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태백’에는 공자의 제자 증자가 말했던 유명한 말이 실려 있다.
“선비는 뜻이 크고 의지가 강인해야 하니,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기 때문이다. 인(仁)을 임무로 삼으니 어찌 짐이 무겁지 않은가? 죽은 후에야 그만두는 것이니 또한 갈 길이 멀지 않은가?” 줄여서 ‘任重而道遠(임중이도원)’이라고도 쓰이는 이 문장은 표현의 유려함과 의지의 비장함으로 인해 역사적 인물들의 좌우명으로도 많이 꼽히고 있다.
서양 귀족들의 도덕적 의무와 사회적 책무를 뜻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의 동양식 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맹자> ‘이루하(離婁下)’에도 사회지도층의 자세와 도덕적 책무를 뜻하는 ‘終身之憂(종신지우)’라는 성어가 실려 있다.
“군자는 평생토록 근심하는 것은 있으나 하루아침의 근심은 없다(君子有終身之憂 無一朝之患也).”
여기서 종신지우는 사회지도층으로서 나라와 국민을 위해 평생을 두고 근심한다는 것으로 증자가 말했던 ‘임중이도원’과 같은 의미이다. 사회지도자는 무거운 짐을 지고 죽을 때까지 길을 가듯이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조지환(一朝之患)은 하루아침의 근심으로 해석되는데 바로 평범한 사람들의 근심이다. 세상 사람들은 끊임없이 부와 성공과 권세를 좇고 있지만, 맹자는 이것을 마치 아침의 이슬처럼 사라지는 허망한 욕심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진정한 사회지도층이 반드시 지녀야 할 자세를 함께 설명해주고 있는데, 귀담아 들을 만하다.
“군자가 평범한 사람들과 다른 점은 마음을 잘 보존하는 것이다. 군자는 인(仁)을 마음에 보존하고, 예(禮)를 보존한다. 인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예를 지닌 사람은 다른 사람을 공경한다. 남을 사랑하는 사람은 남들도 그 사람을 사랑하고, 남을 공경하는 사람은 남들도 그 사람을 공경한다.”
군자는 먼저 사랑과 배려의 마음을 가지고 다른 사람을 대해야 한다. 그럴 때 다른 사람 역시 그를 사랑하고 공경하게 된다는 것이다. 만약 그래도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을 때 그 대처방법은 이렇다.
“여기에 어떤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 사람이 함부로 대한다면 군자는 반드시 스스로 반성할 것이다. ‘내게 분명히 어질지 못한 점이 있고 무례했던 행동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이런 일이 나에게 닥쳤겠는가?’군자가 스스로 반성해 어질게 됐고, 스스로 반성해 예의를 갖추게 됐는데도 여전히 그 사람이 함부로 대한다면 군자는 다시 한번 반성해야 한다. ‘분명히 내가 충실히 대하지 못함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반성해 충심을 다하게 됐는데도 여전히 함부로 군다면 군자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 사람은 망령된 자다. 금수와 다를 바가 없구나. 금수에게 비난할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그러므로 군자에게는 종신토록 근심하는 것은 있어도 하루아침의 근심은 없다.”
먼저 두번의 자기반성이다.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스스로에게 잘못이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한다. 그래도 계속 문제가 있고 상대가 함부로 대한다면 그 때는 단호하게 관계를 단절해야 한다. 이미 두번이나 양보를 했는데도 상대의 행동이 변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상대할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맹자는 큰일을 하려면 먼저 곁에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바르게 정립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크고 작은 인간관계로 인해 날마다 시달리게 되면 큰일을 해내기 어렵다.

- 조윤제《천년의 내공》 저자
- 일러스트레이션 최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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