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3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규제혁신 및 기업속풀이 대토론회’에서 박주봉 중소기업 옴부즈만(왼쪽 여섯번째부터),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서승원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왼쪽 세번째) 등 참석자들이 ‘현실괴리 중소기업 규제애로’글자를 망치로 부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그간 꽉 막힌 규제로 애로를 겪어온 중소기업과 규제업무 담당 공무원이 만나 규제 애로 사항을 즉석에서 듣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행정안전부와 중소기업 옴부즈만, 한국규제학회는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지난 13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소기업 규제혁신 및 기업 속풀이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규제혁파에 대한 공감대 형성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불합리한 중소·중견기업과 소상공인 규제 및 애로를 상시·체계적으로 정비하는 독립기관이다. 주로 중소기업계가 겪는 현안에 대해 풀어나가는 업무를 수행한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해에 개최했던 중소기업 옴부즈만과 17개 시·도 공동 민생규제 현장토론회의 후속조치 일환이다. 그간 지자체를 통해 지역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했던 신산업·신기술, 산단·농지, 부담금·외국인력 등 지역 현안 규제를 집중 선별해, ‘기업·현장의 눈높이에서 적극 행정으로 이 규제만이라도 풀자’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진행됐다.

토론회에 앞서 김부겸 행안부 장관, 박주봉 중소기업 옴부즈만,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 서승원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 지자체 공무원 등이 무대로 나와 규제 혁파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표현한 이색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현실괴리 중소기업 규제애로’란 글자를 망치로 격파하는 퍼포먼스였다. 

 

“맥주·와인은 되고, 전통주는 안된다?”

이어 안건 토론에서는 발목 잡는 규제기준(9건), 공감 없는 규제장벽(10건), 너무 높은 규제부담(13건) 3세션으로 나눠 총 32건이 논의됐다. 

토론회에서 논의된 32개 안건은 토론회 전에 기업 300개사, 국민 300명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해당 규제의 해결 필요성에 대한 중소기업과 일반 국민의 공감을 얻어 낼 수 있었음은 물론 안건 선정의 타당성도 높였다. 

논의 결과, 탁주 총산도 규제, 기업부설연구소 입지규제, 산단 입주기업체협의회 설립규제, 외국인력 규제 등 현실괴리 규제애로 11건에 대해 식약처, 과기부, 문화재청, 산업부, 고용부, 농림부가 중소기업 및 지역현장의 눈높이에서 적극행정으로 관련 규제를 혁신키로 했다. 

탁주·약주·청주 총산도 규제기준 완화와 관련해 김민규 복순도가 대표는 “산도 제한이 없는 와인이나 과일주는 다양한 맛을 내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반면 전통주에는 총산도 제한이 걸려 제품 개발이나 유통이 어렵다”며 “이 부분이 완화됐으면 한다”고 건의했다.

이에 윤상현 식약처 연구원은 “제안 내용을 처음 검토할 때 총산도는 위생지표 규격으로 설정됐고, 유통할 때 탁주에서 신 맛이 나면 소비자 신고에 의해 주류 시장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막걸리는 유통 과정에서 총산도가 올라가기 쉽다는 점 때문에 부패로 평가받을 수 있어 총산도 규격을 삭제하거나 올리는 방안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주택에서는 기술개발도 하지 못하나?”

이어 제기된 ‘기업부설연구소 연구공간 입지규제 완화’ 요청은 소관이 여러 부처에 나눠져 있어 단기간 내 해소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범석 쿠나이앤티 부장은 “기술개발과 직접 관련 없어도 규제 때문에 연구소 설립 막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주택 사무실도 있는데, 인근주민에 피해 안가는 선에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에 김소래 과기부 사무관은 “최근 4차 산업혁명 등으로 공간제약 없는 연구개발 추세가 다가오는 만큼 인근 주민에 악영향이 가지 않도록 법을 규정하고 있다”며 “이 규제를 해소하려면 복수의 법령을 개정해야 하는데, 단독 개정은 일부 법률상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밝혔다.

