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수수료 면제·40% 소득공제 추진…한국판 알리페이 정조준

▲ 지난 5일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 상점에서 제로페이를 이용해 물건을 사고 있다(사진 왼쪽). 제로페이는 매장에 비치된 전용 QR코드(사진 오른쪽)를 기존 은행이나 간편결제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찍으면 소비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대금이 이체되는 모바일 직거래 결제 시스템이다. 

정부와 여당, 서울시 등 지자체가 제로페이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용카드 공제 축소를 검토하고 제로페이 소득공제를 확대하는 등 각종 혜택을 준비 중이다. 

제로페이가 중국내 모바일 결제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알리페이처럼 간편 결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가맹계약한 자영업자 10% 미만

제로페이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서울시가 자영업자들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제로(0)’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서 추진한 결제 서비스로 지난해 12월 시범 서비스가 시작됐다.

소비자가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으면 소비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돈이 이체되는 방식으로 결제가 진행된다. 기존 신용카드 결제 과정에서 적용되는 카드사 수수료, 부가통신업자(VAN사) 수수료 등 중간 단계를 줄였다.

제로페이에 참여하는 은행들은 계좌이체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플랫폼 사업자 역시 결제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해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을 낮출 수 있었다. 전년도 매출 8억원 이하 소상공인은 수수료가 0%다. 매출 8억원 초과∼12억원 이하는 0.3%, 12억원 초과는 0.5% 수수료가 적용된다. 

그러나 이 같은 혜택에도 불구하고 제로페이가 시행 초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로페이에 동참한 가맹점 수가 아직 많지 않은 데다 개개인의 결제 습관을 바꾸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에게 제출한 ‘제로페이 결제현황’ 자료를 보면 1월 중 은행권의 제로페이 결제 건수는 8633건, 결제금액은 1억9949만원에 불과했다. 네이버페이 등 간편결제사업자 4곳을 경유한 결제도 발생하고 있으나 수치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

1월 실적을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에서 결제된 건수가 3138건(4377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신한은행 1807건(2719만원), 국민은행 1360건(1560만원), 농협은행 568건(644만원) 순이었다.

케이뱅크는 결제 건수 492건에 비교해 결제금액이 8798만원으로 큰 편이다. 케이뱅크 결제금액이 전체의 44%를 차지했다.

케이뱅크는 올해 1월 내놓은 결제시스템 ‘케뱅페이’를 제로페이와 연계한 점이 결제금액 증가로 이어졌다. 케뱅페이는 온·오프라인 모두 사용 가능한데, 오프라인 가맹점은 모두 제로페이 가맹점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12월20일 제로페이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1월 실적이 사실상 첫달 실적이다.

은행권 실적을 같은 달 국내 개인카드(신용·체크·선불) 결제 건수 15억6000만건과 비교하면 0.0006%, 결제금액 58조1000억원에 견주면 0.0003%에 불과하다.

가장 중요한 실적 부진 요인은 기반 미성숙 문제다.

1월31일 기준 제로페이에 정식 등록한 가맹점은 4만6628곳이다. 서울의 약 66만 자영업자 기준으로 보면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소비자가 제로페이로 결제를 하고 싶어도 가맹계약이 체결된 곳이 10곳 중 1곳도 되지 않으니 결제 자체가 쉽지 않단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결제는 개개인의 습관인 만큼 쉽게 변하지 않고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면서 “다만 사회적인 흐름에 일정 시점에서 급변하는 경향이 있어 제로페이 역시 그런 흐름을 탈지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6대 편의점 4월까지 일괄 가맹 유도

이에 서울시는 다음 달 제로페이 포스(POS)단말기 결제방식 출시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중기부와 사용자 유인책 확대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지난 5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과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을 방문해 제로페이로 결제하고, 상인들의 가맹점 가입을 독려했다. 이들이 찾은 신원시장은 119개 점포 중 89개가 제로페이에 가입한 ‘모범단지’다. 

