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경(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북한 청년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젊은 지도자의 등장과 더불어 장마당에서 사회화를 완성한 북한 청년들이 북한 사회의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그 근간이다. 게다가 경제와 사회 부분에서 변화의 바람이 거세어지는 북한 내 ‘젊은 청년’은  ‘새로움’을 만들어갈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집단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의 이러한 논리적 추론이 북한 청년들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분석을 바탕으로 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비판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북한의 경우 12년제의 의무교육이 18세에 완료되지만, 그 이후에는 의무적으로 군복무를 약 10년간 하게 돼 있다. 뿐만 아니라 청년동맹이라고 불리는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에 14~30세의 모든 북한 청년들이 소속돼 조직 활동을 수행하게 된다. 그만큼 북한의 청년은 체제적 특수성을 배태하고, 이들만의 경험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청년층은 ‘장마당 세대’
최근 ‘장마당 세대’로 명명되는 집단은 연령적으로는 20~35세에 이르는 집단이고, 출생년도는 1980년에서 1990년대 후반이다. 유아기 혹은 초기 아동기에 고난의 행군을 겪은 집단으로 어릴 적부터 시장을 중심으로 사회화를 경험한 이들을 일컫는다.

이들은 경제난으로 인해 사상교육이나 의무교육을 느슨하게 받았고, 대부분의 성장기를 부모가 시장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것을 보면서 자랐다. 한국 사회가 이들을 주목하는 이유는 북한 사회 변화의 가장 주요한 영역인 시장과 함께 성장하며 구축한 국가와의 관계상, 시장 내에서의 역할, 문화적 취향과 성향의 차이 등이 향후 북한 사회 향방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가정 때문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청년들은 기성세대와는 구분되는 세대적 정체성을 구성했을까.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서 실시한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살펴보면, 북한 청년의 정치의식은 기성세대보다 오히려 더 보수적이고 체제 순응적이다. 정치 범주화, 정치적 의식, 정치적 실천, 그리고 정치적 아비투스(성향) 등의 영역에서 좀 더 면밀하게 살펴보면 북한 청년은 의식 깊은 곳에서 국가와 체제에 대해서 기성세대와는 구별되는 인식의 싹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이것이 기성층과 뚜렷이 구별되는 세대적 정치의식이나 실천양식으로까지 발전되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측면의 가능성을 살펴볼 경우, 북한 청년은 배급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라는 특징을 갖는다. 기성세대가 장마당을 개척하고, 고난의 행군, 화폐개혁 등을 직접적으로 마주한 것에 비해 청년의 경우에는 사회화의 경험이 시장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살아남기 위한 전략적 세대
하지만 시장에 대한 북한 청년들의 태도 또한 상당히 모호하고 혼종적이다. 예컨대 시장에서 좀 더 적극적이고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음에도, 이들은 국가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적절하게 시장에 기대 살고자 한다. 국가를 뛰어넘어 시장의 주요 세력이 되기에는 이들의 경제적 위치가 아직은 제한적이고, 자본 또한 충분치 않다. 무엇보다 사회문화적 구조가 젊은이들에게 그렇게 개방적이지 않다.

이런 측면에서 이들은 자신들의 사회적 위치를 정확하게 간파하면서 그 속에서 최대한 살아남으려고 노력하는 ‘전략적’ 세대이다. 즉 사회주의적 문화와 외래문화 사이, 국가와 시장 사이, 집단주의와 개인주의, 적극적 행위주체와 수동적 군중 사이에 양면적으로 존재하는 ‘사이(in-between)세대’이다.

청년들은 국가와 시장,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그리고 집단주의와 개인주의 사이에서 양면적으로 존재하면서, 이 두개의 다른 항 사이를 넘나들며 자신들의 취향을 구축한다. 북한의 청년들이 즐기는 유행의 의미와 세대적 위치의 특성은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나타난다. 최근 이들 사이에는 당원임을 의미하는 휘장인 ‘쌍상’을 패션으로 부착하는데, 이는 북한 청년들이 유행으로 의미화 되는 문화적 실천에서도 결코 국가를 극복하지 못했음을 나타낸다.

이들이 향유하는 유행은 기존의 문화 양식과 외부의 영향, 국가와 시장, 기성세대의 가치와 청년세대의 변화 등 다양한 힘이 복합적으로 얽혀 구성된다. 그만큼 이들의 삶은 단순히 국가 혹은 시장이라는 이분법으로 설명될 수 없는 복잡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이들은 어느 쪽에도 완전히 ‘소속되지 못한 자’들의 혼란함과 불안의 심리, 그리고 그만큼 혼종적인 가치를 내면화하고 있다.

북한 청년의 다면적 정체성
북한 청년들은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사실상 경험하지 못하고, 장마당에서 사회화를 경험하게 되면서 물질주의와 시장적 가치를 내면화한 집단이다. 하지만 국가는 이들에게 여전히 두려운 존재이다. 물론 이들이 문화적 측면에서 좀 더 자유주의적이고, 남한의 대중문화에 더 많이 노출돼 있으며, 사회주의적 가치보다는 개인주의적 취향에 심취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들의 행위와 의식이 이들만의 ‘세대적 엔텔리키’로 구성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청년을 북한체제 내의 대항 세력으로 단순화해 호명하는 것은 시기상조임이 분명하다. 오히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북한 청년의 다면적인 정체성을 좀 더 심도 있게 이해하려는 노력일 것이다. 북한의 청년을 이해하는 것은 통일 한반도의 사회통합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에 선행돼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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