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과 시진핑이 애독한 날카로운 역사평론

 

“과거의 흥망성쇠를 거울삼아, 현재의 이해득실을 찾고자 한다.”

‘자치통감’은 사마천의 ‘사기’에 필적하는 역사 대작으로, 송나라의 정치가이자 역사학자였던 사마광이 권력의 중심에 서 있으면서 날카로운 정치적 감각과 통찰로 엮은 역사서다. 

사마광은 왜 19년에 걸쳐 힘들게 자치통감을 편찬했을까? ‘자치통감’이 나오기 전 중국 최고의 역사서는 단연 사마천의 ‘사기’였다. 하지만 ‘사기’는 개인 전기를 모아놓은 기전체였기 때문에 중복되는 내용도 많고 그 분량도 상당했다. 

역사서들이 모두 이를 따라했기에 사마광 시대에 이르러서는 당시 존재하던 정사(正史)만 해도 1500만 자에 이를 정도였다. 그래서 사마광은 상소를 올린다. “신은 사마천의 ‘사기’와 반고의 ‘한서’ 이후로 역사책들이 번거로울 정도로 많아지는 것을 걱정해왔습니다. 벼슬 없는 백성조차도 다 읽을 시간이 없는데, 하물며 하루에 만 가지 일을 처리해야 하는 황제께서 어느 겨를에 이를 두루 읽으오리까.” 

사마광은 역사 속 수많은 사건들 중에서도 의미 있는 부분만을 추려낸 역사책을 펴내고자 했다. 결국 전국시대부터 송나라 건국 직전까지 1362년간의 역사를 총 294권, 약 300만 자의 최초의 편년체(연대순) 역사서로 기록된 ‘자치통감’이 완성됐다. 

이 책은 ‘후대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책’으로 끊임없이 칭송받아 왔다. 세종대왕은 ‘자치통감’을 널리 권했으며 손수 해설을 덧붙여 편찬할 정도로 ‘자치통감’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마오쩌둥은 ‘자치통감’을 17번이나 읽었고, 시진핑은 이 책을 사회 지도층의 교과서로 삼고자 했다. 선비들이 사랑하고 황제들이 즐겨 읽던 책도 바로 이 ‘자치통감’이다. 

‘자치통감’ 이후 이를 따라한 수많은 책들이 나왔지만 이와 같은 명성을 얻은 책은 없다. 왜일까? 그 이유는 바로 사마광이라는 사람에게 있다. 사마광은 20세에 진사에 급제한 뒤 정치의 중심에 섰다. 그는 네 명의 황제를 섬겼으며 여러 벼슬을 거친 끝에 재상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런 그가 냉철한 정치가의 시선으로 역사를 바라본 결과물이 바로 ‘자치통감’이다. 

‘자치통감’에는 역사적 사실뿐만 아니라 막대한 평론까지 가미돼 있다. 사마광은 수많은 사료들 속에서 의미 있는 사건을 걸러냈을 뿐만 아니라 필요하다면 첨언도 서슴지 않았으며, 그렇게 함으로써 나라를 다스리는 데 가장 도움이 되는 내용만을 남기고자 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역사의 내용을 주관적으로 해석하거나 엄밀한 사실을 바꾸려고 했단 말은 아니다. 사마광은 오히려 수많은 사료를 비교해 가장 신뢰할 만한 사실만을 골라냈다. 그가 한 일은 방대한 역사를 거르는 체 역할에 가깝다. 그 누구도 역사의 사건 하나하나를 전부 알 수는 없으며, 결국 어느 부분을 중점적으로 볼지 선택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자치통감’은 황제와 지도자를 위해 가장 훌륭한 체로 걸러낸 역사의 정수라 할 수 있다.

책에는 ‘자치통감’을 가장 효율적으로 압축했다. 294권이라는 엄청난 분량 속에서 흥미롭고 의미 있으며 교훈을 주는 58편의 이야기를 선별하고 삽화를 곁들여 거대한 고전의 세계를 부담 없이 탐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어지러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한 권으로 읽는 자치통감’은 바른 길을 비추는 거울이 될 것이다.

 

- 사마광 지음, 나진희 옮김

- 한국출판협동조합 제공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