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춘(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

미국 장단기 금리가 12년 만에 역전돼 난리다. 올해 상반기만 지나면 전후 최장의 호황국면을 기대했던 미국 경제에 ‘R(Recession·침체) 공포’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중국, 유럽, 한국 등 주요국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 경제마저 흔들린다면 금융위기 이후 지속돼 왔던 ‘세계 경기 10년 장기 호황’이 종료될 가능성이 높다.

각국 중앙은행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추진해온 비정상적 통화정책을 정상화시키지 못한 상황에서 금융완화를 재추진해야 돼 당혹스럽다. 가져갈 수 있는 정삭적인 정책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이 틈을 타 ‘돈을 찍어내 더 써야 한다’는 현대통화론자의 주장이 더 힘을 얻고 있다.

모든 변화의 출발점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다. 금리인상은 사실상 마무리됐다. 보유자산 매각도 10월이면 종료된다. 

2014년 10월 양적완화 종료를 선언한 이후 추진해왔던 출구전략이 채 궤도에 올라오기도 전에 중단돼 경제주체는 ‘안도감’보다는 ‘불안감’이 엄습해 올 수밖에 없다. 

경제주체의 미묘한 변화는 시장에서 즉각적으로 반영된다. 3월 Fed 회의 이후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변화 가운데 가장 의미가 크고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12년 만에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현상이다. 그만큼 미국 경기를 파악하고 예측할 때 수익률 곡선을 중시해 왔기 때문이다.

‘유동성 프리미엄 가설’ ‘기대 가설’ ‘분할시장 가설’에 따르면 수익률 곡선이 양(+)의 기울기(단저장고)를 나타내면 투자에 유리한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어 경기가 회복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반대로 수익률이 역전(단고장저)돼 음(-)의 기울기를 나타내면 차입비용 증가로 경기가 침체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아투로 에스트렐라와 프레디릭 미쉬킨의 연구에 따르면 수익률 곡선 스프레드가 가장 성공적인 경기예측모형으로 나타났다. 

특히 장단기 금리 차의 ‘수준(level)’이 ‘변화(change)’보다 예측력이 더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다. 뉴욕 연방은행도 장단기 금리 차는 실물경기의 선행성을 판단하는 유용한 지표로 4∼6분기를 선행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1960년 이후 15차례 걸쳐 장단기 금리차가 마이너스, 즉 단고장저 현상이 발생했고 대부분 경기침체가 수반됐다.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과 같은 투자의 구루가 뉴욕 연방은행이 매월 확률모델을 이용해 발표되는 장단기 금리 차의 경기 예측력을 각종 투자판단 때 가장 많이 활용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3월 Fed 회의를 계기로 출구전략 추진이 중단되고 12년 만에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이 발생함에 따라 가장 우려되는 것은 ‘미첼의 경고’다. 

월가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는 저명한 예측론자인 웨슬리 미첼은 “그릇된 낙관론이 위기에 봉착하면 흔적 없이 사라지고 이 과정에서 태어난 그릇된 비관론이 문제가 된다”며 “새로 탄생된 비관론은 신생아가 아니라 거인의 위력을 발휘한다”고 경고했다. 

1930년대 미국, 2000년대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금융위기 극복이 완전치 못한 상황에서 ‘긴축’ 기조로 너무 빨리 돌아서면 경기는 어느 순간에 ‘대침체기’를 맞는다. 

지난해 12월 회의까지 매파 기조를 유지했던 것이 Fed가 불과 3개월 만에 슈퍼 비둘기 기조로 돌변한 것은 ‘파월의 실수(Powell’ failure)’를 의식했다는 시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3월 Fed 회의 이후 나타나는 새로운 변화가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 하지만 미국 경기의 ‘대침체기’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출구전략 중단만으로 안 되고 금리를 의외로 빨리 내려야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11월말 논란 끝에 금리를 올렸던 한국도 금리를 내려야 하는 상황이 닥칠 수 있다. 급변하는 시대에 중소기업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때다.

 

- 한상춘(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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