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근영 (주)코코아 대표

이사를 하게 되면 당연히 이삿짐센터에 맡긴다. 요즘의 상식이다. 80년대까지는 손수 박스를 구하고 온 가족이 달라붙어 짐을 쌌다. 

요즘은 어떤가? 전화 한통으로 견적을 받고, 계약하면 사실상 이사는 끝나는 셈이다. 당일에 버릴 짐과 옮겨가야할 짐을 구분해 주고, 새 집에 와서는 짐 놓을 장소만 정해주면 끝이다. 세상 참 편해졌고 많이 변했다.

회계(복식부기)는 400~500년 전의 이론이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주판으로 계산하던 것이 계산기로, 엑셀로 바뀌는 동안에도 회계의 논리는 유지돼 왔다. 이사의 본질이 변화하지 않은 것처럼 회계의 본질도 변하지 않았다.

회계는 돈에 대한 기록이다. 은행에 들어 있는 죽은 돈이 아니라, 회계는 살아있는 돈, 입출금된 돈의 기록이다. 즉, 완성된 입금과 출금의 기록인 것이고 어떤 의미로 입금되고 출금된 것인지를 기록하는 일이 회계다.

또 한가지는 상품과 서비스를 사고 파는 기업의 입출금 기록을 기반으로 결산을 하고 이익이 얼마인지를 구분해서 정리하는 것, 기업의 주주와 세무서에 그 사실을 드러내는 일이다.

회계가 이사처럼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두가지 속성의 일을 하나의 틀로 풀어내려 했기 때문이다.

컴퓨터의 발전으로 아주 다양하고 편리한 회계 프로그램들이 보급됐지만 분개하고, 계정 처리하는 전반의 과정이 어렵고 결국 세무 신고를 해야 하는 일이어서 당연히 전문가에 일을 의뢰하는 것으로 돼 있다. 맞는 구조다. 하지만 불행한 구조다.

세무대리인에게 맡겨 일을 처리하지만 돈의 입출금은 내 손에서 일어난다. 입출금 내역을 전달하고 나면 세무대리인은 자신의 본연 업무인 세무 처리에 주안을 두고 업무를 한다. 따라서 매일매일 일어나는 자금 집행을 위한 내 돈의 흐름은, 내가 어떻게든 정리하고 분석하고 판단을 해야 한다.

기술을 개발해야 하고, 마케팅에 고민해야 하며,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고 판로를 개척해야 하는 기업이 회계에 발목을 잡히는 순간이다.

이렇게 생각해 보자. 회계의 첫번째 기능, 돈의 기록에만 집중해 보자. 초등학생 정도면 부모에게 받은 용돈, 간식 사 먹은 돈, 학용품 산 돈 등을 정리할 수 있다. 이렇게 정리된 내용을 세무전문가에게 주면 세무전문가는 바로 결산, 세무 보고할 수 있다.

아주 간단하게 생각하자. 일단과 이단으로 구분해서 생각하자. 일단은 돈의 기록에만 집중하자. 그러면 초등학생도 할 수 있는 일이 된다. 그 다음에 결산과 보고. 이 일은 전문가에게 맡겨서 처리하자. 이게 이단이다.

금액이 적든 크든 세무 신고라 함은 간단치 않다. 세무서에서 인정하는 간편 장부를 쓰는 규모의 작은 기업에는 맞는 방법이지만 이 일도 사실 상당한 공부가 필요하다. 세법도 해 마다 바뀌고, 스스로 처리하다가 잘못되면 과징금을 물 수도 있는 일이다. 이런 일은 전문가가 하는 게 맞다.

결정적으로 쉬운 방법은 일단, 이단으로 나눠 생각하는 것이다. 회계에 대한 생각을 바꾸면 된다. 엑셀을 쓰든 가계부를 쓰든 어떤 돈이 어떤 의미인지를 꼼꼼히 정리하면 된다. 법적으로 요구되는 것들은 전문가에게 맡기면 된다.
회계에 대한 생각을 바꾸자. 세상이 쉽고 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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