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계사전>에는 “세상은 비슷한 성질을 가진 것들끼리 모이고, 만물은 무리를 지어서 나뉘어 산다. 길흉이 그로 말미암아 생긴다(方以類聚 物以群分 吉凶生矣)”라고 실려 있다. ‘같은 종류들끼리 함께 모인다’는 뜻의 유유상종(類類相從)과 비슷한 의미인데, 《주역》에서는 이로 인해 좋은 일도 있지만 나쁜 일도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천하의 각 사물에는 제각각 맡겨진 일이 있기 때문에 맡겨진 일을 힘을 합쳐서 잘 해내면 좋은 일이지만, 비슷한 것들끼리 휩쓸려 바른 일을 하지 못하거나 잘못된 풍토를 만든다면 반드시 나쁜 일이 생긴다. 요즘 말하는 동류의식(同類意識)이나 연고주의, 학벌주의, 인종차별과 같은 것들이 바로 그것이다.
<맹자> ‘고자장구상(告子章句上)’에는 남들과 다름으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맹자는 말했다.
“지금 어떤 사람이 약손가락이 굽혀져 펴지지 않는다고 하면, 설사 아프고 일을 하는데 지장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 손가락을 펴 줄 사람을 찾아다닌다. 설사 진나라와 초나라와 같이 먼 곳도 마다하지 않는 것은 약손가락이 다른 사람과 다르기 때문이다. 손가락 하나가 남들과 달라도 싫어하면서 마음이 남과 다른 것은 싫어할 줄 모르니, 이를 일러 일의 경중과 등급을 모른다고 한다.”
여기서 약손가락이 굽은 사람은 다른 사람과의 차이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다. 남들과 다른 자기의 모습이 부끄러워서, 비록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고 전혀 고통도 없지만 남들과 같아지기 위해 노력한다. 심지어 초나라나 진나라와 같은 먼 나라라도 찾아가 고치려 하는 것이다. 손가락이 굽어서 펴지지 않는 것은 어떻게 보면 사소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그 사람에게는 다른 그 어떤 것보다도 자신의 모습이 부끄럽고 힘이 든다. 특히 함께 하는 사람들로부터 차별과 멸시를 받게 되면 더더욱 참기 어려울 지도 모른다.
맹자는 사람들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손가락이 아니라 마음이 남들과 같지 않은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손가락이 다른 것은 아파하면서 마음이 다른 것은 전혀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것을 한탄한다. 여기서 마음이 다르다는 것은 하늘이 준 선한 본성을 잃어버린 상태를 말한다.
즉, 선한 본성으로부터 말미암은 인의예지(仁義禮智)의 삶을 살지 않으면서도 전혀 자신이 잘못된 것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을 맹자는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이들을 일러 일의 중요성과 그 시급히 고쳐야 할 순서를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세상에는 몸의 불구를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다. 약손가락이 펴지지 않은 것과 같은 작은 장애도 있고,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큰 장애도 있다. 이들 중에는 타고난 불구자도 있지만 정상적인 생활을 하다가 불구를 얻은 사람도 있다. 특히 요즘은 사건, 사고로 인해 불구가 된 사람도 많다. 이들은 비록 불구이지만 단지 겉모습이 조금 다를 뿐이다. 생활에서 불편을 겪을 수는 있지만 그로 인해 삶이 망쳐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 주위에는 스스로 자신의 삶을 망치면서도 깨닫지 못하는 사람이 많이 있다. 극단적 이기주의, 성공지상주의, 물질만능주의를 추구하면서 정작 자기 마음이 병에 걸린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바로 마음의 불구자다. 일부 부유층의 갑질, 권력자의 위선, 공직자의 부패 등도 모두가 마음의 불구로 인한 일이다.
불신과 탐욕의 시대, 반드시 붙잡아야 할 것은 바로 내 마음이다.

- 조윤제《천년의 내공》 저자
- 일러스트레이션 최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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