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창업의 길] 손아트

▲ 손민정 손아트 대표가 한글로 디자인한 스마트폰 케이스 등 자사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너무 흔해서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는 공기처럼 훌륭함을 간과하고 넘어가는 것들이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한글이다.

“제품을 처음 보는 사람들도 한글 디자인을 무척 만족스러워 해요. 익숙한 한글이 이런 모습으로 제품에 디자인된다는 것이 신선하게 느껴진다면서 감탄하는 사람도 있죠. 그런데 막상 제품을 구입할때는 멈칫 하더라고요. 외국인에게 주는 선물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자신이 쓸 만큼 매력적이지는 못하다는 거죠.”

외국인만 놀라는 우리 한글
손민정 손아트 대표는 생활 한복을 입고 다소곳한 말투로 토로하듯 말했다.

도전하는 자가 용기 있는 자라고 했던가. 손 대표는 마흔넷이라는 나이로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에 입학했다. 원래는 84학번으로 입학했었지만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했다고 한다. 한참을 돌고 돌아 재입학한 것이다.

그러던 중 디자인론 수업과제로 ‘한글을 적용한 작품 사례 연구’를 수행하면서 한글을 만났다. 한글을 디자인적 관점에서 접근해 봤다. 우선 인터넷에 한글을 디자인적으로 접근한 사례가 있는지 찾아봤지만 아무런 자료도 발견할 수 없었다.

대학시절 내내 한글 디자인에 대한 연구를 하고, 졸업작품전까지 한글을 주제로 삼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손 대표는 외국인들이 한글의 우수성을 높게 평가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한글로 디자인된 제품을 만들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판로를 개척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얻었다.

손 대표가 디자인에만 열정을 쏟은 것은 아니었다. 좀 더 복합적인 한글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동양화를 복수 전공하고 옷 만드는 법과 염색하는 법도 방학 때마다 배웠다.

한글 디자인을 입힌 다양한 제품들은 이런 손 대표의 다양한 경험과 어우러져 세상에 나오게 됐다. 우선 스카프, 조각보 등은 졸업전시회와 동시에 제품화시켜 공모전에 출품했다. 그 결과 한글 디자인을 입힌 제품이 세종대왕기념사업회가 주최한 한글문화상품공모전에서 세종대왕상을, 세계여성발명대회에서는 금상을 수상하게 됐다.

손아트의 제품은 다양한 문구들이 현대적인 한글 디자인으로 상품에 덧입혀져 있다. ‘ㅇ, ㅁ, ㅅ’을 상징하는 동그라미, 네모, 세모를 기하학적 무늬로 새긴 제품과 ‘사랑해요’ ‘고마워요’ ‘꽃보다 아름다워’ 등 잔잔한 문구부터 개인 취향에 맞는 여러 문장의 제품이 있다.

“텔레비전에서 외국인들이 입은 옷에 세탁, 향우회 등 아무런 의미도 없는 단어들이 쓰인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봤어요. 외국인들이 그 뜻을 이해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래서 손아트 제품에는 ‘웃으면 복이와요’ ‘행복 가득, 웃음 가득’ 같은 덕담부터 시 구절까지 좋은 의미를 가진 문구를 넣었어요.”

독보적인 한글 디자인 제품
손아트 제품은 공항 면세점, 인사동 관광기념품점, 국립박물관 기념품점, 서울역 등에서 관광 기념품으로 팔리고 있다. 한류의 영향으로 많은 사람들이 제품을 찾지만 고가여서 그런지 생활용품보다는 장식용품이 많이 판매되는 실정이다. 그래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한글 디자인 부직포 가방이나 안경닦이 수건 등 저가 제품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고 한다.

3초에 한번씩 볼 수 있다고 해 ‘3초 백’이라고도 하는 세계적 브랜드들처럼 ‘3초 한글 디자인 상품’을 만들고 싶은 것이 손 대표의 꿈이다. 이를 위해 먼저 해야 할 일은 한글 디자인을 패턴화하는 것이다. 현재 완성된 패턴들을 보완하고 다듬어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2013년에는 1인 창조기업 마케팅지원사업에 신청해서 지원을 받았고, 2014년 창조경제박람회에서는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멀다. 한시적인 인정보다는 지속적인 사랑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먼저 인정한 우리 한글은 핍박과 조롱을 당하면서 긴 세월을 버텨왔다. 한글 자체가 인내의 언어인 셈이다. 홀로 한글을 연구하며 디자인 시키려는 손 대표 역시 노력과 인내로 지금까지 왔다. 창업을 하기에는 늦은 나이, 한글에 대한 국민들의 무관심, 외국인들에게만 특별한 한글. 오늘도 손 대표는 우리나라 사람 모두가 한글을 사랑하고 애용하도록 고군분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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