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병무-한남대 겸임교수

불과 몇십년 전까지 만해도 대부분의 가게들은 외상거래로 매출을 유지했다. 특히 다방 같은 유흥업소들은 외상이 당연시 됐다. 그래서 월급날이 되면 외상독촉 전화를 피하느라 곤욕을 치르는 샐러리맨들이 많았고, 급기야 월급봉투를 이중으로 만들어 해결책을 강구하는 등 외상과 관련된 소시민들의 애환이 많았다.
지금이야 카드가 일상화돼 이런 일들이 많이 사라졌지만 카드구입은 파는 매출자의 입장에서 보면 대부분 현금 장사라고 생각하지만 매입자의 입장에서 보면 일단은 외상구매다.‘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우리 속담도 있지만 자기 절제가 부족한 사람들은 과도한 카드 사용으로 문제가 생겨 신용시대에 경제활동의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에서도 IMF 외환위기 이후 현금 유동성의 문제가 가게의 생사를 좌우하는 중요한 경영요소로 인식됐다. 따라서 미수금 회수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고 거래 형태도 바뀌게 됐다. 그렇지만 모든 거래가 현금으로만 오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외상 매출금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객의 외상값은 가능한 빨리 받아야 한다. 왜냐 하면 외상값을 받지 않으면 그 외상값이 고객의 마음에 부담을 주게 돼 다른 가게로 발길을 옮기게 되기 때문에 단골고객을 잃게 된다. 때로는 ‘돈도 잃고 사람도 잃는 꼴’이 되기도 한다. 많은 사업자들은 외상값을 독촉하면 단골 고객을 잃을까봐 주저 하지만 적당한 금액과 기간이 되면 반드시 수금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고객 없는 기업은 파산이다.
장수기업의 요건은 결국 단골고객, 충성고객, 평생고객의 확보에 있다. 기업의 생명은 신 고객 창출과 고정고객을 유지하는데 있고, 기업의 매출은 새로운 고객의 구매액과 단골고객의 구매횟수가 곱해져서 이뤄진다.
따라서 기업의 성장은 신고객의 구매액도 중요하지만 단골고객의 두번째 이후의 매출액이 보다 더 중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사업주는 단골고객을 중요시하게 되고 단골고객에 대해 외상은 물론 각종 혜택과 서비스를 하게 된다. 외상은 안면이 깊은 단골에게 편의를 제공하려는 목적과 신용을 부여해서 매출액을 늘리려는 속셈이 깔려있다.
‘외상을 하지 않으면 가게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도 바로 이런 연유에서 생겨난다. 이러한 매출자의 심리가 존재하는 한 고객과의 거래에서 ‘외상이란 신용거래’는 피할 수 없는 상거래 관습으로 남게 된다.
팔려는 욕심이 지나쳐 과도한 외상을 주고, 또 사람 좋다는 평을 의식해서 장기간 외상값을 방치는 것은 종국에는 기업을 파산의 늪으로 빠져들게 한다. 잘못하다가는 흑자 부도라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당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지속 장수하는 기업의 핵심요소는 주 고객을 어떻게 충성고객으로 만드느냐에 달려있다. 따라서 고객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완벽하게 수금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현금 유동성이 그 어느 때 보다도 중요시 되는 요즈음. 기업의 생존 차원에서 다시 한번 되새겨봐야 할 일이다. 

조병무-한남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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