박 시장은 이날 신원시장에서 청과물, 전통수제한과, 순대국 등을 제로페이로 결제해 구매했다. 상인들과의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제로페이 가맹가입을 독려하고, 애로사항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간담회에서 한 상인은 “(다른 페이는) 2만원 결제하면 5000원을 준다. 제로페이도 2만원을 살 때마다 무엇인가 주면 엄청나게 많이 쓸 것”이라고 제언했다.

또 다른 상인도 “제로페이를 소비자들에게 홍보해야 한다. 시장에 아무리 깔아봤자 소용없다”고 지적했다.

중기부와 서울시는 이처럼 현장에서 제기해 온 불만들을 해소하고, 불편한 결제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변동형(CPM) 결제방식 도입에 나서기로 했다.

변동형 결제방식은 소비자가 스마트폰으로 개인 QR코드를 보여주면 가맹점이 POS를 통해 스캐너로 인식하는 형태의 결제방식이다. 소비자가 매장의 QR코드를 찾아 스캔하고 결제금액을 입력하는 고정형(MPM)보다 사용방식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위해 중기부와 서울시는 제로페이와 가맹점에 비치된 POS가 연동되도록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CU, GS25, 이마트24, 미니스톱, 세븐일레븐 등 국내 6대 편의점의 경우 오는 4월까지 제로페이를 일괄적으로 가맹시킨다는 계획이다. 또한 제로페이에 참여하기로 한 60여개 프랜차이즈도 순차적으로 가맹등록을 추진키로 했다.

더불어 광역시·도 국장급으로 구성한 전국 협의체와 지역별 실무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지역 골목상권으로 제로페이를 확산해 나가는 동시에 소상공인연합회, 외식업중앙회, 대한미용사회중앙회 등 소상공인 협·단체와도 협업해 확산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제로페이 시범상가를 중심으로 지자체·상인회 등과 협업을 통해 포인트 적립 등의 공동마케팅도 계획 중이며 포인트 충전 결제방식을 도입, 온누리상품권 및 지역사랑상품권의 제로페이 포인트 전환도 지원키로 했다.

 

전기료·범칙금 납부에도 적용 검토

정부는 제로페이를 통해 공용주차장, 문화시설 등의 공공시설 이용료 할인도 추진한다. 

서울시는 올 상반기 한강공원, 어린이대공원 등 약 390개 지역 공공시설 이용시 제로페이 결제 할인을 추진하고 부산시, 경남도 등 타 지자체로 확산해 나갈 방침이다. 

아파트 관리비, 전기요금, 지방세, 범칙금 등을 제로페이로 납부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아울러 앞서 정부는 제로페이에 소득공제율 40%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반대로 신용카드에 대한 세제 혜택은 줄이는 쪽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와 같이 도입 취지가 어느 정도 이뤄진 제도에 대해서는 축소 방안을 검토하는 등 비과세·감면제도 전반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며 근로소득자에 대한 신용카드 사용액 소득공제 축소 가능성을 취임 후 처음 공식 언급했다.

이런 발언은 카드 소득공제 축소를 위해 공제율(15%)을 낮추거나 공제 한도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발표한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 방안도 제로페이 입장에서 보면 호재다. 

제로페이에 약 50만원 상당의 소액후불 결제 기능이 생기고 교통카드 기능도 탑재된다면 지갑 속 1위 결제수단인 신용카드의 지위를 흔들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중국에서 9억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알리페이에도 없는 기능이다.

금융결제망 개방은 핀테크 업체들이 은행의 도움 없이 결제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어서 여기에 의미를 부여하는 시각도 상당하다. 

박원순 시장은 “자영업체 10곳 중 8곳이 문을 닫는 절박한 상황에서  제로페이를 확산해 많게는 영업이익의 절반까지 차지하는 카드수수료를 제로화, 자영업자들의 근심걱정을 덜어드리겠다”면서 “제로페이가 확산되려면 시민들의 이용이 많아져야 하므로 제로페이 결제가 하나의 습관으로 자리매김하도록 결제방식 간편화와 사용처 다양화를 최우선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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