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동윤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며칠 전 대전역 부근 중앙시장을 둘러 봤다. 시끌벅적하고 생기가 넘쳤다. 보도까지 빼곡히 좌판이 들어섰다. 걸을 때 사람들을 피해야 할 만큼 붐볐다. 시장 입구에 코리아세일페스타라고 쓴 대형 현수막이 나부낀다.

코리아세일페스타는 쇼핑, 관광, 축제가 어우러져 33일간 이어지는 대형 축제다. 지금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의 블랙프라이데이와 코리아 그랜드 세일을 합친 것이다. 대형마트, 백화점, 인터넷 쇼핑은 물론 전통시장까지 함께하는 대규모 할인 행사다. 뾰족한 경기부양책이 없는 가운데 정부가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갑다.

효과에 대해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유통업체의 매출액은 35.8%, 전통시장의 매출액은 18.5% 증가했다. 누군가 소비절벽 시대에 소비자들이 미래 소득을 당겨 사용한 것이라고 힐난을 한다. 오히려 연말에 소비가 위축되는 것을 우려한다.

다른 누군가는 숨어있는 소비를 끌어냈다고 한다.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녹이는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다. 전자의 주장에 무게 중심이 실린다. 누구 주장이 맞는지를 가리기보다 오랜만에 북적거리는 전통시장을 마주하니 그저 좋을 뿐이다.

소비 행태 변화 받아들여야

요즘 소비자는 가격보다 편리성을 선호한다. 추석 차례상을 준비할 때 전통시장을 활용하면 22만원, 대형마트를 활용하면 32만원이 든다. 가격만 놓고 보면, 전통시장이 경쟁력을 갖는다.

그런데도 소비자는 대형마트로 향한다. 소비의 편리성 때문이다. 요즘 소비자는 차를 타고 물건을 사러 간다. 주차장이 있는 곳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제품 비교, 카트 사용, 카드 결제 등 모든 여건에서 대형마트가 유리하다.

아직도 전통시장은 대놓고 카드 결제를 거부하곤 한다. 그리고 소득수준이 높아진 탓에 전통시장이 싸더라도 대형마트와 가격 차이 정도는 소득으로 감당하는 경향이 있다.

소비행태를 고려하면, 대형마트가 더 적합하다. 요즘 소비행태는 다품종 소량 구매이다. 사과라는 단일 품목만 구매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사과만 사고 싶다면 전통시장이 더 싸고 품질이 좋다. 다른 물건을 사고, 사과를 덤으로 사는 경우가 많다. 물론 대형마트에서 말이다. 대형마트는 구매에 드는 시간을 절약하는 효과도 있다.

시장의 ‘관광 상품화’가 해법

그렇다면, 대형마트의 시장 진입은 당연하다. 물론 진입 장벽은 있다. 보통 대형마트가 문을 열려면 상생방안을 제시한다. 한가지 예로 주변 전통시장이나 상가에 발전기금을 낸다. 얼마 전 이마트 타운은 부산 연제구에 진입을 준비하면서 주변 점포당 100만~200만원을 발전기금 명목으로 지급했다. 발전기금은 가입비나 ‘위로금’에 가깝다.

그리고 이마트 타운은 구매액 3만원 미안인 경우 3년간 무료배달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대형마트에서 3만원 미만을 구매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싶다. 마치 배달을 원하면 3만원 이상 구매하라는 말로 들린다. 이번 코리아세일페스타 기간 동안 전통시장에서 1인당 평균 구매액은 4만7000원이다. 실효성 자체가 아예 없어 보인다.

결국 전통시장은 점점 도태될 수밖에 없다. 전통시장의 주요 소비자는 대부분 고령의 노인층이다. 노인층이 사라질수록 전통시장은 그나마 갖고 있던 충성스러운 고객을 잃는다. 50대도 대형마트에 익숙하다. 젊은이는 말할 것도 없다.

결국 50대가 고령이 되는 시점이 전통시장의 마지막 생존기간이 아닐까 싶다. 게다가 빠른 도시화를 고려하면 전통시장의 위축은 더 빨라질 것이다.

전통시장의 관광 상품화를 고려해봄 직하다. 다른 지역에 있는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지역의 특산품이나 색다른 문화를 소개하는 공간으로 말이다. 지역마다 많은 축제를 연다. 축제를 전통시장과 지리적, 물리적으로 연결하는 정책의 고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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