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필규(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일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양질의 일자리를 원한다. 그런데 양질의 일자리란 구체적으로 어떤 일자리를 말하는 것일까? 일자리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요소인 고용과 임금의 관점에서 생각하면 일자리는 네가지 형태로 구분할 수 있다.

고용과 임금 모두 안정성이 높은 일자리, 고용의 안정성은 높지만 임금의 안정성은 낮은 일자리, 고용의 안정성은 낮지만 임금의 안정성은 높은 일자리, 고용과 임금 모두 안정성이 낮은 일자리.

고용과 임금 모두 안정성이 높은 일자리가 양질의 일자리이고 고용과 임금 모두 안정성이 낮은 일자리가 열악한 일자리라는 것에는 모두 동의할 것이다.

문제는 고용과 임금 어느 한쪽이 불안정한 일자리를 어떻게 볼 것이냐이다. 이에 대한 조사가 없어 명확하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용과 임금 어느 한쪽이라도 불안정하면 양질의 일자리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그렇다면 고용과 임금이 모두 양질인 일자리는 얼마나 될까? 지불능력이 양호한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노동조합에 조직된 정규직 근로자들은 고용보호와 높은 임금을 받고 있는 양질의 일자리라고 할 수 있는데 이들은 전체 일자리의 10% 정도에 불과하다.

줄어가는 ‘좋은’일자리

경영실적이 양호해서 고용안정성과 임금수준이 높은 중소기업의 정규직 근로자를 포함한다고 해도 양질의 일자리는 전체 일자리의 30%를 넘기 어렵다.

그런데 기업경영의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고용과 임금을 함께 보호하는 방식으로는 무한경쟁시대에 살아남기 어렵다. 변화무쌍한 경쟁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고용과 임금 어느 한쪽은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고용보호가 강력하면 임금이 유연하고 임금보호가 강력하면 고용이 유연해야 노동시장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 선다면 고용과 임금 어느 한쪽만이라도 안정적이면 양질의 일자리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고용과 임금 중 어느 쪽이 안정적인 게 바람직한가? 고용을 안정시키는 대신 임금을 유연하게 하는 방식은 임금피크제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임금피크제는 대부분 정년을 앞둔 일부 고령근로자에 적용하는 것으로 기업의 임금부담을 약간 완화시키는 임시변통의 대증요법적 성격이 강하다.

‘고용 유연성’이 전제돼야

한편 임금을 안정시키는 대신 고용을 유연하게 하는 방식은 기간제 교사가 대표적이다. 기간제 교사는 정규직 교사와 동일한 임금을 받지만 고용은 보장되지 않는 비정규직이다.

비정규직은 대부분 고용도 임금도 열악해서 고용도 임금도 양호한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요구하지만, 모두가 이런 정규직이 된다면 기업은 생존할 수 없게 되고 결국 근로자들은 비정규직보다 못한 실업자로 되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양질의 일자리의 바람직한 방향은 분명해진다. 고용은 보장되지 않지만 일하는 동안만큼은 제대로 보상을 받는 기간제 교사와 같은 비정규직 모델이다.

기업에게는 해고와 고용을 할 수 있는 고용의 유연성을, 근로자에게는 일한 만큼의 대가를 정당하게 지불하는 임금의 안정성을 주는 모델이다.

이러한 모델은 조만간 로봇이나 인공지능 등의 기술발전으로 기존의 직무가 대부분 사라지고 비정규직이 대세가 될 시대에 기업과 근로자가 함께 살아남으면서 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는 모델이기도 하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같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방안을 주장하기보다는 비정규직의 대세화를 현실로 인정하고 비정규직의 고용가능성과 임금안정성을 어떻게 높일까를 고민하는 것이 훨씬 더 현실적인 대책이 될 것이다.

정의상 소수일 수밖에 없는 고용도 임금도 보장되는 양질의 일자리 개념에서 벗어나 고용의 유연성을 전제로 고용가능성과 임금안정성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양질의 일자리 개념으로의 인식 전환이 시급하고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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