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소기업과 중소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적합업종 관련 법률이 발의돼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지난 2일 중소기업과 중소상인들을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중소기업중소상인 적합업종 보호에 관한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지난 2006년 중소기업 보호를 위한 고유업종제도가 폐지된 이후 대기업의 무분별한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인해 중소기업과 중소상인들은 피해를 입어왔다. 일부 대기업은 약탈적 가격설정, 과도한 판촉행위 및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등을 통해 중소기업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나간 것이다.

이로 인해 중소기업이 수십년간 일궈 온 전통 제조업뿐만 아니라 중소상인이 영위해오던 음식, 숙박, 소매 등 생계형 서비스업인 골목상권까지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중소상인 적합업종을 지정해 대기업의 진출을 억제함으로써 중소기업과 중소상인의 생존권을 보호하는 법률의 필요성, 즉 법제화에 대한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에 우원식 의원이 발의한 특별법에는 여러 구체적인 내용이 들어가 있다.
우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중소기업과 중소상인을 보호·육성하기 위한 시책을 수립하고 중소기업 및 중소상인 보호·육성정책, 적합업종 지정·해제 등을 심의하기 위해 중소기업청장 소속으로 중소기업·중소상인적합업종심의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또한 중소기업청장은 중소기업 형태로 사업을 영위하는 것이 인정되는 사업 분야 등을 적합업종으로 지정·고시하고 대기업 및 대기업과 실질적 지배관계를 갖는 중소기업이 적합업종의 사업을 인수하거나 개시할 수 없도록 했다.
아울러 중기청장은 적합업종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대기업 등에게 해당 사업을 중소기업이나 중소상인에게 이양할 것을 권고할 수 있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사업이양을 명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원식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20대 국회가 민생을 살리는 국회가 되기 위해서는 재벌 대기업의 탐욕으로 왜곡된 시장의 질서를 바로잡고 벼랑 끝으로 몰린 중소기업과 중소상인들을 법으로 보호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며 “중소기업 중소상인을 살리는 경제생태계를 만들어야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적합업종제도의 법제화는 지난 19대 국회에서 백재현 의원, 오영식 전 의원 등이 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별다른 진척 없이 19대 임기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국민 84% “대기업의 사업 침해는 잘못”
중소기업중앙회(회장 박성택)도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에 대해 그동안 깊은 관심과 지지를 보인 바 있다. 최근에도 이와 관련된 설문조사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중기중앙회가 만 20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 대국민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민 대다수가 적합업종제도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법률 보완이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적합업종제도 필요성에 대해 응답자의 90.3%가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복수응답)에 대해서는 ‘중소기업의 산업기반 보호’(58.3%), ‘대·중소기업 역할 분담’(54.7%), ‘대·중소기업 공정경쟁 불가’(53.0%), ‘대기업의 시장 독과점 우려’(39.8%)를 꼽았다.

대기업들이 영세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사업영역까지 사업을 확장해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84.3%가 ‘잘못하고 있다’고 응답해 부정적 인식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응답자의 85.1%는 중소기업의 사업영역 보호를 위해서는 ‘제도의 확대와 유지’(확대 47.8%, 현상유지 37.3%)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중소기업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제도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시간과 자금의 부족으로 현행 3+3년으로 돼 있는 적합업종 지정 기간 연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84.3%가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적합업종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세부절차 및 이행수단을 법률로 명시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국민 79.3%가 ‘찬성’한 반면, 반대는 13.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한섭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적합업종제도는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영역 침탈에서 중소기업의 생존을 지켜주는 최후의 보루로 역할을 다하고 있다”면서 “국민 대다수가 제도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만큼 법적 장치 마련을 통해 실효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中企 CEO 대부분 “법제화 찬성”
일반 국민들도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대부분 지지를 표명하고 있는 가운데 중소기업 CEO들은 한발 더나아가 법제화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중기중앙회가 지난달 300명의 CEO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46.0%)은 19대보다 20대 국회 의정활동에 대해 ‘기대한다’(매우 그렇다 6.3%, 다소 그렇다 39.7%)고 응답했다.
특히 중소기업·소상공인 입법 활동에 20대 국회가 적극적일 것이라 기대하는 비율은 44.7%(매우 그렇다 7.0%, 다소 그렇다 37.7%)로 2012년 19대 국회 개회 당시의 같은 조사(18.3%) 때보다 기대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국회가 적합업종 법제화를 비롯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입법활동에 19대 국회보다 더 적극적일 것으로 기대한다는 뜻이다.
중소기업인들은 20대 국회가 ‘경제를 살리는 국회’(51.7%)가 되기를 희망했고 ‘민생을 우선하는 국회’(23.7%), ‘책임지는 국회’(11.7%)가 되길 바란다는 의견도 많았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사업영역 보호(적합업종 법제화)’(38.0%)를 꼽은 CEO들이 가장 많았고 ‘대기업·중소기업 상생협력(적정납품단가)’(16.4%)과 ‘불공정거래행위 처벌강화(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16.3%) 등이 뒤를 이었다.

한편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달 제40차 회의를 통해 5월 말 적합업종 권고기간이 만료된 7개 음식점업 적합업종 3년 연장에 재합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한식·중식·일식·서양식·기타 외국식·분식 및 김밥 전문점·기타 음식점 등 7개 음식점업은 대기업의 신규 시장진입과 확장 자제를 권고한 기존 안이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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