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병익 (주)다인커뮤니케이션즈 대표

1989년 대우그룹의 김우중 회장이 펴낸 자서전 <세계는 넓고 할일은 많다>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다. 32세의 나이에 자본금 500만원으로 대우실업을 세워 창업 첫해부터 세계시장에 뛰어 들어 재계 2위의 대기업으로 성장시킨 세계경영의 가치관을 제시한 책이다.

이후 외환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대우그룹은 사라졌지만 아직도 우리에게는 세계가 우리의 무대가 될 수 있다는 도전정신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로부터 30년 가까이 지난 우리에게 세계는 아직도 넓고 개척할 시장은 무궁무진한 시장의 과제로 남아 있다.

저성장의 기조에서 벗어나야 하는 우리나라 중소기업에게 던지는 경제연구기관들의 공통적인 견해는 국내시장에 안주하는 현 구조개선 없이는 지속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무역협회의 조사에 의하면 2009년에 21.1%를 나타내던 중소기업의 수출 비중은 2014년에 18.0%로 낮아졌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내수매출 비중은 2003년 81.8%에서 2012년 86.0%로 4.2% 높아진 반면, 해외매출 비중은 18.2%에서 14.0%로 줄었다.

내수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중소기업의 내수시장 의존도는 심화된 것이다. 이런 문제는 글로벌 시장의 신기술 발전과 변화의 속도, 정치적 변동성 등에 빠르게 대응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의 역량 부족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변동성이 큰 시기에 더 많은 시장의 기회가 있고 다양하게 나타나는 세분시장을 빠르게 선점하는 속도는 중소기업에게 유리한 강점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뼈아픈 실패의 사례들이 있다. 세계 최초로 MP3 기술을 개발하고도 국내시장에 안주하다 결국 해외 업체에 주도권을 뺏겨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2000년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한 때 3500만명의 사용자를 기록할 정도로 국내에서 성공한 싸이월드도 결국은 실패로 끝났다. 처음부터 국내용 플랫폼이 아닌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둔 비즈니스 모델이었다면 성공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반면에 작은 국내 스타트업에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스마트 점자 워치’를 개발해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 제품은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로부터 받은 메시지와 시간 등의 정보를 점자로 알려줘 시각장애인들에게도 정보통신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해 준다.

이 제품의 국내시장 규모만을 놓고 본다면 시장의 규모가 작아 사업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전 세계 5000만명 이상의 시각장애인이 시장이 된다면 이는 시장성이 큰 사업이 된다.

어떤 측면에서는 내수시장 보다 해외시장이 더 접근성이 용이한 경우가 많다. 중소기업에게 내수시장은 여러 가지 마케팅 장애요소로 인해 어려움이 있지만 해외 시장은 제품과 기술의 경쟁력만으로 경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양한 지역별 세분시장에서 자사에게 적합한 세분시장을 찾아낼 수 있는 가능성이 더 크다.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경제적 위상이 높아진 지금 국내 시장에서는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중소기업도 해외에서는 ‘Made in Korea’의 브랜드로 경쟁할 수 있다.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점차 사라졌듯이 글로벌 시장과 내수시장의 경계 역시 없어질 것이다. 글로벌 시장도 내수시장처럼 선택이 가능한 또 하나의 세분시장일 뿐이라는 생각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