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영택 (대진실업(주) 대표이사)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는 저성장의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희망보다 실망을 경험한 한해로 기록될 것 같다. 밖으로는 수출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내수 증가세도 둔화되면서 경기회복세가 약화되고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포장자재 업종은 다른 업종보다 경기 민감도가 낮고 완만한 내수 증가세를 보여 그동안 안도해 왔으나 최근 들어 경기흐름이 나빠지고 있다. 여타 업종의 불경기가 가져오는 고충이 심화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중간재 성격의 포장자재 판로를 중국시장에서 찾았으나 중국 경기가 둔화되고 중국 스스로 기술을 어느 정도 개발해 수입의존도를 줄이고 있다. 갈수록 내수는 물론 해외시장도 만만치 않아 경영이 힘들어지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인력난이 중소기업 경영자에게 어려움을 주며 새로운 도전 과제가 되고 있다.
공장에서 일하는 젊은이들의 숫자가 줄어들면 공장의 뜨거운 열기도 식어간다. 꿈과 희망을 안고 공장을 돌리면서 제품을 제조하는 경영자는 이러한 공장을 3D(Dirty, Difficult, Dangerous) 업종으로 폄하하며 그 역할과 중요성을 저평가 받을 때 가슴이 미어진다.

공장에 배열된 기계 앞에서 기름 묻은 작업복을 입고 기계를 운전하는 직원이야말로 진정한 애국자다. 이들은 제조업의 버팀목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성장 동력산업을 견인하는 기반이 된다.

스위스의 손목시계, 독일의 자동차, 이탈리아의 핸드백 등 세계적인 명품은 모두 공장에서 장인의 손을 거쳐 나온다. 자동차, 조선, IT 산업의 성공도 공장에서 주조, 금형, 열처리, 소성 가공 등의 일손을 거치지 않으면 안된다.

주조, 금형, 용접 등 소재를 부품으로, 부품을 완제품으로 생산하는 기초 공정산업에 종사하는 젊은이들이 증가해야 한다. 이들이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으나 최종 제품에 내재돼 제조업 경쟁력의 근간을 형성하므로 젊은이들이 일하는 풍토나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

기술력을 갖춘 이 젊은이들의 존재가 첨단 기술과의 융·복합을 통해 명품 제조업의 탄생을 견인하는 것이다.

공장에서 기계를 가동하려면 젊은 사람이 필요하지만 그들이 없으니 그 자리에 나이가 많은 사람이라도 앉힐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가동효율이 떨어진다. 순발력이 없으니 안전사고 위험도 그만큼 높아진다. 안전한 가동을 위해 생산량을 줄이거나 작업시간을 단축할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 경영자는 당연 고정비용이 증가해 원가압박을 받는다.

젊은이를 공장으로 불러 모으는 정부의 특단 정책이 절실히 필요하다.

젊은이는 장래의 비전과 꿈을 설계하기보다 단기적이고 손쉬우며 편안하게 일하기를 바란다. 서비스 직종에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이유다. 경제의 선진화에 따라 늘어나는 서비스 업종의 고용은 대부분 급여가 낮고 시간제이며, 그나마 일부 젊은이들에게만 문이 열려 있다. 그래도 다수의 젊은이들이 희망하는 현실이다.

젊음은 물처럼 흘러서 공장으로 오고 그 물기어린 젊은이의 손이 기계를 움직일 때 공장은 젊어진다. 새로 태어나는 아이가 없어 자꾸만 늙어가는 대한민국 못지않게 새로이 입사하는 젊은이들이 없어 고령화되는 제조업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오늘날 사람들은 자신이 어리석음에도 성현의 지혜를 스승으로 삼아 배우려 하지 않는다. 이것은 잘못된 일이 아닌가? 젊은이들이 공장에서 묵묵히 땀 흘려 일하며 기술을 배우는 장인정신이 깃든 젊은이를 양성하는 방법을 찾아보자. 청년을 공장으로 부르는 지혜를 모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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