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동길(숭실대학교 명예교수)

추석명절을 보낸 우리는 다시 생활전선으로 돌아왔다. 남북관계에 큰 변화가 올 것 같은 분위기다. 남북관계의 발전도 경제가 뒷받침돼야 지속가능하다. 남북관계의 변화에 경제의 중요성이 매몰돼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일자리 부족과 실업사태는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7월에 이어 8월의 고용지표는 더욱 악화됐다. 8월의 취업자는 1년 전에 비해 3000명 증가에 그쳤다. 7월의 5000명 증가에 이은 충격이다. 취업자가 30만~40만명 정도 늘어나야 경제에 숨통이 트일 터인데, 9월은 어떤 숫자를 보여줄 것인지 두려움이 앞선다.

청년실업률은 10%라지만 체감 청년실업률은 23%에 이른다. 실업자는 113만명, 8월 기준으로 1999년 IMF 환란 이후 최고수준이다. 8월 제조업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0만5000명이 줄었다.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의 감소세는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공공행정·국방, 사회보장행정, 보건업·사회복지 서비스업 등 정부 재정이 투입된 부분의 취업자는 늘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폐업위기에 몰려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단순노무자와 아르바이트생 등 보호돼야할 사회적 약자들은 일터를 잃었다. 대기업도 활기를 잃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청와대는 “경제 체질이 바뀌면서 수반되는 통증”, 민주당 대표는 “좋은 일자리가 늘어날 시간이 조금 필요하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 통증은 사라지고 건강을 회복할 것인지, 또한 어디서 어떻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일자리 예산은 지난해와 올해 합쳐 54조원, 그러나 제대로 된 일자리는 만들어지지 않았고 고용절벽을 맞았다. 내년에도 23조5000억원을 풀겠다고 한다. 공무원 증원, 취로사업 지원, 민간기업의 임금 보전 등으로 제대로 된 일자리가 만들어 질 수 없다. 일자리는 세금으로, 정부 지원으로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비록 그렇게 만들어진 일자리라 하더라도 지속가능하지도 않고 좋은 일자리도 아니다.

기업은 전망이 불투명하면 당연히 투자를 망설이고 정책이나 상황의 변화에 다각적으로 대처한다.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고용축소와 상품가격의 인상, 추가비용의 전가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시장지배력이 없는 중소기업의 경우 추가비용을 전가할 수도, 상품가격을 올릴 수도 없다. 대처방안은 고용축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실업자 사태에도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있다는 건 분명 정상이 아니다. 대기업 노조의 과도한 임금인상 투쟁이 대기업과 중소기업과의 임금격차를 확대시켜 중소기업은 젊은 인재를 채용하기가 갈수록 더 어려워지는 것이다.

대기업 근로자들이 중소기업 근로자를 착취하는 구조부터 헐어야한다. 청년들은 대기업 취업에 실패해도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리기보다 공무원·공기업 취업을 준비한다. 미국이나 중국 청년들의 창업열기를 보며 우리의 미래 어두움을 미리 보는 것 같아 안타깝기 짝이 없다.

지금은 개방시대, 세계경쟁시대다. 무엇을 하건 국제경쟁을 생각해야한다. 생산성과 임금, 노동조건 등은 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인이다. 고용지표 악화는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증거다. 이런 상황을 역전시킬 방안이 나와야한다.

한국경제를 어두운 터널에서 빠져나오게 하는 방법은 기업을 뛰게 하는 정책과 분위기 조성이다. 투자와 생산이 모두 뒷걸음질이고 기업 심리도 얼어붙어 있는데 이를 외면하면서 경제와 고용을 이야기하는 건 헛소리나 다름없다.

남북관계의 변화를 제대로 지켜보면서 안보와 경제력을 다지는 노력을 배가해야한다. 우리의 살길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 류동길(숭실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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