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경(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분되는 것은 바로 ‘사회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회적이라는 것, 즉 사회라는 것은 무엇일까? 사회라는 개념은 라틴어인 ‘socius(동료)’에서 유래하여, 고대 프랑스어 ‘societe’와 라틴어 ‘societas’에 어원을 둔다.

처음에는 동료 간의 적극적인 관계 혹은 친교의 의미로 쓰이다가 17세기에 들어서 많은 인간들이 모여 의견을 일치한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변용된다. 사회와 구별되는 개념은 ‘국가’, 즉 state 인데, 처음에는 특정 ‘상태’를 뜻하다가 후에는 ‘국가’와 같은 권력을 칭하는 것으로 발전된다.

특히 17세기에 이르러 사회는 자유롭게 모인 개인들의 결사체로 의미화 되고, 국가는 정치적 위계질서와 주권이라는 의미를 갖게 되면서 서로 근본적인 대립어가 되었다. 그만큼 사회라는 것은 각 개인들이 공동체를 구성하는 것을 의미하는 반면 국가는 신분이나 권력이 유지되는 정치 기구를 뜻한다.  

사회라는 개념은 무엇이 인간을 ‘사람’으로 만드는 지 확인할 수 있는 단초가 된다. 즉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별될 수 있는 것은 타자와의 교류와 친교를 나누기 때문이고, 이는 서로 가치, 규범, 도덕과 같은 제도를 통해서 서로 적절하게 공동체를 유지한다는 의미다. 물론 현대 사회에서 경쟁이 고도화되면서 사회 밖의 개인들이 등장하기도 하고, 지금껏 공유해 온 도덕이 산산 조각나는 일도 비일비재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사회 속에서, 즉 다른 이들과 더불어 살기에 ‘사람’일 수 있다. 

최근 한국사회에는 다소 다른 ‘동료’들이 새로운 구성원이 되었다. 말 그대로 다문화 사회로 진입했기 때문일 것이다. 유럽의 난민보다는 훨씬 적은 수이지만 난민, 경제이주자, 결혼이주자, 그리고 탈북자까지 셀 수 없이 많은 타자들이 이 ‘사회’의 일부분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가 과연 이들과 잘 더불어 살면서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는 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특히 북한출신자들의 수가 3만 여명에 이른 현재, 우리는 이들을 동등한 ‘동료’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사회가 아닌 ‘국가’의 수준에서는 이들에게 국적을 제공하였고, 최소한의 삶을 살 수 있는 경제적 지원 또한 이루어졌지만, 이들과 더불어 공동체를 이루어야 한다는 사실은 간과되기 일쑤이다. ‘국가’가 제공한 최소한의 지원과 혜택을 들먹거리며, 북한출신자에게 할 만큼 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뿌리 깊은 분단의식으로 인해 적국 출신자를 향한 묘한 의심의 눈초리도 여전하다. 게다가 남북관계가 경색일로를 걷게 되면서, 이들을 향한 우리들의 이중적 시선에 대한 부끄러운 마음조차 찾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한국사회에서 북한출신자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철저하게 ‘반북(反北)’임을 증명하거나 자신들의 출신지가 ‘북한’임을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 상당수의 북한출신자는 이 때문에 오늘도 자신들의 억양을 고치기 위해서 애쓰고, 가능하면 ‘북한’ 사람 같아 보이지 않기 위해서 노력한다. 혹여나 출신지를 묻는 이들에게는 중국동포라고 둘러대기까지 한다. 이들에게는 북한출신자보다 중국동포가 한국사회에서 그나마 덜 무시 받는다고 느꼈기 때문이리라. 이것도 어려운 몇몇은 소리 높여 자신들은 ‘북한’을 증오한다고 외친다. 대북전단을 날려 보내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거나, 북한정권 규탄 집회에 열성인 것도 다 이런 맥락에서 나온 행동이다. 이는 북한출신자들이 한국사회에서 충분히 환대받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우리가 단 한번이라도 북한출신자들이 떠나온 고향이 어떤 곳인지, 이들의 삶이 어떤지, 진정으로 진중하게 생각해본 적이 있었던가. 단 한번이라도 이들을 분단, 적국, 사회주의 등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할 동료로 받아들인 적이 있었던가. 지금이라도 타자와 더불어 살아가기 때문에 그리고 ‘사회’를 구성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사람’일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타자인 북한출신자와 함께 살아가는 것은 단순히 사회 통합의 문제에 머물지 않는다. 이는 우리가 ‘사람’임을 증명하는 실존적 시험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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