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동길(숭실대 명예교수)

이번 4·13 총선에서 300명 국회의원이 새로 뽑힌다. 그들은 최악의 국회로 알려진 19대 국회의원과 얼마나 다를까. 당연히 달라야한다는 건 국민의 기대이고 명령이다.

최악의 청년 취업난 속에서 치러진 총선이어서 일자리 공약이 쏟아졌다. 새로 만들겠다는 일자리는 새누리당 545만개, 더불어민주당 270만개, 국민의당 85만개, 정의당 198만개였다.

많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건 환영할 일이지 탓할 게 아니다. 목표가 높아서 나쁠 건 없다. 그런데 과연 가능할 것인가. 앞으로 5년간 그런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하지만 일자리를 강조한 2015년의 경우 일자리 창출은 33만7000개에 불과했다. 이런 사실로 미뤄 볼 때 일자리 공약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고 희망사항에 불과한 공수표나 다름없지 않은가.

일자리가 숫자놀음처럼 쉬운 일이라면 그동안 왜 못 만들고 무엇을 했는가. 노동개혁법·서비스법 등 주요 경제 법안 28개만 처리해도 일자리 250만개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게 한국경제연구원의 분석이었다.

중소기업계에서도 서비스산업발전법의 국회통과가 중소기업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중소기업 340만개 중 230만개가 서비스업체다. 그런데 국회는 무엇 때문에 또 누굴 위해서 경제 살리겠다는 법안 통과를 막고 있는가.

中企는 일자리 보물창고

물론 법안이 통과된다고 해서 그만한 일자리가 바로 만들어지는 건 아닐 것이다. 어쨌든 국회는 기업의 요구를 외면했다. 야당의 발목 잡기나 정부여당의 무능이나 그게 그거다. 국회뿐 아니라 정부 지자체 등이 곳곳에 진입장벽을 쳐놓고 기업의 진입을 막는다. 일자리 막으면서 일자리 만들겠다고 주장하는 이 위대한(?) 몰염치와 억지를 어찌 응징해야 하는가.

일자리의 보고는 중소기업이다. 하지만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취업하기를 꺼린다. 큰 이유 중 하나는 중소기업의 임금이 대기업에 비해 62%에 불과해 너무 낮다는 것이다. 제조업의 경우는 더 큰 차이가 난다. 우리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는 선진국의 경우와 비교해도 크다.

정부가 노동개혁 주도해야

생산성의 격차와 노동수급 사정 등에 따라 임금격차가 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임금격차가 생산성의 결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의 대졸 초임이 국민소득이 우리보다 높은 일본의 1.39배라는 건 분명 정상이 아니다.

고임금은 대기업의 강성노조가 만들어낸다. 대기업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보호는 그 부담을 비정규직과 하청업체에 떠맡긴다. 대기업의 하도급 후려치기는 중소기업의 숨통을 막고. 대기업 계열사끼리의 일감 몰아주기도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노동개혁이 필요한 이유도, 공정경쟁·공정거래가 필요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노동시장의 유연화 없이 일자리 창출과 임금격차 축소는 어렵다. 노동개혁을 서두르려면 노사정 합의에 맡겨서는 안 된다. 합의결정을 누가 반대하겠는가. 하지만 이해가 상충하는 당사자에게 합리적인 합의안 도출을 기대할 수 없다는 건 그동안의 경험이 말해 준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합의되지 않을 걸 기다리며 때를 놓치는 건 바보짓이다. 지나간 버스는 놓쳤지만 오는 버스는 타야한다. 정부가 노동개혁을 주도해서 노사합의를 이끌어내는 노력을 해야 하지만 노사가 따르지 않으면 정부안으로 밀고나가야 한다. 정부가 노동개혁을 주도해야할 이유다.

유권자의 선택은 끝났다. 노동개혁 없이 일자리 늘리기는 어렵다. 정치개혁 없이 노동개혁은 어렵다. 경제 살리고 일자리 늘리려면 정치개혁이 먼저다. 19대 국회는 남은 임기동안 잠자고 있는 법안 처리부터 하고 국민에게 속죄해야 한다. 20대 국회는 모름지기 국민을 위한 국민의 국회로 출발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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