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동향] 테슬라의 마르지않는 돈줄

글로벌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지난 1분기 7억 달러가 넘는 손실을 입었다. 매출액은 45억4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7% 감소했다. 테슬라의 손실이 지속되고 있다. 그런데 테슬라는 ‘마르지 않는 샘물’ 같은 돈줄을 가지고 있다. 바로 ‘온실가스 배출권’이다. 

현금이 부족한 테슬라에게 있어서 온실가스 배출권 판매는 마치 긴급 수혈과도 같은 존재였다. 특히 미국의 ‘ZEV (zero emission vehicle·온실가스무배출차량) 크레딧’ 제도가 큰 도움이 됐다. ZEV 크레딧은 자동차에 특화된 온실가스 배출권으로 이해하면 쉽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가 2005년 이 제도를 도입했다. 

뒤이어 코네티컷, 메릴랜드, 오리건, 버몬트 등 9개 주가 동참했다. 전체 자동차 판매량에서 전기차 판매 비중 기준에 미달한 기업이 ZEV 크레딧 여유분이 있는 기업으로부터 이를 사들일 수 있다. 

크레딧 당 가격은 5000달러다. ZEV 크레딧이 모자라는 대로 내버려두면 해당 기업은 벌금을 내야 한다. 테슬라는 ZEV 크레딧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미국증권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 3년간 ZEV 크레딧을 매각하는 형태로 10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는 미국을 벗어나 배기 가스 배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유럽에서도 수익을 창출할 기회를 갖고 있다. 최근 지프와 피아트, 크라이슬러, 마세라티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FCA가 테슬라로부터 온실가스 배출권을 사들였다. FCA그룹이 테슬라에 지급한 금액에 대해 정확히 알려진 건 없다. 

전 세계 정부는 환경 규제 고삐를 조이고 있다. 중국은 미국을 뒤따라 ZEV 크레딧 제도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14억 인구 중 12억 인구가 여전히 자동차를 가지고 있지 않다. 반대로 생각하면 자동차 시장의 잠재 고객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이 인구가 모두 디젤·휘발유 차량을 사들일 경우 공해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해진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그 어느 나라보다 친환경 자동차 정책에 채찍을 휘두른다. 환경 규제에 속도를 내는 건 유럽도 마찬가지다. 네덜란드와 노르웨이는 디젤·휘발유차를 2025년 이후부터 판매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독일은 2030년, 영국과 프랑스는 2040년 이후부터 판매를 중단할 방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슬라를 위협하는 요인이 있다. 바로 미국 트럼프 행정부다. 트럼프 정부는 파리 기후변화 협정(파리 협정)을 탈퇴하는 등 친환경과 거리가 먼 정책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민의 일자리와 공정한 협정을 위해 파리 협정에서 탈퇴한다고 선언했다. 이러한 행보를 볼 때 트럼프가 ZEV 크레딧 제도를 퇴보시킬 위험이 있고, 테슬라는 흔들릴 수 있다.

물론 테슬라는 부족한 현금을 메우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권에만 의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테슬라는 배터리 제조 단가를 낮추고 제조 효율을 높여 비용을 절감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테슬라는 첫 보급형 차종인 모델3의 이윤율 목표를 25%로 설정하며 시장의 큰 기대를 받고 있다.

 

-  하제헌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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