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과 공존으로 강한 중소기업을 많이 가진 나라만이 4차 산업혁명 시대 최후 승자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 25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계와의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특히 박 장관은 통상 120분인 역대 장관 간담회 시간을 뛰어넘어 150분(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1시)의 간담회 신기록을 세웠다. 이날 중소기업계는 현장에서의 직접 건의 19건을 포함해 총 53건의 이슈를 ‘중소기업 현안과제 자료집’으로 작성해 박 장관에게 전달했다. 

이는 국회의원 시절부터 평소 중소기업계를 위해 각종 입법발의와 현장 애로 개선에 힘써 왔던 박 장관에 대한 중소기업계의 기대가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다.

실제로 박 장관은 지난 2004년부터 5개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 ‘징벌적 배상법’ ‘유통산업발전법’ 등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법안 49건을 발의한 바 있다. 

특히 2010년 4월23일 일명 ‘SSM(기업형슈퍼마켓) 법안’이라 불리는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공동 발의했다. 

전통상점가 인근 500미터 이내를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지정하게하고, 전통상업보존구역 안에서는 대형마트(대규모점포) 등의 등록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 장관은 이날 중소기업계의 각종 현안 건의에 대해 구체적인 대안마련을 약속했다. 박 장관은 “이전엔 대·중소기업이 상하 관계로 인식됐지만 이런 인식의 변화 없이는 4차 산업혁명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면서 “대·중소기업 간 자발적 상생협력과 소상공인·자영업의 독자적 정책영역 확립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특히 공정경제 구현과 스마트 공장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으면서 이를 위한 불공정개선위원회 설립과 중기부 내 스마트공장본부 설치를 약속했다. 

또한 불공정개선위원회와 관련해 “한국 중소기업들은 1980~1990년대 압축성장을 거치면서 기술탈취와 불공정행위 등 많은 아픔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면서 “공정한 경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내달 중 불공정개선위를 만들어 중재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스마트 공장화는 단순 자동화를 넘어 센서를 통해 신속하게 공장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베트남·중국에 나간 공장들을 국내로 불러들일 수 있다”면서 “중기부 내 스마트공장본부를 설치해 스마트공장화를 세분화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협동조합 공동사업 ‘담합’적용 배제 건의

이날 간담회에서는 중소기업단체장 6명, 중기중앙회 회장단 18명, 중기중앙회 이사 15명 등이 돌아가며 업종별 산업별 현안과제를 직접 박영선 장관에게 건의했다. 

먼저 한병준 정보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농협법, 협동조합기본법 등 협동조합 관련법에서는 공정거래법 적용 제외를 명시했다”며 “중기협동조합을 통한 합법적 공동사업에 대해서도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 적용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서는 업종별 협동조합, 협동조합연합회 및 사업협동조합의 다양한 협업·공동사업을 허용하고 있다. 반면 공정거래법에서는 공동행위를 포괄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중기협동조합의 합법적 공동사업이 공정거래법에 따라 부당 공동행위(담합)는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다.

구자옥 기계공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조합추천 수의계약 한도를 기존 5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늘려달라고 건의했다. 구 회장은 “중기간 경쟁제품에 대해서는 5000만원 이하는 중소기업협동조합이 추천한 소기업 및 소상공인과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며 “하지만 국가계약법 시행령에 지정된 수의계약 한도 5000만원을 준용해 수요기관이 물품 및 용역 구매를 할 때 제도 활용에 한계가 존재한다”고 호소했다.

 

기재부와 조합정책 조율중

고병헌 어뮤즈먼트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협동조합 사무를 기획재정부에서 중기부로 이관하고 전담 부서를 설치해야 한다”며 중소기업간 협업 촉진을 위한 체계적인 정부기관의 역할 구축을 강조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은 지난 1961년부터 공동 구·판매·R&D 등 다양한 공동사업의 경험이 축적된 협업주체임에도 중기부는 950여개 중소기업협동조합에 대한 담당자 2명이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반면에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른 기본법협동조합은 기획재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성장 중이다. 기재부 협동조합정책과가 전담부서로 있고 전담인력만 7명이라는 점에서 중기부의 중소기업협동조합에 대한 체계적인 육성·지원에 한계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박영선 장관은 “기재부 장관과 함께 효과적인 협동조합 정책 조율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에 있다”며 “중소기업협동조합이 겪고 있는 여러 고충을 반영해 앞으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협의를 이끌어 나가겠다”고 답했다.

노재근 금속가구공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기업 업력이 올라갈수록 일자리 창출능력, 법인세 납무 능력도 올라간다”며 “상속세, 증여세 등에 대한 특례를 확대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특히 노 회장은 가업상속공제 사전·사후요건 완화와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 확대 등 두 가지 측면에서 세제개편 관련 의견을 제시했다.

박 장관은 이에 “40년 이상 된 기업이 전체 중소기업 숫자에서 1% 밖에 되지 않는 현실 속에서 업력이 많은 중소기업이 늘어나면 그만큼 강한 중소기업이 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사회의 자산이라는 시각에서는 봤을 때도 (가업승계시 부담이 되는) 그런 제도는 불합리하다고 보고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스마트 중소기업에 세제혜택 건의

이어서 다양한 중소기업계의 의견이 간담회 내내 박 장관에게 건의됐다. 

김신길 농기계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농업기계 쪽에서는 베트남 시장이 지금 무주공산이라 선점해야 하는데 정부의 지원 예산이 오히려 줄었다”며 “지원 예산을 최대 300억원 확보해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김종만 공예협동조합연합회장은 “낮은 급여와 열악한 복지는 청년층이 중소기업 취직을 꺼리는 대표적인 이유”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복지격차 해소를 통해 중소기업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과 청년인력의 중소기업 선호도 제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종만 회장은 “(가칭) 온라인 복지센터 건립을 통한 원스톱 지원체계를 마련해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는 중소기업근로자 복지지원제도를 취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시행 중에 있는 근로자휴가지원사업과 같이 중소기업근로자의 건강검진, 여행 등 복지서비스에 대한 정부보조도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정연경 CCTV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국내 스마트공장 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관련 인력 양성 및 취업연계, 채용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중소기업의 스마트공장 전문 인력확보를 위해 인건비 지원 또는 세제혜택 등 직·간접지원책 마련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탄력근로제 실태조사결과 6월께 나올 것”

최기갑 용접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국내 전기요금 체계는 주말과 동·하절기엔 가격이 비싼 중부하요금을 제도를 적용 중에 있어 주말과 계절에 상관없이 공장을 돌려야하는 중소기업에게 막대한 전기요금 폭탄을 안기고 있는 실정”이라며 “중소·중견기업 전용 전기요금제를 도입해 전력수요가 많지 않은 토요일 낮시간대 중부하요금을 경부하요금으로 적용하는 등을 검토해 주기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 등 제도 개선 요청에 대해서도 진지한 토론이 벌어졌다. 

박순황 금형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내년부터 300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시간 단축이 적용되는데 중소기업은 신규 고용 창출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금메달을 따는 운동선수도 따로 특훈을 하는데 과연 52시간만으로 국내 산업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탄력근로제 등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중기부가 현장 실태조사를 하고 있고 오는 6월께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했다. 

김문식 주유소운영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기업의 이익규모 및 부가가치는 업종별·규모별로 차이가 존재하며, 최근 급격한 인상으로 업종별·규모별 편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며 “최저임금을 업종별, 규모별로 구분 적용하도록 하는 법제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권진 기자·사진=오명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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