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동길-숭실대학교 명예교수

최근 고용상황이 먹구름이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에다 근로시간 단축까지 시행됨에 따라 특히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가중된다. 엎친데 덮친 격이다. 
이제 근로시간은 일주일 기준 최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든다. 노사가 더 일하기로 합의해도 법정 근로시간을 어기면 사용자는 징역형의 제재를 받는다. 오는 7월 300인 이상 사업장부터 적용된다. 뒤이어 50∼299인 사업장은 2020년 1월부터, 5∼49인 사업장은 2021년 7월부터 근로시간을 지켜야하고 3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2022년까지 8시간의 특별연장근로가 허용된다.
열심히 일하고 근로시간을 줄여 일찍 퇴근해서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저녁이 있는 삶’,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누가 반대하겠는가. 하지만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으면 쉰다는 건 의미가 없다. 일자리는 있어도 일할 시간이 줄어 임금이 줄어든다면 매력적이지도 않다.
근로시간 단축도 최저임금 인상도 그 자체만을 놓고 보면 이상적이다. 문제는 무엇인가. 근로자도 만족할 수 있어야 하고 업체나 기업의 사정도 좋아져야한다는 점이다.
근로자의 복지증대는 중요하다. 그러나 그 보다 더욱 중요한 건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이다. 그래야 일자리도 임금도 늘어난다. 산업현장의 사정을 외면하고 이상만을 좇는 정책은 부작용과 후유증을 남긴다.
특히 저임금 중소기업 생산직과 시급제 근로자들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감소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 우리의 임금체계는 대부분의 경우 기본급은 낮고 연장·초과근로 등에 따른 수당이 많기 때문이다.
한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퇴근 후 아르바이트 등 또 다른 일거리를 찾아야한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저녁이 있는 삶’을 즐기기는커녕 저녁거리 살 돈이 필요하다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하소연이다.
시내노선버스와 전세버스 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근로시간을 지키려면 운전기사 부족으로 교통대란은 피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예는 많다. 기업이 버티지 못하면 고용관련 정책은 의미가 없다.
대기업은 버틸 수 있겠지만 중소기업의 생산차질과 비용증가는 불을 보듯 뻔하다.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고용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정책의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체는 사람 구하기 어렵고 인건비 부담증가로 자동화하거나 생산시설과 연구개발(R&D) 연구소의 해외이전에 눈을 돌린다. 해외 이전을 못하면 폐업까지 고려한다. 주문량이 폭주할 때 납기를 맞추기 위해 연장근무는 불가피한데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것이다.
미국은 연장근로시간에 대한 규제가 없다. 시간외 수당만 제대로 주면 된다. 영국의 경우도 연장근로를 포함해 주 48시간을 초과하는 경우 근로자가 서면으로 동의하면 주 14시간 추가 근로가 가능하다. 일본의 경우도 최장 근로시간에 법적 제한이 없다.
우리는 탄력근로 단위기간이 3개월로 제한돼 있다. 외국의 경우처럼 1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당장 마련해야 한다. 체력의 한계를 넘나드는 노예노동도 아닌데 1년으로 연장하지 못할 까닭이 있는가. 입법 취지를 살리면서 기업의 숨통을 터주어야 기업도 살고 근로자도 사는 길이 열린다.
기업경영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모든 업종이 그렇지만 특히 전자와 게임·바이오 업체 등은 한발 앞서야 시장을 석권할 수 있다. 남의 지시를 받는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일하는 스타트업의 근로시간을 제한한다면 ‘벤처의 꿈’이 사라질 수 있다. 입시를 앞둔 수험생에게 공부시간을 제한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근로시간 단축이든 최저임금 인상이든 비정규직 정규직화든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지 못하면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들고 경제는 쇠락한다는 점을 생각해야한다.

류동길-숭실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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