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훈 ASE코리아 본부장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라는 책은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 봤을 것이다. 구본형이 쓴 자기계발서로 필자도 관심 깊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시작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결정할 시간이 극도로 제한된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생사가 갈렸다.

책을 써본 경험에 의하면 이런 극한의 체험에 대한 이야기로 책의 전반은 충분히 끌고 갈 추력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은 여러가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지만 주된 화두는 역시 변화다.

다른 산업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제조업에서는 대부분 품질문제가 변경과 관련이 깊다.

원가절감, 조직의 변동, 관련업계의 상황 변동 등 여러가지 요인에 의해 변화는 끊임없이 일어난다. 이 변동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2차 대전의 원폭 투하 등 여러 가지 중대한 결정을 했다. 그가 캔자스 시티에서 연설할 때 비료(fertilizer)라는 말 대신 거름(manure)이라고 연거푸 말한 적이 있다. 비료라는 말이 더 고상한 표현인 듯 한데 시골 농장에서 자란 그로서는 거름이 더 자연스러운 표현이었을 것이다.

참다못한 영부인의 친구가 이를 지적하자, 트루먼 여사는 거름이라고 말하도록 바꾸는데도 몇년 걸렸다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는 얘기가 있다. 변화란 역시 비범한 사람들에게도 버거운 일인 것 같다.

시대와 사람들의 정서가 크게 변했는데, 예전에 좋았던 시절의 향수에 젖어 옛날에는 허용됐던 일이라고 해서 사람들이 무조건 좋아할 리가 없다.

선진국에 진입했다는 것은 달리는 호랑이에 올라탔다는 뜻이다. 잘 견디면 등용문에 도달할 수 있지만, 뛰어내리면 물려 죽는다.

우리가 과연 과거로 회귀할 수 있을까? 우리의 의식 저변은 물론이고 DNA까지도 선진국의 방향으로 변화돼 있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본다.

되돌아 갈 다리도 이미 불살라 버린 지 오래다. 우리의 처지가 이렇다 보니 경제가 초미의 관심사다. 하지만 여기저기 걸림돌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일자리도 별로 늘지 않고 있다. 심리학자들은 일자리의 요건으로 경제적 보상, 자신의 일에 대한 만족감, 장래의 기회를 들고 있는데, 취업의 기회조차 원천적으로 박탈당한 청년들에게 이런 건 꿈 같은 얘기다.

장년들은 그래도 수십년씩 직장에 다녀 봤고 기업이 적성에 맞은 사람들은 자아실현도 했다고 할 수 있다.

경제도 그렇고 이래저래 심란한 때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걸 손 놓고 있을 순 없다.

선진국에서의 삶이란 어차피 거센 강물을 거슬러 노를 젓는 것과 같다.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제자리를 고수하려다 보면 자동으로 뒤로 밀려나게 돼 있다.

미국 대선에도 출마해 루스벨트 대통령과도 경합한 적이 있는 로저 뱁슨이라는 기업가 겸 뱁슨 대학설립자는 마음이 울적할 때마다 역사 도서관을 들렀다고 한다. 그곳 서가에서 아무 책이나 뽑아 한시간만 읽으면 마음이 이내 가라앉았다.

어떤 역사책을 봐도 예외 없이 비참한 전쟁이야기, 기아, 가난, 전염병, 잔혹한 살상과 비인도적 만행으로 가득 차 있어 지금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어려운 때 일수록 우리 경제 주체들이 과거의 초심을 잃지 않고 경제 살리기에 온갖 지혜를 동원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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