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훈( ASE코리아 본부장)

오래전 우리나라 국적기를 타고 미국 실리콘 밸리에 갈 때의 일이다. 전날 같은 항공사 소속의 비행기가 괌에 추락해 개운치 않은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기내로 진입하는 입구에서 나눠주는 신문 1면에 사고 관련 기사가 크게 실려 있었다.

긴 비행시간을 거쳐 국제공항에 비행기가 착륙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 만을 선회할 때였다. 멀리 금문교가 보이고 베이브리지도 시야에 들어왔다. 그때 비행기가 덜컹하며 급강하하는 듯 가라앉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탑승객들도 전날의 뉴스를 의식해서인지 기내 곳곳에서 가벼운 탄성과 비명이 들렸다. 하지만 같은 기종의 동일한 항공사 소속 여객기가 연속 이틀 사고가 난다는 것은 확률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므로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경주 지진 발생 이후 9월 관광객 수가 57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에 머문다는 뉴스를 접했는데 관련업계의 어려움이 눈에 선하다. 환태평양 조산대에 속해 있어 일상적으로 지진의 위험에 노출된 일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지만, 우리나라도 더는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이 실감 난다.

외국 고객들의 비상대책(business contingency plan)에 대한 문의도 한동안 이어졌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소위 가용성 방략(availability heuristic)을 역이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관광지의 숙박비도 저렴한데다 손님에 대한 서비스도 나을 수밖에 없다. 만일에 대비는 하되 지나치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회사에 청바지를 입고 출근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노래도 있었지만, 지금은 보편화됐다. 그렇다 해도 남자직원이 반바지 입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었다. 

어느 대기업에서 반바지를 허용한다는 회사 방침을 발표하자 입사한 지를 얼마 안되는 젊은 사원들이 입기 시작했다. 처음엔 돌출행동이라 여기고 눈살을 찌푸리던 과장급 직원들이 막상 입어보니 장점이 많아 이제는 흔한 차림이 됐다고 한다. 

회사 분위기가 예전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했다. 수직관계가 완화되면 자연히 의사소통이 잘되고 실무자들의 참신한 발상이 경영에 반영될 가능성이 커진다. 예비군복만 입으면 완전히 사람이 달라지는 걸 경험해 본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라는 최신 영화에서 여주인공이 우연한 하룻밤 정사로 임신하게 되고 미혼모가 될 처지에 놓이게 된다. 미국은 이미 결혼한 커플 사이에 출산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정확히 반반에 이를 정도로 일반화돼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편견이 적지 않아 보인다. 이런 분위기만 개선돼도 출산율은 매우 증가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인구감소로 먼 미래에 대한민국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예측이 있다. 하지만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지금 기준으론 우스꽝스러운 구호도 있었다. 그때 예측으론 방글라데시처럼 인구가 1억을 넘길 수도 있다는 예측도 있었을 것이다.

물리학의 법칙과 달리 인적 요소가 개입된 사회현상은 얼마든지 반전이 있을 수 있다. 저출산율의 부작용에 대한 보도나 이를 개선하기 위한 캠페인은 효과가 작다. 예컨대 자녀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자주 매스컴에 노출되고 이것이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되면 자녀의 필요성을 저절로 깨닫게 된다.

비즈니스의 대소에 관계없이 발상의 전환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한단계 높은 도약을 이룩한 일이 많다. 생각하는 사람은 생각하지 않는 사람의 주인이 된다는 격언은 요즘과 같이 힘들 때에 더욱더 금과옥조로 곁에 두고 실행해야할 덕목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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