70%는 50인 미만 중소기업에서 일어나는 것”이라며 “처음엔 신청을 망설이던 기업인들도 환경개선 작업이 끝나고 생산성 향상이 가시적으로 드러나자 무척 기뻐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중소기업청에서는 중소기업 생산현장의 열악한 작업환경(열, 냄새, 분진, 소음 등), 노동강도(고 중량, 단순반복 등), 위해요소 등을 해소하는 장비·시스템·물질 등을 개발·활용해 작업환경을 개선하고 인력유입을 촉진하기 위한 ‘중소기업 생산현장 직무기피요인 해소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사진설명 : 소규모 중소제조업체의 경우 안전설비 도입 등을 통해 작업환경을 개선하면 산업재해방지뿐만 아니라 생산성 향상·이직률 저하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