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동윤-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중소기업 글로벌화에 대한 공감대가 많이 만들어졌다. 중소기업도 그 필요성을 잘 알고 있다. 글로벌화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수출 관련 지원은 차고도 넘친다.
글로벌화에 대한 관심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길게 봐도 2006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때부터다. 당시 한·미 FTA는 기회라는 인식과 위협이라는 인식이 맞섰다. 미국 기업과 자본의 침투에 대한 걱정이 더 많았다. 하지만 FTA 체결은 거스를 수 없었다.
마침 히든챔피언 광풍이 불었다. 히든챔피언은 평균 매출액이 4300억원인 수출형 강소기업이다. 규모도 작고 잘 알려지지 않았다.
히든챔피언은 중소기업의 목표가 됐고, 정책의 관심사가 됐다. 여러 곳에서 히든챔피언의 저자 헤르만 지몬을 초청했다. 기꺼이 고액 강연료를 지급했고, 한수 배우려 했다. 그즈음 정부 부처와 기관도 앞다퉈 히든챔피언 육성 사업을 내놨다.
우리는 히든챔피언이 될 수 없다. 유럽은 도제제도가 일반적이다. 도제 수업 후 제자는 스승의 영역(영주)을 떠난다. 스승이 만들어 놓은 시장에서 사업을 시작할 수 없는 노릇이다. 새로운 시장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어딘가에 자리를 잡고 사업을 시작한다. 그게 오늘날 히든챔피언이 가진 속성이다. 태어나면서부터 뼛속까지 글로벌화다.
우리는 다르다. 우리 중소기업은 정책에 의해 성장했다. 중화학공업화를 선언한 1970년대부터 그랬다. 대기업은 최종재를 만들고, 수출했다. 중소기업은 거기에 들어가는 중간재를 만들고, 납품했다. 정부는 계열화촉진법을 만들어 거들었다.
그렇게 50여년을 커왔다. 밖으로 나가기 어려운 구조다. 삼성전자에 납품하던 중소기업에 지원을 해줄 테니 글로벌시장으로 나가라면, 효과가 있을까?
잘못된 인식은 또 있다. 글로벌시장에 나가려면 가장 필요한 게 정보다. 정부도 잘 알고 있다. 제공하는 정보가 넘쳐난다. 성장률이 얼마고, 국민소득이 얼마고, 인구가 몇명이고 등등.
가령, 동네에 칼국수 가게를 개업한다고 치자. 지난해 동네 주민 소득이 몇 퍼센트 증가했다는 게 중요한 정보는 아니다. 주변에 칼국수 가게는 몇개고, 수제비 가게는 있는지, 밀가루는 어디서 공급받아야 하는지, 손님은 주로 누구인지가 더 궁금하다. 정부가 해줄 수 없는 것들이 많다. 하물며 글로벌 시장이라면 더 그렇다.
최근에는 GVC(글로벌공급사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수출 촉진을 위한 연장선이다. GVC는 제품의 기획부터 제조, 판매까지 일련의 과정이 하나로 연결된 네트워크다. 우리 중소기업은 중간재 생산이 강점이다. 그러니 GVC에 수출을 통해 제조 분야에 참여하자는 것이다.
통상 GVC는 7개 부문으로 역할이 나뉜다. 그중에서 가장 부가가치가 낮은 게 제조다. 169만원짜리 아이폰을 한대 팔면, 제조사 폭스콘에 떨어지는 이윤은 4200원이다. 그래도 수출로 GVC 참여를 주장할 것인가?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에 애플로 납품처를 바꾸라는 말과 별반 다르지 않다.
글로벌화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글로벌시장의 변화는 매우 빠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만들어도 쫓아갈 수 없다. 결국 기업 스스로의 몫이다. 자꾸 나가게 해야 한다. 만나게 해주고, 부딪치고 거기서 중소기업이 답을 찾아야 한다.
전략도 기업의 몫이다. 국회도 이런 사업은 성과를 물어서는 안 된다. 글로벌화는 동네 칼국수 가게처럼 개업하면 바로 매출이 발생하는 그런 일이 아니다. 바이어를 만나고, 신뢰를 쌓고, 계약하고, 제품을 선적하고, 돈을 받을 때까지 적어도 1~2년은 족히 걸린다.
우리 중소기업을 믿어야 한다. 아프리카에서 한국의 뻥튀기 기계가 팔린다고 한다. 시베리아에 냉장고를 팔 날이 머지않았다. 이건 정부가 지원한다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오동윤-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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