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저임금이 시간당 7530원으로 16.4% 인상된 지 일주일이 된 지난 7일 시민들이 서울 시내의 무인편의점(위사진)과 셀프주유소(아래 사진)를 이용하고 있다. 새해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따라 인건비가 상승하자 최근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에 무인주문기 도입 매장이 확대되고 점원이 아예 없는 무인편의점과 무인주유소도 늘어나고 있다.

최저임금이 시간당 7530원으로 전년 대비 16.4% 인상된 지 2주가 지났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가계소득을 높이고 소비확대, 생산증가, 고용증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이나 영세업체들은 당장 급격하게 늘어난 인건비 부담에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상당수 중소기업이 신규채용을 보류하고 편의점과 영세식당 등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기존 인력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르바이트생이나 고령 근로자 등 취업 취약계층의 고용불안도 커지고 있다.
동대문구 전농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P씨는 지난해 초반까지만 해도 3개 점포를 운영했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이 결정된 이후 차츰 줄여 현재는 1개 점포만 운영한다.
점포가 줄면서 P씨가 고용한 아르바이트생은 17명에서 4명으로 줄었다. P씨는 인건비 절감을 위해 자신의 근무 시간을 하루 9시간에서 10시간으로 늘리고 주 7일 근무를 하고 있다.

편의점 개점 줄고 폐점은 늘어
실제로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CU, GS25, 세븐일레븐 등 ‘빅3’ 업체의 전월 대비 점포 순증가 규모는 83개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순증은 개점 점포 수에서 폐점 점포 수를 뺀 것이다.
이는 전월이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크게 줄어든 규모다. 지난해 11월 이들 ‘빅3’ 업체의 전월 대비 순증 규모는 217개였고, 2016년 12월의 전월 대비 순증 규모는 180개에 달했다.
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점주협의회장은 “과거에는 한달에 5개 점포 미만으로 폐점했는데 지난해 말부터는 한달 평균 20곳 이상이 폐점하고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분이 반영된 1월 인건비를 2월에 지급하고 나면 더 많은 점주가 폐점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유소 업계도 아르바이트생을 최소한으로 고용하거나 셀프주유소 전환 등으로 대응책을 찾고 있다.
김문식 한국주유소협회장은 “손님이 적은 취약시간에는 영업하지 않는 주유소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셀프주유소 전환에 최소 1억원이 드는데 그나마 형편이 나은 사장들은 셀프주유소 전환을 많이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몇년 전부터 추진해오던 무인계산대(키오스크) 설치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르바이트생들의 고용불안이 높아지고 있다.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천국’이 지난달 전국 회원 1458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응답자 72%가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구직난이나 해고 등을 걱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규채용 미루고 설비 자동화
중소제조업체들은 신규채용을 보류하며 최저임금 인상 여파를 지켜보고 있다. 일부 업체는 공장 자동화로 인건비를 줄이거나 외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경남 김해에서 용접 중소업체를 운영하는 K대표는 최근 환율 하락에 최저임금 인상까지 더해지면서 경영 여건이 매우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용접용품을 제조해 조선소에 납품하는 이 업체는 외국인 근로자 7명을 포함해 전체 직원은 30여명이고 지난해 매출은 100억원가량이었다. K대표는 “버티기 힘들다는 판단이 서면 직원을 줄이든지 생산비가 상대적으로 싼 베트남 등 외국에서 만들어 들여오는 쪽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의 한 금속가공 중소기업을 운영중인  L대표는 지난해 11월 2억원짜리 금속 절단기계 1대를 추가 도입했다. 직원 수를 동결하는 대신 현재 3대인 절단기를 6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L대표는 “우리 같은 소기업에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생존의 문제”라며 “신규채용을 하지 않고 인력을 기계로 대체하는 데 힘을 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최저임금과 별도의 임금책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광주에 있는 표면처리업체 A대표는 “현재 고용중인 외국인 노동자 30여명에 대한 최저임금이 내국인과 똑같이 적용되는데다 숙식비까지 별도로 부담하면 외국인 노동자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내국인보다 더 많다”며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별도의 임금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육지책’ 목매는 사업주들
가파른 최저임금 상승으로 비용 부담을 견디지 못하는 영세 중소 사업주들이 부담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는 사례도 잇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상여금 등을 매달 지급하는 방식으로 기본급을 높여 최저임금 적용을 피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일각에선 정부의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 영세 사업주의 편법을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올해 들어 1주일간 56건의 ‘최저임금 갑질’ 제보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한달 이상의 간격을 두고 주던 상여금을 매달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꿔 최저임금 산정 범위에 포함하는 등 상여금을 삭감하는 ‘상여금 갑질’ 사례가 30건(53.6%)으로 가장 많았다.
이밖에 각종 수당을 없애 기본급에 포함하는 ‘수당 갑질’(12건), 서류상으로만 휴게시간을 늘리고 근로시간은 줄이는 ‘휴게시간 갑질’(8건) 등의 사례 제보도 다수 있었다.
한 영세 사업주는 “정부가 인상분 일부를 보전한다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일 뿐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사업을 아예 접어야 할 판”이라며 “사업주를 범법자로 내몰고 있는 정부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등 근본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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