이영범 국무조정실 규제심사관리관은 “국무조정실은 다부처 관련 규제사항 담당하고 있다”며 “자세한 사정을 살펴봐야겠지만, 규제는 국민 상식으로 맞추면 되기 때문에 국조실이 적극적으로 조정해 이 과제를 풀어내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현실괴리 규제애로 11건 개선 합의

정부 부처 참석자 간에도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농업진흥지역 농수산물 가공처리시설 내에 휴게음식점과 제과점을 설치할 수 있게 해달라”는  김도영 팜테크 대표의 요청에 농림부 관계자가 “휴게음식점은 농업생산성 향상을 목적으로 한 농업진흥지역 취지상 허용하기 어렵다”고 답변하자 고규창 행안부 지방재정경제실장이 “중앙공무원이 법령을 일일이 설명하며 국가 공익을 책임지는 양 말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중앙정부는 농업 진흥 등 기본적인 기준만 마련하고, 나머지 기준은 지자체에 내려서 처리할 수 있게끔 하는게 좋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또 이날 토론회에서는 국내에 복귀한 유턴기업에 제공되는 고용보조금 지원기간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비사업용 자동차에 대한 타사 광고 금지 규제에 대해서는 이번 토론을 거쳐 옥외광고물법에 대한 전반적인 체계와 도시 미관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시범적으로 허용해 보기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아울러 양안 도수가 같은 저도수 안경은 통신판매가 허용되나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판매는 금지했던 규제가 1년 내 방문했던 안경점에 동일 콘택트렌즈를 온라인 또는 전화로 추가 구매할 수 있는 수준에서 검토되는 등 개선 방향을 찾기로 했다. 특히 이번 토론회를 통해 해결된 현안들은 하나하나 지역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된 고질규제로, 현장의 소리를 통해 지속적으로 문을 두드린 결과 반영된 성과다.

앞으로도 행안부와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지자체와 협업해 지역 민생 현안 해결에 더욱 박차를 가해 중소기업들이 적기를 놓쳐 기업 활동에 지장을 주는 일이 없도록 부처 간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여 규제혁신에 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무원 72% “중앙정부가 규제혁신 저해”

이날 행사에서는 한국행정연구원이 중소기업 및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1963명 등을 대상으로 중앙정부의 규제 권한에 관해 물은 설문 결과도 공개됐다.

설문에 따르면 중소기업과 공무원은 현 규제의 문제점은 획일적이고, 기업현실과 괴리된다는 의견이 68.6%, 규제 권한의 바람직한 주체는 시·도 지자체라는 의견이 56.5%로 수위를 차지해 지자체 권한 확대 필요성에 대해 대체로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자체 공무원의 71.9%는 중앙정부를 규제혁신의 저해 주체로 꼽았다. 공공기관 12.7%, 시·도 8.6%, 시·군·구 6.8% 등이었다. 다만 규제 제정·운영의 바람직한 권한 주체에 관한 질문에서도 중앙정부를 꼽은 지자체 공무원이 68.1%에 달했다.

중앙정부가 권한을 갖는 것이 적절하기는 하나 제대로 못 하고 있다는 인식의 반영으로 풀이된다.

박주봉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이번 토론회의 성과는 몇년 동안 해결하기 힘들었던 규제애로를 지난해 7월 민생규제 토론회를 시작으로 오늘까지 전 지자체 공무원들과 함께 열심히 두드린 결과물로 과기부, 산업부, 농림부, 국표원 등 중앙부처에서도 적극적인 규제혁신으로 응답해 줘 현장을 찾은 중소·소상공인에게 규제애로 해결의 외침이 헛되지 않았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 것 같다”며 “올해도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작은 불편이나 큰 애로 모두 가리지 않고, 현장의 목소리를 부지런히 찾아 지역의 민생경제를 살리는 규제혁신을 이뤄내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김부겸 행안부 장관은 “행안부는 지역기업이 신기술·신제품을 개발했음에도 규제로 인해 실증·상용화하지 못한 사례와 지역발전, 주민편의 등을 저해하는 규제를 자치단체, 관계 부처와 함께 협업해 작년에 총 261건을 개선했다”며 “올해는 특히 규제 샌드박스와 규제 정부 입증책임 제도가 일선 행정현장에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나아가 적극행정 확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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