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성호(어성호글쓰기연구소 대표)

‘흩어진 힘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사람’

이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을 우리는 리더라 부른다. 개개인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하더라도 구성원들 그 자체로는 결코 결집된 힘을 보이기 힘들다. 

구심점을 향해 응집된 결속력을 집중시키기 위해서는 리더의 자질 하나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리더가 리더다운 모습을 드러내자면 그에 걸맞은 ‘무기’가 있어야만 한다.

70명 오케스트라 단원을 데리고 연주를 하는 지휘자에게는 ‘지휘봉’이 무기이다. 지휘봉 끝에 연주가 시작되고 연주가 끝난다. 지휘봉 없는 마에스트로를 상상하기 힘들다. 8명이나 되는 조수를 원하는 부표 지점으로 끌고 가기 위해  타수에게는 ‘구호’가 무기이다. 타수의 한 마디 한 마디 끝에 물살을 재빨리 끌고 갈 힘이 나온다. 타수의 구호가 매겨지지 않는 조수 8명의 조정경기는 도저히 상상 할 수 없다.

회사라는 조직을 이끌고 있는 대표에게는 어떤 자질이 필요할까. 이 간단하지 않은 물음에 충실하게 살아온 한 사람이 있다. 18세기 조선 후기 문예 르네상스를 이끈 정조다. 그는 자신의 눈길과 손길이 닿는 모든 일을 오로지 ‘글쓰기’와 ‘기록’으로만 말하려 했다. 그리해 한 시대를 부흥시켜 ‘문화 전성기’라는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우리나라는 기록의 나라이다.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 등록 건수 중 우리나라는 총 13건으로 아시아에서 1위를 차지한다. 특히 조선은 가히 기록의 역사를 우리에게 남겨 주었다. 그는 실로 기록의 대왕이다.

그의 나이 11살에 아버지 사도세자가 할아버지 영조의 손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처참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개인적 아픔에도 불구하고 25세에 왕위에 오른 이후 학술 정책 연구기관인 규장각을 중심으로 각종 편찬 사업을 주도한다. 특히 어머니 혜경궁 홍씨 회갑연을 기록한 8폭 수원능행도는 단원 김홍도가 총제작을 주도하게 한다.

옛날에는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는 임금이 최종 승인을 하게 돼 있다. 그 시절 정조는 대리청정을 하던 세자 시절부터 조금의 의혹이라도 있는 사건은 재수사를 하게 명했다. 오랜 시간 그 일체의 경위와 손수 내린 판결들을 한데 모아 <정조 심리록>으로 완성해 놓았다. 읽어 보면 그 치밀함과 정성스러움에 감탄이 절로 난다.

정조는 개인 글쓰기 또한 철저히 남겼다. 학자 군주로서 정조는 일찍부터 ‘일기 쓰는 습관’이 있었다. 자랑스러운 국보이자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일성록>은 정조가 세손으로 있을 때부터 쓴 <존현각일기>가 그 모태였음을 알아야 한다.

조선 역사상 전무후무한 사건으로 자객이 임금의 처소에까지 잠입한 일이 있었지만 정조는 그 시간에도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있었다. 정적들로부터 감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던 신분이지만 그는 자신과 소통하는 수단으로 독서와 글쓰기를 택했다. 결과적으로 그것이 그를 죽음에서 살려낸 유일한 기저로 작용했다.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외부 세계를 바꿀 수 있다. 내면의 울림을 밖으로 꺼낼 수 있어야 외면이 바뀐다. 내 안에 느끼는 고유 음성을 듣고 나야 나만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 흔들리는 의식을 바로 잡고 흔들리지 않는 고유의 메시지를 끄집어 낼 수 있어야 나를 분명하게 알게 된다. 

글쓰기가 이제 그 역할을 담당하게 하라. 리더의 손끝에서 정리된 생각이라야 전체 구성원과 조직을 끌고 갈 힘이 만들어지게 된다.

 

- 어성호(어성호글쓰기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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